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교통·병원·학교 올스톱… 수천명 시위

그리스가 또다시 대규모 시위국면을 맞고 있다.

카티메리니 등 현지언론들은 17일 의회가 공공부문 일자리 감축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안을 찬성 153표, 반대 140표로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표결이 이뤄지는 동안 국회의사당 밖에서는 수천 명이 정부와 의회를 성토하면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앞서 16일에는 양대 노조인 노동자총연맹(GSEE)과 공공노조연맹(ADEDY)이 공공부문 인력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24시간 총파업을 벌여 전국의 시내버스와 기차, 항공기 등 공공교통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병원, 학교 등이 올스톱됐다. 17일 시위에는 아테네 시청 소속 경찰 일부가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번에 의회를 통과한 ‘공무원 유연화’ 조치는 교사, 학교경비원, 지방경찰 등 지자체 소속 공무원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일 트로이카(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약 68억 유로의 추가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7월 안으로 4250명, 9월 말까지 8250명을 대상으로 이 조치를 이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유연화 조치대상이 되면 8개월간 대기발령 상태에서 급여의 75%를 받게 되며, 이후에는 새로운 자리로 배치된다. 보직이 정해지지 않거나 거부하면 해고된다. 현지언론들에 따르면, 국민 대부분은 유연화 조치를 곧 실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스가 이처럼 들끓고 있는 가운데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18일 아테네를 방문한다. 정부는 반독일 감정이 격화될 것을 우려해 이날 하루 동안 아테네 시내 전역에서 집회금지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파시스트적 조치”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지난 6월 28일 베를린 기자회견에서 그리스 방문 계획을 공개하며 “그리스가 막대한 노력을 단행해야 하지만 계속해서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가 개혁의 길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추가 헤어컷(부채감축) 설에 대해서는 “그리스 국채에 대해 민간 채권단이 손실을 감수했던 첫 번째 헤어컷과 같은 또 다른 헤어컷은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