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버블경제 까발리는 日드라마에 열도 ‘열광’

  • 문화일보
  • 입력 2013-08-2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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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半澤直樹). 1992년 산업중앙은행 입행. 현재 도쿄중앙은행 오사카(大阪) 서부지점 융자과장.

평범한 이력의 샐러리맨 ‘한자와 나오키’가 일본 열도를 뒤흔들고 있다. 일본 TBS에서 방영되고 있는 동명의 드라마가 순간 시청률 30%를 돌파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는 가운데, 주인공 한자와는 평범한 직장인들의 롤 모델이자 후진적 조직문화로 대표되는 일본식 경제구조를 개혁해나가는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드라마는 지점장의 지시로 이뤄졌던 중소기업 부실대출의 책임을 지게 된 한자와가 상사와 조직의 압박을 정면돌파하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상사의 잘못을 부하직원에게 떠넘기는 행위, 조직 내부의 파벌 다툼과 권모술수, 실적 부풀리기 등 ‘대기업병’이라고 불리는 일본 기업문화의 현실을 신랄하게 묘사한다. “당하면 배로 갚는다”, “부하의 공은 상사의 것, 상사의 실패는 부하의 것” 등의 대사도 유행어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드라마는 일본의 현대 경제사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드라마에서 한자와가 일하는 도쿄중앙은행은 입사 당시의 산업중앙은행이 도쿄제일은행과 합병하면서 출범한 ‘메가뱅크’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1970년대 중반까지 13개에 달했던 시중은행이 2000년대 금융위기 속에 인수·합병을 거치면서 길고 복잡한 이름의 초대형 은행 3개로 정리됐다. 출발도, 성장과정도 전혀 다른 기업이 합쳐지면서 생기는 출신별 파벌, 자기 파벌 부하직원을 주요 보직에 앉히려는 ‘인사 전쟁’ 등은 대규모 합병 이후의 현실이라는 평가다.

한자와가 묘사하는 1990년대 초 버블경제 후반기 입사 세대인 ‘버블 입사 그룹’의 암울한 현실도 공감을 사고 있다. 호황기 주요 기업들의 대규모 채용이 잇따르면서 비교적 손쉽게 회사에 입사한 버블세대는 경제 위기 이후엔 인원이 많은 기수라는 이유로 구조조정 대상 1순위로 꼽혀왔다. 업무에 적응돼 갈 무렵 보급된 컴퓨터, 인터넷과 씨름하면서 시대의 변화를 정면으로 겪었고, 이제는 중간관리자로 상사와 부하직원 양쪽의 압박을 받고 있다.

한자와의 ‘투쟁’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가 선포한 구조개혁과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 경제의 난관과 변화를 상징하는 버블세대 한자와가 상사·조직과 싸워나가는 모습이 최대 경제 현안으로 꼽히는 일본의 체질 개선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버블세대’인 에바타 히로토(江端浩人) 사업구상대학원대학 교수는 아사히(朝日)신문을 통해 “한자와는 (경직된) 일본 특유의 기업문화 속에서 싸우는 사무라이 같다”면서도 “모두가 한자와처럼 된다면 일본의 기업은 유지되지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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