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사법분쟁·의식주… 조선 사람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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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서로 읽는 조선 /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 정호훈 책임기획 / 글항아리

“내가 중국에 갔다가 외바퀴 수레로 물건을 운반하는 것을 보았는데 매우 편리해 보였다. 그러나 북경에는 도랑이나 구덩이 같은 험한 곳이 없으니 이것을 사용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 열 걸음 안에 도랑이 네댓 군데가 넘으니, 어찌 수레를 사용할 수 있겠는가?”

숙종과 경종의 어의(御醫)를 지낸 이시필(1657∼1724)이 지은 ‘소문사설’의 내용이다. 연행을 계기로 수레의 편리성을 직접 보고 조선에 도입할 것을 주장한 사대부들은 많았지만, 수레의 자세한 구조부터 조선에 들여올 경우 맞닥뜨릴 문제점까지 고려한 지적은 중인이었던 이시필이 지은 이 책에서만 확인된다. 북학파 지식인들은 수레와 벽돌을 들여오려는 의지는 강했지만, 정작 그것들을 제작·사용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지식과 기술에 대한 관심은 미흡했다.

규장각 교양총서 제9권으로 나온 책은 12종류의 실용서로 조선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있다. 조선 관료들의 행정 편람서였던 ‘고사촬요’를 필두로 ‘소송 없는 사회’를 바란 공자의 이상과는 반대로 사법 분쟁이 넘쳤던 조선시대 법서인 ‘사송유취’ ‘결송유취보’, 편지쓰기 매뉴얼인 ‘간식유편’, 의식주의 지식을 담은 각종 실용서 등을 통해 우리가 미쳐 몰랐던 조선의 속살을 파헤친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