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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8월 13일(火)
설명할 수 없는… 삶… 해결할 길 없는
■ 연극 ‘죽음의 집2’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그로테스크하다. 꿈인지 현실인지 아리송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알레고리(寓意·우의)로 가득하다. 지난 8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죽음의 집2’(사진)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극 전반을 감싸고 도는 모호한 분위기일 것이다. 논리적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이 같은 분위기로 인해 모든 것이 가능한 일로 여겨진다.

시골 의사가 있다. 비가 쏟아지는 깊은 밤, 창밖에 웬 여자가 나타나 급한 왕진을 청한다. 게다가 여자는 말을 못한다. 손짓 발짓으로 애원하는 여자의 간청에 못 이겨 찾아간 집에는 더욱 수상한 가족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의사에게 환자를 보여주지는 않고 이상한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어느 날 밭 한가운데 나타났다는 집채만 한 바위가 저절로 굴러 집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노파는 바위 때문에 화병으로 죽은 남편 이야기를 털어 놓고, 남편과 각별한 사이였다는 사내는 자신이 힘들게 살았던 시절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다.

의사는 환자를 보여 달라고 요구한다. 아니면 돌아가겠다며 집을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쏟아지는 폭우에 다시 돌아오고, 노파와 가족들은 여전히 딴짓만 해댄다. 마침내 환자인 아들을 의사에게 보여주기 위해 몸을 씻기겠다며 방으로 들어간 노파는 손을 다쳐 나온다. 게다가 오빠의 방에 들어가 있던 여동생이 허벅지에 피를 철철 흘리며 뛰쳐나오는 지경에 이른다. 도대체 이 가족들에게 숨겨져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연극 ‘죽음의 집2’는 몇 가지 코드로 읽을 수 있다. 우선, 의사라는 직업이 갖는 상징성이다. 극 중 사내의 대사에서도 나오듯 의사란 병을 고치는 사람이다. 하지만 산속 가족이 처한 상황은 의사가 손을 댈 수 없는, 심지어 가까이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열악하다. 즉, 병을 치유해야 하는 의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빈곤이 이들 가족을 뒤덮고 있는 것이다.

집을 점점 더 치고 들어오는 바위도 상징적이다. 등장인물들의 대사에 따르면, 이 바위는 밭을 일구기 위해 들어낸 돌들이 힘을 합쳐 바위가 되어 인간을 공격하고 있다. 어쩌면 인간의 탐욕에 대한 자연의 복수를 나타내는 듯하다. 무엇보다 그로테스크한 것은 의사의 꿈속에 등장하는 환자, 즉 아들(오빠)의 상황이다. 배가 고파 쥐를 잡아먹다 스스로 쥐가 돼버린 아들은 마치 카프카의 변신에 나오는 주인공과 흡사하다. 오빠를 인간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허벅지 살을 도려내는 여동생은 또 다른 설화를 떠올리게 한다. 왜, 죽어가는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허벅지 살을 도려내는 아들의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이처럼 갖가지 코드가 버무려져 있는 연극은 그 어떤 특정한 해석을 섣불리 용납하지 않는다. 오히려 극 전반에 걸쳐 있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그 자체로 이 극의 주제를 설파하고 있다. 이성과 상식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삶의 모호함과 비극성이 바로 그것이다.

연극의 원작은 고 윤영선(1954∼2007) 극작가의 미발표 유작이다. 뼈대만 갖춰져 있는 원작에 살을 붙인 이는 고인이 평소에 아낀 최치언 작가. 여기에 극단 백수광부 대표인 이성열 연출과 단원들이 힘을 합쳐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그 결과, 고인의 유지를 십분 살린 작품이 관객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고 있다. 김학수·정은경·김현영·정훈·유시호·김원진·민해심 등 출연. 02-889-3561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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