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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게재 일자 : 2013년 08월 16일(金)
“심봉사 눈뜰땐 환자들 눈물… 노래하던 저도 먹먹”
콩쿠르 상금 미숙아 치료에 기부한 국악고 3년 이성현군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만 4세에 판소리를 시작, 7세에 ‘흥보가’를 완창해 ‘판소리 신동’으로 불렸던 이성현(18·국립국악고3) 군이 지난 7월 수상한 동아국악콩쿠르 학생부 최고상의 상금 전액을 16일 ‘미숙아를 위한 치료비로 써달라’며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다. 이 군이 미숙아 치료를 위한 기부를 결심한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병원에서 판소리 공연을 하면서 느꼈던 감동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군은 흥보가를 완창한 이듬해인 2003년 추석연휴에 친척 병문안을 갔다가 우연히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해 공연을 하게 됐다. 첫 병원 공연에서 어린 이 군은 큰 감동을 받았다.

이 군의 어머니 이복순(45) 씨는 “초등학교 1학년이던 성현이가 첫 병원 공연을 한 뒤에 ‘또 병원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졸랐는데, 아마 환자와 보호자들이 보내준 큰 박수소리에 감동했던 모양이었다”고 말했다. 병원 공연에서 감동을 받은 건 환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이 군은 ‘사랑의 음악회’란 이름으로 20여 차례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한양대병원과 복지관 등에서 재능기부를 통한 판소리 공연을 했다. 이동식 침대에 눕거나 휠체어에 앉은 환자와 보호자들은 ‘판소리 마니아’는 아니었지만, 이 군에게는 누구보다 기억에 남는 관객이었다.

“공연장에서는 추임새를 넣으며 적극적으로 즐기는 관객이 많지만, 병원에서는 그렇진 않아요. 대신 큰 박수를 보내는데 이 소리에 뭐라 말할 수 없는 진심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감동이 컸어요.”

이 군은 “심봉사가 심청이를 만나 눈 뜨는 장면에서 공연장이 눈물바다가 된다”며 “몸이 아프고 마음도 지쳤던 환자와 그 가족이 자신의 소원을 이룬 것처럼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군은 그러나 중학생이 되면서 병원 공연을 접어야 했다. 변성기에 무리하면 평생 소리를 못할 수 있어 가성만 사용하는 등 극도로 조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어머니의 위암수술과 이 군의 허리디스크 투병도 병원 공연을 하는 데 장애가 됐다. 그러나 고3이 된 올해 목소리를 사용해도 좋다는 판단에 바쁜 입시준비에도 재능기부를 다시 시작했다. 지난 3월, 6시간에 걸쳐 춘향가를 완창한 이 군은 “명실상부한 ‘판소리 명창’으로 인정받는 게 꿈”이라며 “판소리가 앞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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