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정은(왼쪽) 뷰티폴 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연습실에서 회원들과 함께 다양한 폴댄스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직장인 시연우(왼쪽) 씨와 이기정 씨가 폴댄스의 동작인 ‘더블클라임’ 자세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 지하실. 흔히 안무 연습을 하는 공간으로 보일 법한 이곳에는 사면에 전신거울이 설치돼 있으며 금속 봉들이 군데군데 들어서 있다.
낯선 이 공간에서 탱크톱과 핫팬츠 차림을 한 여성들이 스트레칭을 하며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몸풀기를 마친 여성들은 가뿐히 봉에 매달려 유연하게 각종 자세를 이어갔다. 이곳은 고정된 봉을 이용해 다양한 동작을 표현하는 ‘폴댄스(Pole Dance)’ 전문 강습소 뷰티폴.
최근 걸그룹 애프터스쿨이 신나는 노래와 함께 선보인 안무 중에서 폴댄스 동작을 차용한 것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애프터스쿨은 가슴 시린 첫사랑에 대한 애절함을 표현한 ‘첫사랑’을 부르며 마치 서커스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폴댄스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눈길을 끌고 있다.
애프터스쿨의 화려한 동작에 매료돼 요즘 젊은 직장 여성들이 폴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게 정정은 뷰티폴 원장의 설명이다.
폴댄스는 영화에서 스트리퍼들이 등장하는 장면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많이 소개가 됐지만 정작 이를 직접 경험하거나 눈으로 볼 기회는 많지 않다. 그만큼 대중화되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근력과 자신감을 키우는 스포츠로 각광을 받으며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무대에서 보여주기 위해 시작된 춤이다 보니 선정적인 동작과 자세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정 원장은 이는 어디까지나 선입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성인영화에서 폴댄스가 선정적으로 묘사돼서 그럴 뿐”이라며 “여성은 물론 남성들의 건강을 위해 매우 좋은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폴댄스 동작은 만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기본적인 근력이 없으면 폴에 매달리기조차 어렵다. 피부와 금속 간의 마찰력을 이용해 폴에 올라갈 순 있지만 근력이 없으면 피부에 멍이 드는 등 부상 우려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폴댄스를 배우기 전에 반드시 기초적인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 뷰티폴 회원들은 폴을 이용한 동작을 배우기 전에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스 등 다양한 근력운동을 30분 이상 실시한다. 기초 근력운동을 필수적으로 하기 때문에 폴댄스를 배우게 되면 자연스레 근육량이 늘고 체지방이 줄어드는 효과를 얻게 된다.
폴댄스를 시작한 지 1년 정도 된 시연우(여·28) 씨는 폴댄스가 정말 좋은 운동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직장에 다니는 시 씨는 원래 운동을 전혀 해본 적이 없는 ‘몸치’였으나 폴댄스를 배운 뒤 날로 몸매가 잡혀가고 건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시 씨는 “TV를 보다가 우연하게 접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밌다”며 “요즘은 길을 가다가 봉을 보기만 하면 붙잡고 자세를 취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시 씨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회사원 이기정(여·33) 씨는 ‘선정적인 동작이 많아 민망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선입견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씨는 “처음엔 폴을 잡고 춤을 추는 것이 다소 어색했지만 거울을 보며 자세를 잡다보면 동작들이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동작을 하나하나 익히다 보면 어느새 내 몸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고 전했다. 폴댄스를 배우기 전 경험해보지 않은 운동이 없을 정도로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봤지만 모두 재미가 없어 중도 포기했다는 이 씨는 “폴댄스를 하다보니 근력이 강화되고, 거기다 화려한 동작을 음악과 함께 펼치는 재미까지 있어 1년 이상 배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체력과 자신감이 생기니 직장생활도 당연히 활기찰 수밖에 없다. 시 씨는 “직장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매우 힘들었는데 폴댄스를 시작한 후 항상 활력이 넘친다”며 “요즘은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도 즐겁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이 씨 역시 “매주 2∼3회 정도 폴댄스를 하고 나면 일상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진다”며 “책상에 앉아 컴퓨터만 바라봐야 하는 직장 여성들에겐 안성맞춤인 운동”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여성뿐 아니라 애프터스쿨의 폴댄스 동작에 반한 남성들도 이곳에서 폴댄스를 배우겠다며 문의를 해오고 있다. 정 원장은 “일부 남성들은 여성들에 둘러싸여 낯 뜨거운 동작을 하는 것을 어려워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이내 음악에 몸을 맡기고 다양한 동작을 따라한다”고 전했다.
폴댄스에 대한 찬사를 보내던 두 사람은 즉석에서 폴댄스의 기초자세에 해당하는 ‘더블클라임’ 동작을 보여줬다. 이밖에도 두 팔로 매달리는 ‘아이샤’ 동작부터 거꾸로 다리를 찢는 ‘제이드’ 동작 등 보기만 해도 근력이 상당히 요구될 듯한 난도 높은 동작들을 폴에 매달린 채 자연스럽게 선보였다. 기본동작을 익히게 되면 이후부터는 이를 응용해 다양한 동작을 배울 수 있다. 동작을 새롭게 배우는 과정에서 폴에 부딪혀 멍이 들기도 하지만 이들은 동작 하나하나를 습득할 때마다 엄청난 성취감을 느낀다고 했다.
정 원장은 “기초체력이 필요한 운동이어서 대부분의 여성들은 1∼2개월 정도 기본 운동을 해야 한다”며 “폴댄스 자체도 화려하지만 기본운동을 통해 건강과 자신감도 함께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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