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대우그룹 판결은 정당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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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을 넘어서 / 박찬 지음 / 예사랑

대우가 망하기 직전인 1998년 대우 감사로 재직했던 저자가 기업의 분식회계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해 두 번에 걸친 대법원 재판을 겪고, 이후 10여 년간 소송사건에 휘말리면서 경험하거나 목격했던 과정을 다룬 책이다. 경제관료 출신의 기업 감사가 겪은 ‘재판 분투기’에다 사법부의 절대권력화에 대한 비판을 덧붙였다고 보면 쉽다.

저자는 소송 당시 회사 안팎의 상황부터 판결 내용을 자세히 소개한 뒤 사실관계를 꼼꼼하게 제시하며 판결문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재판과정에서 판결 선고의 연기가 너무 잦았고, 재판은 더디게 진행됐으며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판결이 이뤄졌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어 법관의 한계와 판결과정에서의 불법, 불공정 사례 등을 제시하고 더 나아가 대법원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저자는 판결문 공개와 대법관 증원 및 선임방식 변경, 심리불속행제도 개선 등을 대법원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주장한다. 기업의 재무제표 중복 감사제도의 문제점과 세계경영을 내세우던 대우가 패망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적잖은 분량을 할애했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