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치 비즈니스, 기획서 몰락까지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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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우파의 탄생 / 토마스 프랭크 지음, 구세희·이정민 옮김 / 어마마마

매우 신랄한 책이다. 책의 원제는 ‘난파선원(The Wrecking Crew)’. 난파선에 탄 선원이 아니라 자신이 탄 배를 스스로 난파시키는 선원을 뜻한다. 즉 자신이 참여한 정부를 스스로 파괴하는 보수주의자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저자는 우파의 수많은 팸플릿과 저서들을 독파하고, 보수주의자들과 대면해 의견을 나누고, 우파 집회 현장에 직접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그 결과 미국의 정치 비즈니스가 어떻게 기획되고, 마케팅되며, 확산과 몰락에 이르는지 그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책은, 공공의 정치가 사적인 비즈니스로 변질되면 그 나라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사적인 비즈니스가 어떤 방식으로 공공의 정치로 둔갑해 국민을 속이는지를 상세하게 보여준다. 책에선 뉴트 깅리치, 그로버 노퀴스트, 잭 아브라모프 등 미국 정계의 다양한 인물이 거론된다. 이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공공의 정치를 사적인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능력을 과시한다. 이들로 말미암아 정치 비즈니스의 매출은 몇십 배로 커지는 결과를 낳았지만, 미국은 국익보다는 로비스트와 의뢰인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나라로 추락했다.

저자는 “정부에 분노한 국민이야말로 우파의 승리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요소”라며 “보수주의자들이 저지른 부패는 보수주의를 승리로 이끌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즉, 정치를 바라보는 미국 국민의 시각을 ‘반정부적 냉소주의’로 고착시킴으로써 오히려 보수주의에 연료를 제공하는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심지어 보수 정권이 마음에 들지 않는 연방 기관인 경우 그 기관에 대해 적대적인 인물에게 권한 있는 자리를 맡긴다고 지적한다. “특정 정부 기관이 보수주의 사상에는 백해무익하다고 여겨질 때, 달리 말해 비즈니스 업계 전체가 그 기관이 없어져 버리기를 바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기관의 업무에 부적합하거나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던 사람에게 기관을 맡기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로버트 라이시 전 노동부 장관도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들(공화당원들)이 돈을 낭비하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국민이 정부의 낭비가 심하다고 생각하더라도 문제가 아니다. 그로써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떨어질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공화당원들이 원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재정 낭비가 극심하면 할수록 ‘큰 정부’를 비웃어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미국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자신의 개인 금고를 불어나게 할 목적으로 국가를 단지 하나의 ‘수익 모델’로 활용하는, 장사꾼에 지나지 않는 정치인들을 우리도 숱하게 봐왔지 않은가. 신랄한 내용 못지않게 저자의 유머러스한 필체는 마치 한 권의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와 긴장감까지 더하고 있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