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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7월 16일(火)
정조대왕·정약용도 ‘개고기 탐식가’ 였다
■ 한국학중앙硏 등 조선시대 ‘개고기 문화’ 조사결과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기산 김준근의 ‘기산풍속도’ 가운데 ‘개도살자(屠漢)’. 숭실대박물관 소장
한국 최초의 야담집인 ‘어우야담’에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개고기를 즐겼음을 보여주는 귀신 이야기가 실려 있다. 선조 11년(1578년) 장원구라는 생원이 성균관에서 준비한 삶은 개고기와 함께 여러 벗들이 권하는 소주를 마시다가 과음으로 죽었다. 성균관은 그 다음 해 6월에 소주와 개고기를 준비해 선비들을 먹였다. 성균관 잔치를 앞둔 하루 전날 밤 진사 이철광이 진사간에서 잠을 자는데 평소에 알지 못하던 선비가 꿈에 나타나 그에게 말했다. “나는 생원 장원구요. 내일 성균관 관원이 술과 고기를 마련해 선비들을 먹일 것인데, 나에게도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해주길 바라오.” 개고기 잔치가 벌어진 날 이철광은 한 그릇에는 개고기를 담고, 다른 그릇에는 소주를 받았다. 두 손을 마주 잡고 꿇어앉아 자신은 한 꿰미의 고기, 한 잔의 술도 마시지 않았다. 같이 있던 유생들이 서로를 팔꿈치로 치면서 웃으며 말했다. “장생(張生) 자네에게 한 잔 술을 권하니, 세간에 어찌 만년 생원이 있겠는가? 이생(李生) 자네에게 한 점 고기를 권하니, 세간에 어찌 만년 진사가 있겠는가?”

‘어우야담’에서 음식 이야기를 뽑아내 분석한 신익철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조선시대에 이르면서 개고기 식용이 활발했다”며 “음식디미방, 산림경제, 규합총서 등 여러 책에 다양한 요리법이 소개돼 있다”고 밝혔다. 신 교수에 따르면 요리로는 개고기 구이인 구적(拘炙), 탕이나 국에 해당하는 개장(개장국, 개탕), 찜 요리인 개찜, 산적처럼 꼬치에 끼우거나 또는 그대로 굽거나 지져서 만든 개장 느르미, 개 삶은 물로 담근 술인 무술주(戊戌酒), 개 삶은 물에 엿을 모아 만든 무술당(戊戌)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 주나라에서는 개고기가 제례에도 쓰였다. 신 교수는 “유교가 지배적인 통치원리였던 조선은 주나라에 대한 복고주의 경향이 강했다”며 “명·청 시대에 중국에서는 개고기를 먹지 않았으나 우리는 공자를 따라 개고기를 먹었다”고 분석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과 조선시대 민간음식 고문헌단은 최근 ‘음식 디미방’과 ‘규합총서’와 같은 고조리서와 ‘연행록’을 비롯한 문집류, 통신사 자료 등의 음식 관련 상세 해제 작업을 한 결과를 공개했다. 개고기는 서울시내에서 판매까지 한 전통식품이었다.

조선 정조 때 정조의 어머니이자 사도세자의 비였던 혜경궁 홍씨의 회갑 잔칫상에도 황구찜이 올랐다. 정조도 보신탕을 즐겼다. 정조 4년(1780년) 정조가 성정각에 영의정 김상철과 우의정 이휘지를 불렀다. 김상철은 “신이 들으니, 보신탕을 드신다는데 앞으로도 계속 드시면 좋을 것입니다. 드셔 보시고 해가 없을 경우 장복하시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우의정 이휘지가 거들었다. “드시는 데 있어 환(丸)이 탕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정조는 “경은 약방(藥房)의 초기(草記)를 봤느냐?”고 다시 묻는다. 이 같은 내용은 정조의 일기에 뿌리를 두고 있는 연대기인 ‘일성록’에 등장한다.

중종실록에 보면 중종의 사돈으로 권력이 하늘을 찌를 듯했던 김안로의 개고기 식탐은 유명했다. 맛있는 개고기 요리를 구해준 자마다 조정의 요직에 차례차례 앉혔다. 봉상시 참봉 시절부터 이팽수는 크고 살찐 개를 골라 사다가 요리한 뒤 김안로에게 바쳤다. 김안로의 혀를 녹인 이팽수는 승정원 주서라는 요직에 등용됐다. 이팽수는 개고기로 주서가 돼 ‘가장주서(家獐注書)’라는 소리를 들었다. ‘가장’은 개고기 요리를 뜻한다. 개고기 출세라는 비아냥을 들은 것이다.

정약용도 개고기 마니아였다. ‘조선의 탐식가들’(김정호 지음/따비)에 따르면 다산은 흑산도 유배 중이던 형(정약전)의 건강을 걱정해 개고기 먹을 것을 권유했다. 산(山)개를 잡는 법과 요리법도 자세히 알려줬다.

“섬에 산개가 1000마리, 100마리뿐이 아닐 텐데 제가 거기 있다면 5일에 한 마리씩 삶는 것을 빠뜨리지 않겠습니다. 활이나 화살, 총이나 탄환이 없다고 해도 그물이나 덫을 설치할 수야 없겠습니까.”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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