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調요구 85회… 보고서 채택은 10건뿐

이번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또한 역대 국조처럼 시작만 요란했을 뿐 파행을 거듭, 정쟁만 하다 끝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정원 국조를 포함해 13대 국회 이후 국회의 국정조사 요구는 85건에 달하지만, 이중 조사활동에 착수해 결과보고서를 채택한 경우는 10건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20일 국회 사무처 등에 따르면 1988년 제13대 국회부터 현재 19대 국회까지 여야는 총 85건의 국정조사를 요구했지만 실제 조사계획서를 승인받아 조사에 착수한 것은 24건에 불과하다. 국조 실행률이 30%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19대 국회의 경우에도 국정원 댓글 의혹, 진주 의료원 폐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등과 관련된 7건의 국조 요구가 있어왔다. 하지만 실제 특위가 구성돼 조사활동이 이뤄진 것은 국정원 국조와 공공의료 정상화(진주 의료원) 국조 등 단 2건에 불과하다.

여야가 어렵사리 합의해 국조를 실시한다 하더라도 절반 이상은 결과보고서 채택도 못한 채 종료됐다. 오는 23일 활동을 종료하는 국정원 국조도 여야 이견으로 결과보고서 채택이 어려운 상황이다. 결과보고서를 채택한 국조가 24건 중 10건에 그친 것은, 나머지 14건에 대해 제도 개선 방안을 정부에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국회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이는 국조 활동이 정쟁에만 매몰돼 대부분 용두사미로 끝난 탓이 크다. 이내영(정치외교학) 고려대 교수는 “국민적 의혹을 풀고, 객관적 조사를 통해 여야 공방이 있더라도 입장이 수렴되고 해결점을 찾는 게 국조의 취지인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일수록 여야 모두 자신들의 입장만 확인하고 정치적 입지를 높이는 정쟁의 장으로 악용된다”고 지적했다.

이정희(정치외교학) 한국외국어대 교수 또한 “여당은 무조건 국정원 감싸기를 하고, 야당은 답을 정해놓고 정치적 이득만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여야 대결이 아닌, 행정부 견제 장치로서 국조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