<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1인당 평균 진료비 114만원→65만원… 3대 비급여 해결이 관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핵심공약인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보장성 강화 방안이 지난 26일 제2차 사회보장위원회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오는 2016년까지 4대 중증질환 치료에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모두 건강보험으로 보장하고, 비용효과가 낮아도 수요가 많은 일부 의료기술을 건강보험 체계 안으로 끌어오는 내용이 골자다. 한정된 재원 안에서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이른바 ‘3대 비급여’에 대한 내용은 제외돼 ‘공약 후퇴’라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이번 발표된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 계획’을 살펴봄으로써 달라질 한국의 의료보장제도의 모습을 그려보고, 앞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1. 왜 4대 중증질환인가

‘4대 중증질환’이란 단어는 신조어에 가깝다. 지난해 말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등 4개 질환을 재난적 의료비(한 가정의 가처분 소득 중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0% 이상)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이들을 ‘4대 중증질환’이라 명명했다. 이어 4대 중증질환 치료비를 건강보험을 통해 100%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4대 중증질환은 체계적 연구를 통해 보장성 강화가 시급하다고 결정된 질환들이라기보다, 정치적으로 ‘선택’된 것들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 진료비가 연 500만 원 이상 발생한 상위 50개 질환 가운데 4대 중증질환이 차지하는 진료비 비중이 61%(2011년 기준)라는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보듯 이들 질환이 우선순위에서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2012년 현재 4대 중증질환 환자는 총 159만 명으로 추정된다.

2. 어떤 치료가 보장되나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 드는 대부분의 의료서비스가 건강보험 체계 안으로 들어온다고 보면 된다. 다만,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와 미용·성형 등 치료와 무관한 의료서비스는 제외된다. 올해 10월 4대 중증질환 관련 초음파 검사를 시작으로, 2014년 고가항암제 등 필수약제와 자기공명영상(MRI)·양전자단층촬영(PET) 등 검사, 2015년 관련 수술 및 수술재료, 2016년 유전자 검사 등에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환자가 해당 진료비의 5∼10%만 부담하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가령 현재 1병에 32만 원 하는 혈액암(백혈병) 치료제나 월 투약비용이 400만 원 하는 고형암 치료제를 앞으로 각각 1만6000∼3만2000원, 20만∼40만 원이면 이용할 수 있다. 이밖에 뇌혈관 혈전 제거시술에 쓰는 풍선 카테터, 뇌종양의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 등 세부 필수 의료서비스 항목은 1000여 개에 달하는데, 조만간 각 항목에 대한 건보 적용 일정이 정해질 것이다.

3. 선별급여제도가 생긴다는데

선별급여제도는 이번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 계획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비용 대비 치료 효과가 낮아 필수적 치료에는 포함이 안 되더라도 사회적 수요가 큰 의료 서비스의 경우 ‘선별급여’라는 이름으로 건강보험 항목으로 끌어들여 관리키로 한 것이다. 기존 ‘급여-비급여’로 2원화된 의료보장 체계를 ‘필수급여-선별급여-비급여’로 3원화한다고 보면 된다. 그동안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 병원이 마음대로 가격을 올려 받는 관행이 의료비 상승의 주원인이었다. 2007∼2011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액이 연평균 13%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비급여는 25%씩 늘어났다. 하지만 선별급여를 통해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 체계 안으로 끌어오면 정부가 가격 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병원에서 가격을 올릴 수 없다. 다만, 필수급여 항목은 환자 부담이 5∼10%인 반면 선별급여로 지정된 항목은 필수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되 진료비의 50∼80%를 환자가 부담해야 하고, 본인부담금 상한제 대상에서도 빠진다. 카메라 내장형 캡슐 내시경(100만∼200만 원), 초음파로 절단·지혈하는 절삭기(40만∼125만 원) 등이 대상이다. 효과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이 선별급여 항목으로 지정돼 건보 재정이 낭비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4. 건보 보장서 제외되는 치료는

4대 중증질환 치료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의료서비스는 대부분 제외된다고 보면 된다. 수술 후 흉터 제거를 위한 반흔절제술이나 미용 목적의 레이저 치료(1만∼60만 원), 주름 개선용 재료(20만∼45만 원), 예방백신, 보호자의 식대, 각종 증명서 발급 비용 등이 포함된다. 민간자격증을 가진 언어치료사나 음악치료사에게 언어재활·음악 치료를 받아도 현행 보건의료제도권 밖의 의료서비스기 때문에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4대 중증질환 환자라고 해도 치과치료나 비타민 영양제, 소화제 처방 등은 100% 본인 부담인 비급여로 남게 된다. 한편, 성형 분야 가운데서는 유방암으로 절제된 유방을 복원하는 유방 재건술(150만∼750만 원)의 경우 미용 목적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봐 선별급여로 분류, 일정 정도 비용을 국가가 지원할 계획이다.

5. 환자들 부담은 얼마나 줄어드나

지난해 4대 중증질환자 수는 암 90만 명, 심장질환 7만 명, 뇌혈관질환 3만 명, 희귀난치성 질환 59만 명 등 159만 명이다. 이들은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를 제외하고 한 해 1조8100억 원의 의료비를 지출했다. 비급여 부분이 1조2000억 원, 건강보험 법정 본인부담금 부분이 6100억 원으로, 1인당 평균 114만 원을 썼다. 하지만 앞으로 2016년까지 보장 강화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4대 중증질환자의 의료비 지출은 1조8100억 원에서 1조400억 원(비급여 800억 원+법정 본인부담금 9600억 원)으로, 4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1조2000억 원 규모였던 비급여 부분 가운데 6900억 원 정도는 필수 의료서비스로 지정돼 국가에서 대부분(92.7%)의 진료비를 부담하고, 4300억 원 정도는 선별급여로 전환돼 70% 개인 부담으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법정 본인부담금은 9600억 원으로 늘어나지만, 비급여 부분은 800억 원으로 대폭 준다. 1인당 평균 65만 원 수준의 진료비만 내면 된다.

6. 재원은 얼마나 투입되나

정부는 이 같은 4대 중증 질환 보장 강화에 5년간(2013∼2017년) 모두 8조99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다. 초음파검사에 1조9700억 원(2013년∼), 항암제 등 고가 의약품에 3조3000억 원(2014년∼), 수술재료에 7100억 원(2015년∼), 방사선치료에 900억 원(2015년∼), 수술행위에 6700억 원(2015년∼), 유전자검사 및 교육 상담료에 9900억 원(2016년∼) 등이다. 연도별로는 올해 3000억 원을 투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4년 9300억 원, 2015년 1조8000억 원, 2016년 2조7900억 원, 2017년 3조1700억 원이 들어간다. 정부는 이런 재원 투입을 통해 현재 3대 비급여를 제외할 때 의료비의 10.2%를 차지하고 있는 비급여 부분을 0.7%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 비급여는 미용·성형 등 치료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것으로, 사실상 4대 중증질환에 치료에 필요한 모든 의료서비스가 건강보험 체계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7. 재원 조달은 어떻게 하나

정부는 현재 4조5757억 원(2012년 말 기준) 규모로 쌓여있는 건강보험 적립금과 보험 재정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 계획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치를 위해 별도로 건강보험료를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복지부는 추정추계 결과, 연간 보험료 인상률이 2.6% 안팎이면 필요한 재원을 모두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4년간 연평균 건강보험료 인상률(3.04%)보다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향후 추가적인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 이기효 인제대 보건대학원장은 “의료수요증가로 정부가 생각한 재원보다 더 많은 지출이 발생해 건강보험료 인상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8. 3대 비급여 문제는

이번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 방안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에서 가장 반발하는 부분은 3대 비급여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3대 비급여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에도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보장’이라는 선거 공약에 대한 해석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3대 비급여를 제외하고, 치료에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에 대해서만 100% 보장하는 것”이라는 여권 관계자의 말에, 환자와 시민단체들은 ‘공약 파기’라며 반발했다. 사실 비급여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3대 비급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1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4대 중증질환 비급여 진료비 가운데 무려 46.1%가 선택진료비(28.4%), 상급병실료(17.7%)에 들어가고 있다. 3대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실제 환자가 느끼는 의료비 경감 정도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타당하다. 정부는 올해 말에 추가적으로 3대 비급여 해결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9. 다른 질환과의 형평성은

4대 중증질환은 현재 건강보험 보장률이 75% 수준이다. 100만 원의 진료비가 나왔다면 75만 원은 국가가 보장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전체 건강보험 보장률이 63%임을 고려할 때, 다른 질환보다 보장성이 더 확보돼 있는 상태라 볼 수 있다. 이번 보장강화 대책을 통해 정부는 4대 중증질환 보장률이 2016년 이후 83∼85%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고혈압과 당뇨, 알츠하이머 치매 등 기타 질환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4대 중증질환자에게 혜택이 몰리면서 이외 질환자는 보장성 강화 순위에서 한참 밀려나게 생겼다. 더욱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공개된 연구자료에 따르면, 연간 의료비 본인 부담이 1000만 원 이상인 환자 가운데 4대 중증질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7.1%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꼭 4대 중증질환이 아니더라도 과도한 의료비로 고생하는 질환자들이 많은 것이다. 정형선(보건행정학) 연세대 교수는 “향후 다른 질환에 대한 보장성도 단계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10. 노인 임플란트 보장 공약은

박근혜 대통령의 또 다른 의료 공약이었던 ‘노인 임플란트 건강보험 보장’도 2014년 7월 시행 목표로 추진 중에 있다. 하지만 기존에 알고 있던 공약과 달리 대상자와 지원 정도가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지원대상자가 ‘65세 이상 노인’에서 ‘75세 이상 노인’으로 정해졌고, 정부 지원 비중도 50%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공약 후퇴’ 논란은 노인 임플란트 공약에서도 일고 있다. 정부는 일단 2014년 75세 이상 노인에 실시한 뒤, 2015년 70세 이상, 2016년 65세 이상으로 대상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