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생존 지켜준 ‘6가지 문명의 씨앗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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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혁명 / 시카이 노부오 지음,노희운 옮김 / 형설라이트

고무와 플라스틱 문명이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고무로 만든 타이어가 달린 차를 타고 이동을 하며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여러 제품을 갖고 생활한다. 연인에게 사랑을 전하는 최적의 선물로 꼽히는 초콜릿이나 국가 발전의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했던 감자 등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콜럼버스가 발견한 신대륙에서 발견된 식물들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콜럼버스라는 이름이 역사에서 빛나고 있는 까닭은 신대륙 발명을 계기로 대륙과 신대륙 간에 사람의 왕래가 빈번해졌으며, 그 결과 신대륙에서 많은 식물이 다양한 형태로 유럽으로 건너가고 그 식물들이 가져다준 혜택이 기초가 돼 새로운 문명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신대륙으로 건너간 탐험가들은 진기한 선물의 하나로서, 또는 군주에게 바치거나 대학 식물원에서 재배할 표본으로 신대륙 원산의 많은 식물을 유럽으로 가지고 갔다.

저자는 ‘일본인의 점심’이라는 흥미로운 책을 쓴 일본의 식문화사가다. 책은 신대륙에서 발견된 여섯 가지 식물들을 다룬다. 담배, 감자, 고무, 초콜릿, 고추, 옥수수 등 문명의 발전을 이루는데 도움을 준 식물들과 사람들 이야기다. 저자는 현대문명이 지금의 상태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또 그러한 모습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신대륙에서 발견된 식물들의 도움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바퀴의 품질을 높인 것은 켈트인이지만 자동차 사회를 지탱해온 것이 고무다. 책에 따르면 신대륙 원산의 식물 가운데 감자와 고구마, 옥수수 등 세 가지 식물은 면적당 에너지 수확량이 매우 크다. 유사 이래 끊임없이 시달려온 기아의 공포에서 사람들을 해방시켰다는 점에서 인류의 생존과 인구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감자가 보리류의 부족분을 보충하는 형태로 식탁에 오르자 그때까지 항상 기아에 시달렸던 사람들은 충분한 에너지원을 섭취할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고추, 호박, 토마토, 까치콩, 땅콩, 해바라기, 파인애플 등은 영양분이 많고 맛있었기 때문에 식탁에 변화를 가져왔다. 저자는 인류가 고안한 것 중 가장 빠르게 전파된 것으로 담배를 꼽는다. 그는 “선진국에서 엄격한 통제 아래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 담배이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TV에서 담배광고를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지금은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담배가 유럽에 상륙할 때는 만병통치약으로 높게 평가받았다. 1347년부터 1351년에 걸쳐 대유해한 페스트에 담배가 효과가 있다는 설이 퍼지면서 어른들은 어린이에게까지 담배를 피울 것을 강요했다. 페스트에 겁을 먹은 유럽인들은 페스트가 유행할 때마다 구원을 찾아 담배와 더욱 가까워졌다. 페스트가 담배가 열병처럼 번지는데 크게 기여한 셈이다. 저자는 특히 담배를 빼고 미국을 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북아메리카의 식민지에서 유럽으로 담배를 수출해서 외화를 획득하지 않았다면, 북아메리카에서 식민지를 경영할 수 없었고, 현재의 미국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