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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8월 22일(木)
정치 양념 + 상업적 재미… ‘한국적 사회파 영화’ 극장가 점령
김병우·김성수 감독 “현실 풍자 했지만 정치적 의도는 없어”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여름 극장가 한국 상업영화가 현실 정치와 사회에 돌직구를 날리며 ‘정치’를 상업적 소재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계급 투쟁을 정면으로 다뤘다면 하정우 주연의 ‘더 테러라이브’(감독 김병우)는 부패한 언론과 무책임한 정치권을 과장될 정도로 풍자했다. 이어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로 인한 도시 재난을 그린 김성수 감독의 ‘감기’도 대규모 재난과 함께 재난 속에서 자기 잇속만 챙기는 정치권 모습을 영화의 또 다른 축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로 밀려난 도시 빈민, 집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과도한 집착과 뒤엉킨 계급상승 욕망을 배경으로 한 손현주 주연의 ‘숨바꼭질’(감독 허정)도광범위한 사회파 장르영화 그룹에 넣을 수 있다. 이들은 제작 시기도 다르고 스타일도 4편 4색이지만,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영화가 동시에 개봉돼 박스오피스 1∼4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 정치풍자는 YES, 정치적 의도는 NO = 개봉 19일 만에 5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더 테러라이브’에 대해 일부에서는 언론과 정치권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지나치게 거칠다는 지적도 있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은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 지배층에 대한 통쾌한 돌직구’라거나 ‘시대 상황과 기득권 정치세력에 날린 통렬한 어퍼컷’이라고 평하고 있다.

‘감기’에 대해서도 재난지역을 봉쇄하고 감염자를 상대로 발포 명령까지 내리는 정치권 이야기가 전체 이야기와 겉돈다는 비판 속에서도 “재난 상황 속 정치인과 지도자를 통해 우리 현실을 볼 수 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관객들의 정치적 해석에 대해 정작 감독들은 꽤 부담스러워하며 “정치적 풍자는 있지만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고 말한다. ‘더 테러라이브’의 김병우 감독은 “테러를 다루다보니 당연히 미디어 문제가 따라왔다. 영화는 자연스럽게 시대를 반영하지만, 영화에서 상업적 재미가 1순위이고 사회적 메시지는 그다음”이라고 밝혔다. ‘감기’의 김성수 감독도 “재난 상황을 전개하다보니 현실적 개연성과 영화적 재미를 높이기 위해 정치권의 움직임이 들어갔다”고 밝혔다. ‘숨바꼭질’의 투자사 뉴의 박준경 팀장도 “영화에 사회상이 반영됐을 때 진짜 같은 개연성도 높아진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이 관객들을 강렬하게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 한국 사회파 장르영화 = 이 같은 정치와 현실의 상업적 호출에 대해 영화평론가 강유정 씨는 ‘한국적 사회파 장르영화’로 설명했다. 할리우드에서는 중앙정보국(CIA)이나 정치권 또는 대기업의 음모를 드러냄으로써 미국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상업영화들이 있고, 일본의 경우 소설시장에서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나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 같은 사회적 문제를 다룬 사회파 추리가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사회파 대중 서사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가장 대중적 장르인 영화 쪽에서 이러한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병우 감독도 “같은 스릴러, 같은 재난 영화라도 할리우드 영화와 차별되는 지점은 결국 한국적 상황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런 영화들이 한꺼번에 나오고, 관객들이 이에 크게 호응하는 것에 대해 강 씨는 “국민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정치적 관심이 대선, 총선 투표 같은 특정한 시기의 일회적 행위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존과 일상을 정치로 연결시킬 수 있는 단계가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상업적 정치 양념 = 하지만 이 같은 영화들이 정치적 메시지를 보여준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상업적 소재주의라는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무능, 부패가 주인공의 정당성과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조연이자 배경으로 등장하는 상업적 전략이기 때문이다. 강 씨는 “결국 ‘더 테러라이브’도 정치적 문제를 건드릴 뿐 그 이상 나가지 못했다”며 “상업영화의 정치적 양념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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