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네가 있어 고맙다

기사 정보
문화일보
입력 2013-07-12 14:17
기자 정보
김영번
김영번
기사 도구
프린트
댓글
폰트
공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달나라 소년 / 이언 브라운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중증 장애인과 대면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처음이라면 대부분 어쩔 줄 몰라하며 어색해할 것이다. 그들의 외모와 행동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겁을 집어먹는 이들도 있으리라. 하지만 대면하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횟수가 많아져 좀더 증상에 익숙해지면 연민을 느낄 것이다. 나아가 그들을 돕고, 그들의 인격을 존중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선 여전히 그들을 자신(비장애인)보다 ‘못한’ 존재로 여기기 십상이다.

못하다고? 과연 그럴까. 무엇이 못하다는 말인가.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보다 결코 ‘못하지’ 않다. 단지 다를 뿐이다. 이 같은 사실을 생생한 육성으로, 감동적으로 전달하는 책이다. 저자는 유전적 중증 장애인 CFC증후군(심장-얼굴-피부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두고 있다. 1996년에 출생한 워커 브라운은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안고 있었다. 그런 아들을 10여 년에 걸쳐 키운 기록을 담고 있는 책은 온갖 고통과 번민, 좌절과 절망, 그리고 깨달음과 행복에 이르는 도정(道程)을 보여준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매우 냉철한 시각을 갖춘 사람이다. 어떤 대목에선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의 아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렇게 털어놓는다. “나는 워커가 날마다 자기를 때리는 것을 참을 수 없지만, 왜 그러는지 이해하려 노력할 수는 있다. 내가 나 자신의 한계와 직면하려 애쓰면 애쓸수록 워커를 다른 아이로 바꿨으면 하는 마음이 줄어든다. (…) 그건 내가 워커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태어난 지 몇 달 되지 않아 워커는 CFC증후군의 거의 모든 징후를 드러냈다. 청력 상실, 지적 손상, 언어 손상, 각성 상태, 학습 곤란 등이었다. 생후 7개월 만에 워커는 CFC증후군으로 진단받았다. 전 세계 100명도 채 되지 않는 이 희귀질병은 치유 또한 거의 진척을 이루기 힘들다. 심장 기형·확대와 튀어나온 이마, 아래로 처진 눈, 피부 이상 등이 CFC증후군의 주요 외적 증상이다.

이후 저자의 삶은 완전히 바뀌어버린다. 나날의 일상이 악전고투 그 자체다. 그럼에도 슬픔을 부여잡고 비틀거리며 나아가는 한 아버지의 초상은 읽는 이의 가슴을 울린다. 저자는 아이의 내면에 깊이 몰입하는 동시에 그 아이를 세상 한가운데 떨어뜨려 놓아야 한다. 두 간극을 오가며 저자는 한없이 휘청거리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 장면은 더욱 가슴뭉클하다.

저자는 워커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위해 병원 진찰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갑자기 워커가 정신을 잃으면서 풀썩 아빠의 품으로 쓰러졌다. 발작을 일으킨 것이다. 워커의 심장은 울새의 심장처럼 급하게 뛰었다. 저자는 아들을 최대한 부드럽게 안고 생각한다. “이 아이가 죽을 때 이럴 것이다. 이런 식일 것이다. (…) 나는 이미 내가 할 수 있는 한 워커와 가장 가까이에 있다. 내 아들과 나 사이에 공간은, 간극이나 공백은, 기대나 실망은, 실패나 성공은 이제 없다. 워커만이, 실신한 이 아이만이, 말이 없지만 가끔 나를 웃게 만드는 동반자인 내 아들만이 있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
주요뉴스
기사 댓글

AD
AD
AD

ADVERTISEMENT

서비스 준비중 입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