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결핵 4만여명… 여전히 감염 1위… 동남아 여행자 ‘유비저菌’ 사망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중구 봉래동 서울역광장에서 노숙인들이 서울시와 대한결핵협회에서 실시하는 무료 결핵 검진을 받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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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웨스트나일열, 유비저, 치쿤구니야열, 중동호흡기증후군, 조류인플루엔자A(H7N9)…. 과거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감염병에 대한 소식이 매스컴을 통해 잇달아 들려온다. 국내 첫 감염, 국내 첫 사망, 국내 첫 발견, 신종 등의 수식어도 항상 따른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정부는 ‘제1차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5년간 국내 감염병 발생량을 현재의 80% 수준으로 줄이고, 탄저·두창(천연두) 등 감염병을 이용한 생물학적 테러를 대비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제 교류 증가와 새로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결핵, 수두 등 기존에 잘 알려진 감염병 외 새로운 감염병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감염병의 개념과 현황,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을 두루 살펴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1. 감염병이란

기생충, 세균, 바이러스 등 병원체가 인간이나 동물의 몸을 숙주로 이용해 침입, 증식하면서 질병 또는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뜻한다. 과거 ‘전염(傳染)병’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용어가 주는 공포감과 오해를 막기 위해 공식 명칭이 감염(感染)병으로 변경됐다. 전염이라는 용어에는 병이 인간과 인간 사이에 널리 전파될 수 있다는 의미를 포함하지만, 실제 감염병 안에는 인간 사이 전파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추정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령 지난해 국내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라임병의 경우 진드기에게서 사람으로 옮겨지지만, 인간 사이의 전파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따라서 전염병은 감염병 가운데서도 전염력이 강해 소수의 병원체로도 쉽게 감염되고 불특정 다수에게 옮아가는 질병에 한정해 쓴다.

병원체는 주로 접촉, 호흡기나 물, 음식을 통해 몸 안에 들어오거나 모기 등 매개체 혹은 성관계를 통해 옮겨진다.

2. 법정감염병엔 어떤 게 있나

현존하는 감염의 위험성이 있어 국가가 법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감염병을 이른다. 현재 보건당국은 콜레라, 홍역, 말라리아, A·B형 간염 등 총 75종의 법정감염병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법정감염병은 크게 5개군의 감염병과 지정감염병으로 분류된다. 제1군 감염병은 물이나 식품을 통해 발생하는 콜레라, 장티푸스, 세균성이질 등 6종을, 제2군 감염병은 예방접종을 통해 관리가 가능한 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등 10종을 담고 있다. 이어 제3군 간헐적 유행 가능성이 있는 감염병(결핵, 말라리아, 탄저 등 19종), 제4군 국내에서 새로 발생했거나 발생 우려가 있는 감염병(뎅기열, 조류인플루엔자, 황열 등 17종), 제5군 기생충에 의한 감염병(간흡충증, 폐흡충증 등 6종) 등이 있다. 이외 지정 감염병에는 C형 간염, 수족구병, 임질, 아데노바이러스 등 17종이 포함된다.

3. 국가 필수예방접종 대상은

정부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역시 법으로 예방접종 대상을 지정, 국민들에게 접종을 권하고 그 비용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감염병 중 하나로 꼽히는 두창과 어린이에게 마비장애를 일으키는 폴리오에 대한 예방접종이 실시돼 박멸 또는 퇴치 수준에 도달했다. 박멸 또는 퇴치 수준은 해외 유입 사례를 제외하고 국내 발생이 없거나 10만 명당 발생 환자 수가 0.1명 이하일 때를 의미한다.

현재 정부는 결핵, B형 간염,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폴리오, 홍역, 유행성이하선염, 풍진, 수두, 일본뇌염,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등 11종을 어린이 예방접종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또 고위험군에 한해 장티푸스, 인플루엔자, 신증후군출혈열, 노인성폐렴구균 등 4종을 예방접종하고 있다. 어린이 예방접종의 경우, 보건소 외 의료기관을 이용해 예방접종을 받게 되면 5000원의 개인부담이 있는데 내년부터 전면 무료화될 예정이다. 고위험군 예방접종은 보건소에서만 무료로 실시된다.

현재 정부는 예방접종에 993억 원(지난해 기준)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고, 내년에는 예방접종 무료화와 함께 접종 대상도 2종을 추가해 관련 예산을 1200억 원으로 늘려잡았다.

4.발생률 1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감염병은 결핵이다. 결핵은 호흡기를 통해 몸속에 들어간 결핵균에 의해 감염된다.

주로 영양섭취가 부족한 사람들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대표적인 ‘후진국병’으로 꼽히는데,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로 신고된 전체 감염병 환자 9만3119명 가운데 4만126명(43.1%)이 결핵 환자였다. 조류인플루엔자가 대유행했던 2009∼2010년을 제외하고, 최근 10년간 결핵은 감염병 발생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2002년 당시에는 전체 감염병 중 결핵의 비중이 81%에 이르기도 했고, 대체적으로 40∼50%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결핵이 우리나라에서 맹위를 떨치는 데는 이미 과거 결핵균이 만연하게 퍼졌고, 결핵균 보균자에 대한 관리 체계가 느슨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항생제가 듣지 않는 다제내성 결핵이 매년 1800건씩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5. 박멸·퇴치된 질병은 없나

홍역, 파상풍, 일본뇌염, 콜레라, 폴리오, 풍진, 디프테리아, 두창 등 8개 감염병은 이제 쉽게 볼 수 없는 질병이 됐다. 홍역은 지난 2001년까지만 해도 한해 2만3060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등 특히 어린아이를 가진 부모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전면 예방접종이 실시된 후 발생이 급감해 지난해 단 3명의 환자만 기록됐다.

지난해 콜레라, 디프테리아, 폴리오, 두창의 경우 환자 발생이 단 한 건도 없었고 파상풍은 17명, 일본뇌염 20명, 풍진 33명의 환자를 기록했다. 이들은 발생률이 인구 10만 명당 0.1명 이하로 박멸 또는 퇴치 수준에 있다.

보건당국은 5년 내 백일해, 세균성이질, 파라티푸스, 장티푸스, 말라리아 등 5개 감염병 또한 박멸 또는 퇴치 수준으로 발생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들 질환은 현재 연간 50∼500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되고 있다.

6. 신종 감염병의 습격

작은소참진드기가 옮기는 SFTS가 대표적인 사례다. SFTS는 2010년 중국에서 처음 발견됐고, 올해 초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도 환자 발생이 확인됐다. 감염병 자체가 국가 간 이동을 한 것은 아니고, 본래 각국에 존재하고 있던 질환이 뒤늦게 ‘알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국내에서만 23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12명이 사망했다.

국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 현지의 풍토병에 감염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해 아프리카 기니를 방문했던 A(61) 씨가 현지 모기에 물려 국내 첫 웨스트나일열 환자로 기록됐고, 올해는 첫 치쿤구니야열 환자와 첫 유비저 사망 환자가 발생했다. 이외 라임병, 뎅기열, 말라리아 등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유입되는 해외 감염병이 증가추세다.

7. 변종 양산하는 인플루엔자

2000년대 들어 가장 활동이 두드러진 감염병은 단연 인플루엔자(독감)다. 인플루엔자는 A·B·C형이 있는데 특히 A형이 15개의 H와 9개의 N으로 변종을 만들어가며 인간 체내에 침투한다. 지난 2009∼2010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신종 인플루엔자는 H1N1형으로, 국내에서도 2년간 무려 76만여 명의 환자를 낳았다. 2000년대 초 중국에서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는 H5N1형이고, 지난 겨울 미국을 강타한 것은 H3N2형이었다.

최근 보건당국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인플루엔자는 현재 중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H7N9형이다. 중국에서는 지난 3월 첫 감염환자가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45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환자가 아직 확인된 바 없다. 인플루엔자는 이렇듯 다양한 변종이 생겨나고, 예방접종 효과도 6개월 정도로 짧기 때문에 백신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8. 의료 관련 감염 확률은

병원 내에서 발생하는 의료 관련 감염 또한 새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의료 관련 감염은 장기이식, 항암 치료 등으로 면역이 약해진 환자가 늘고, 감염병의 원인이 되는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경우가 많아 더욱 문제가 된다. 현재 보건당국은 반코마이신내성황색포도알균(VRSA), 반코마이신내성장알균(VRE), 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알균(MRSA), 다제내성녹농균(MRPA), 다제내성아시네토박터바우마니균(MRAB),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RE) 등 6종의 의료감염병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들 균은 항생제가 잘 듣지 않아 슈퍼박테리아(다제내성균)로 불리며 환자를 위협하고 있다.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는 지난 2011년 입원 환자의 5∼10%에서 의료 관련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슈퍼박테리아는 항생제를 많이 쓰는 의료 환경에서 내성이 생긴 변종이 생겨나기 때문에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9. 생물학 테러에 의한 감염 우려

생물학적 테러에 이용 가능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탄저, 페스트, 두창 정도가 꼽힌다. 탄저균과 페스트균은 호흡기를 통해 감염이 되는데, 확산이 빠르고 치명률이 높다는 점에서 무기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

탄저균은 폐 조직에 출혈·괴사 등을 일으켜 결국 호흡 곤란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데, 초기 항생제 치료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 치명률이 95%에 달한다. 페스트는 중세시대 유럽 인구의 3분의 1(2500만 명)을 죽음으로 몰았으며, 치사율이 30∼50%로 알려져 있다. 이들 질병은 기존의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현재 정부가 유사시를 대비해 비축하고 있는 항생제 양은 7만 명분에 불과하다. 두창은 현재 ‘사라진’ 질병으로 여겨지지만 그렇기 때문에 공격 무기로 더 가치가 있다. 정부는 현재 전 국민의 19%(935만 명)가 1회 접종할 수 있는 수준으로 비축하고 있는 두창 백신의 양을 2022년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10. 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

백신은 체내에 인위적으로 항체를 형성시켜 내성을 갖게 하기 때문에 감염에 대한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하지만 백신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1조 원이 넘는 연구개발 비용과 10∼15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수백 개에 달하는 감염병에 대한 백신을 모두 개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발생이 많지 않은 쯔쯔가무시병, 탄저 등 감염병이나 SFTS,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 새로 발견된 감염병은 백신이 없다. 현재 정부는 탄저와 국산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을 각각 2014년, 2015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백신을 통한 예방이 어렵다면 다음으로는 감염병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는 것이 감염병 관리의 핵심이다. 세균 감염은 다행히 내성균이 아니라면 현재 나와 있는 항생제로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문제는 바이러스다. 바이러스 감염을 치료하려면 각각의 항바이러스제가 필요한데, 항바이러스제 또한 백신과 마찬가지로 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미래학자들이 신종 감염병을, 환경 파괴와 함께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주요 요소로 꼽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