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영혼을 달래주려 떠나는 세계일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을 찾아 떠난 여행 / 에릭 와이너 지음,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저자는 뉴델리, 예루살렘, 도쿄(東京) 등 30개국이 넘는 곳에서 빈곤과 전쟁 등을 취재한 기자 출신답게 신을 찾아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열렬한 사랑에 빠지라는 이슬람 수피즘, 세상은 고통이라는 불교, 가난이 기쁨의 원천이라는 가톨릭 프란체스코회, 자연 그 자체가 되라는 샤머니즘 등 8개 종교의 처방전을 경험한다. 그는 특정 종교의 옹호자도,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무신론자도 아니다.

그는 자신이 “신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사람, 즉 불가지론자”라며 “종교적이지는 않지만 영적인 사람의 범주에 속할지 모른다”고 썼다. 편견 없이 모든 것을 배우고 경험할 준비가 된 가장 진지한 구도자인 셈이다.

저자가 영혼이 따뜻해지는 곳을 찾아 나선 세계 일주 여정은 ‘신’과 종교에 대한 놀라운 추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재치 넘치는 유머와 따뜻한 시선이 담겨있다.

그는 신에 대해 이같이 항변한다. “제가 이성을 잃거나 분노를 품게 되는 걸 원한 게 아니라면, 왜 저를 이런 식으로 창조하셨나요? 이건 하느님의 문제입니다. 그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415쪽)

책 곳곳에서 편견이 적은 합리적 태도로 종교와 죽음을 바라보는 저자의 통찰이 번뜩인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