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사진과 함께 ‘디자인 강국’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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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디자인여행 / 지은경 글, 세바스티안 슈티제 사진 / 안그라픽스

유럽 북서쪽, 우리나라의 경상남북도를 합친 정도의 작은 나라 벨기에. 벨기에는 와플과 홍합요리, 브루게의 레이스와 앤트워프의 다이아몬드시장으로 기억되는 나라다.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와 소설가 아멜리 노통브도 벨기에 사람이다. 어떤 이는 만화 ‘틴틴’과 ‘스머프’가 벨기에 작가의 작품이며, 명품초콜릿 ‘고디바’가 벨기에 제품이라는 사실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사실 벨기에는 유럽사에서 플랑드르로 더 친근하다. 네로와 개 파트라슈가 등장하는 만화 ‘플란더스의 개’의 배경인 플란더스는 현재 벨기에의 북쪽 플랑드르를 뜻한다. 만화에 등장하는 바로크의 거장 루벤스가 플랑드르 출신, 즉 벨기에 사람이다. 벨기에라는 국명이 다른 유럽나라에 비해 덜 친숙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플랑드르가 그렇듯 벨기에·벨기에문화는 우리의 일상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디자인 관련 글을 쓰는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벨기에의 디자인 문화를 지리적 특성과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풀어낸다. 네덜란드어·프랑스어·독일어 등 3개 국어를 사용하고, 다양함 속에 절충과 합의를 이뤄내는 특유의 개인주의를 읽어내며, ‘여러 가지가 공존하고 혼합돼 나름대로의 스타일’을 띠는 벨기에 디자인의 특성을 짚어낸다. 다른 시대, 각기 다른 디자인의 물건들이 모여 산만한 듯 뒤섞여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고 있음을 디자이너, 디자인 등 구체적인 실례와 더불어 이야기한다.

책에 등장하는 패션 분야의 드리스 반 노턴, 마틴 마르지엘라, 도예의 피에트 스톡만, 크리스털 명가 발생람베르, 신진디자이너를 발굴하는 플랑드르디자인재단 등 벨기에 출신의 스타디자이너 및 브랜드도 다채롭고 화려하다. 벽돌건물들이 특유의 도시 풍광을 연출하는 브루게, 겐트, 브뤼셀, 앤트워프 등 도시 디자인을 비롯해 와플, 맥주, 초콜릿부터 의상, 가구, 건축까지 일상의 의식주와 더불어 ‘디자인 강국’ 벨기에를 이야기한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풍경부터 디자인 가구와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생생한 사진들도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1846년 색소폰을 만든 아돌프 삭스가 벨기에 출신이며, 온천 목욕을 뜻하는 스파가 중세시대 유럽 왕족이 즐겨 찾았던 벨기에의 동쪽 도시 지명이다. 책을 통해 디자인뿐 아니라 벨기에의 다양한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