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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3년 07월 31일(水)
美國 대 米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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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논설위원

1871년 신미양요(辛未洋擾) 이후에도 대원군의 쇄국정책은 계속됐지만 개방을 영원히 거부하진 못했다. 영어라는 외국어가 본격 수입되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 무렵이다. 1857년에 알파벳을 소개한 책자가 이미 나와 있었다. 저자는 당대의 실학자로 유명한 최한기. 그는 중국의 ‘해국도지’와 ‘영환지략’ 같은 지리서를 바탕으로 세계 지리책 ‘지구전요(地球典要)’를 편찬, 26자의 알파벳을 한 자 한 자 소개했다. 자못 흥미롭다. 영문 첫 글자 A는 여덟 팔(八) 밑에 두 이(二)자로 소개하면서 음은 ‘애(挨)’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B는 한 일(一)자 없는 콩 두(豆)자로 쓰고 ‘비(碑)’로 읽는다고 했다. C는 새 을(乙), I는 장인 공(工), J는 고무래 정(丁)으로 쓰니 모양도 비슷했다. 하지만 무척 낯설었을 것이다.

알파벳 다음으로 만나는, 나라 이름 같은 지명은 더욱 더 어렵다. ‘아메리카’의 한자식 외래어는 ‘미리견(米利堅)’. 쌀 미(米)자 대신 아름다울 미(美)자나 두루 미(彌)자를 쓰기도 했다. 미국인이 ‘어메리컨’이라고 말했지만 두음 ‘어’는 들리지 않고 ‘메리컨’만 들렸던 모양이다. 그래서 ‘미리견’만 남았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중국과 일본의 언어 특성이 개입된다. 중국어로 ‘美’는 ‘메이’, ‘米’는 ‘미’로 읽는다. 그 반면 일본어로는 각각 ‘미’와 ‘메’ 또는 ‘베이’로 읽는다.

오늘날 일본에서는 미국의 ‘미’자를 ‘米’로 쓰고, 중국에서는 ‘美’로 쓴다. 같은 한자 문화권이지만 서로 다른 한자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자가 ‘米’자든 ‘美’자든, 쌀의 나라라거나 아름다운 나라라는 뜻이 아니다. 그냥 발음대로 표기한 한자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해방 이후 한때 ‘米國’이라고 표기했던 것은 일제의 영향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후 한글맞춤법과 외래어 표기법이 보급되고 일본 용어 순화 활동이 계속되면서 한국에서는 ‘美國’이 자리 잡고, 북한 지역에서는 ‘米國’이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6·25전쟁 정전 기념일을 기해 ‘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60년 전의 낡은 용어가 회자되고 있다. 이 말은 1950년 10월 중국군이 참전하면서 생겨난 것이지만, 북한의 우리말 사전에도 올라 있다. 평양에서 발간된 조선말대사전(1992년)과 조선말사전(2004년)에서는 원어를 ‘抗米援朝’라고 분명히 밝혀 놓았다. 미국을 가리키는 한자를 중국식 ‘美’가 아니라 일본식 ‘米’자를 사용하는 것이다. 항일투쟁 했다는 김일성의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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