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1.9.22 수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피니언
[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3년 08월 05일(月)
나치 문양과 욱일기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엄주엽 / 체육부장

그리스의 19세 이하 축구대표팀의 주장이었던 기오르고스 카티디스는 단 한 번의 실수로 축구인생을 접을 처지에 놓였다. 그리스 프로리그 AEK아테네의 미드필더였던 카티디스는 지난 3월 한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관중석에 나치식 경례를 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열아홉 살 어린 선수의 ‘치기’에서 나온 행동이었지만 대가는 혹독했다. 손꼽히는 유망주였던 그는 영원히 그리스 대표팀에서 추방됐다. 소속팀에서도 쫓겨나 이탈리아 2부 리그로 옮겼지만 ‘나치식 경례’는 꼬리표처럼 따라붙어 그는 사실상 선수 생명이 끝난 것으로 간주된다.

유럽에서 나치를 흉내 내거나 그것을 상징하는 문양인 하켄크로이츠를 내건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특히 하켄크로이츠는 곧 홀로코스트와 연결돼 유럽인들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만큼 금기의 대상이다. ‘전범국’인 독일의 뼈를 깎는 반성과 피해자인 유럽 각국의 철저한 역사인식과 처벌이 있었기에 지금처럼 자리 잡았다. 서구인들의 잠재의식에 그 상징성이 뿌리내린 것이다.

나치가 하켄크로이츠를 앞세우고 인류사에 남을 만행을 저질렀다면 일본 제국주의는 소위 ‘욱일기’를 내걸고 나치에 못지않은 참극을 벌였다. ‘전범기’(戰犯旗)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일본 체조선수들이 이 전범기의 문양을 본뜬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렀다. 독일 선수들이 하켄크로이츠를 가슴에 새긴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거나 진배없다. 독일이 그랬다면 올림픽에서 퇴출됐을 것이다. 몇 년 전 유럽축구에선 한 응원단원이 팔에 하켄크로이츠 문신을 한 것조차 카메라에 잡히면서 구단이 벌금을 물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응원에서처럼 일제의 전범기는 여전히 망령처럼 등장하고 있다. 나치와 일제의 만행은 무게가 다른 건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각국이 독일에 했듯이, 일본에 대해 전범국에 합당한 처벌을 못한 게 원인일 것이다. 문제는 세계인들에게 일제의 전범기가 하켄크로이츠처럼 인식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하다못해 우리와 같은 피해 당사국인 중국이나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 일본이 전범기를 여전히 해상자위대의 깃발로 사용하고, 각종 문양과 경기장의 응원도구로 등장시키지만 한국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시아 국가는 없다.

이번에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의 개헌 망발과 철회 과정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아소가 ‘나치식’의 개헌을 들먹이지 않았다면 과연 세계 각국이 이번처럼 즉각 반발해 발언 철회까지 끌어낼 수 있었겠냐는 것이다. ‘개헌’보다는 ‘나치식’이라는 발언에 서구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일본이 전범기를 계속해 꺼내 드는 작태를 막기 위해서는 ‘욱일기=하켄크로이츠’라는 상징성을 세계인들에게 심어주는 캠페인이 필요하다. 이런 운동이 미국 교포사회에서 없지는 않았지만 영향은 미미했다.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연대가 관건으로 보인다. 정부가 나서기보다는 정치권이나 시민단체들이 연대의 고리를 만들어 캠페인을 시작할 수 있다. 연대를 통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축구연맹(FIFA) 등에도 지속적인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ejyeob@munhwa.com
[ 많이 본 기사 ]
▶ 텃밭 민심 요동?…“호남 지지율, 이낙연 38.5% 이재명 30..
▶ 약혼남과 여행 떠났다 실종된 20대 여성, 시신으로 발견
▶ 중국인 1명, 5년간 건강보험 30억원 타갔다
▶ 토니안 “어릴 때 부모님 이혼… 새어머니 여러 명”
▶ 화천대유 ‘거액의 수상한 자금’ 역추적 진행 중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숨진 목사 손가락 자른 뒤 반지 훔..
SUV 중앙선 넘어 승용차·버스 ‘꽝꽝’..
“도망가면 죽어” 전 여친 열흘 넘게 감..
與청년대변인 ‘패배자 새X’ 막말 논란..
윤석열 28.1% · 이재명 24.4%… 양자..
topnew_title
topnews_photo 미국의 20대 여성이 약혼자와 함께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떠났다가 시신으로 발견돼 사건의 전말을 놓고 궁금증이 일고 있다.같이 여행..
mark같은 학교 여친과 성행위한 중학생 성폭력범 될 뻔
mark“이게 웬 떡”…조상 땅 찾아 횡재한 후손들 올해만 11만명
화천대유 ‘거액의 수상한 자금’ 역추적 진행 중
중국인 1명, 5년간 건강보험 30억원 타갔다
이준석 “이재명 갑자기 왜 1원도 안받았다고 강조하..
line
special news 토니안 “어릴 때 부모님 이혼… 새어머니 여러 명..
가수 토니안이 가정사를 고백했다.20일 방송된 SBS 플러스·채널S ‘연애도사 2’에 토니안이 출연했다.이날..

line
“세계적이라던 문준용, 왜 국민 혈세로만 지원받나..
텃밭 민심 요동?…“호남 지지율, 이낙연 38.5% 이..
‘국민’ 아닌 ‘외국인’도 코로나 국민지원금 받는다?
photo_news
‘예능감 짱’… 윤석열·이재명·이낙연, 예능 재미..
photo_news
배우 서이숙, ‘심장마비 사망’ 또 가짜뉴스
line

illust
코로나 방호복 입은 ‘의사 안철수’, 추석 연휴 검체채취 봉사

illust
“굉장한 놀이기구였다”…스페이스X 우주 관광객 무사 귀환
topnew_title
number “숨진 목사 손가락 자른 뒤 반지 훔쳐가”…잔..
SUV 중앙선 넘어 승용차·버스 ‘꽝꽝’…1명 사..
“도망가면 죽어” 전 여친 열흘 넘게 감금하고..
與청년대변인 ‘패배자 새X’ 막말 논란…野 “..
hot_photo
보호종 펭귄 64마리 떼죽음… 벌..
hot_photo
MLB 진기명기…외야 뜬공 맨손..
hot_photo
청산가리보다 10배 강한 독성 지..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1년 1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