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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8월 23일(金)
외도·불륜은 생물학적으로 불가피한 현상
피할 수 없는 不倫, 드러내놓고 해결하자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불륜예찬 / 프란츠 요제프 베츠 지음, 송명희 옮김 / 율리시즈

당혹스러울 만큼 도발적이다. 책은 제목 그대로 ‘불륜’을 ‘예찬’한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눈길 좀 끌어보겠다는 호사가가 아니라 독일 대학에서 철학과 윤리학을 강의하는 철학자가 쓴 책이라서 당혹감은 더하다. 지조의 약속을 어기고 배우자에게 거짓말을 일삼으며 욕망을 좇아 비밀스럽게 유지하는 외도를 정당화하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저자는 불륜을 ‘어쩔 수 없음’으로 설득한다. 이런 주장은 성적욕구와 사랑의 감정이란 뇌 속의 호로몬과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에 의한 것이란 전제에서 시작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사랑이란 화학적으로 유도된 정신질환의 일종’일 수도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배우자를 만나지만 사랑과 욕망은 곧 사그라지고 만다. 영원히 지속되는 사랑이란 실현 불가능한 꿈에 불과하다. 오래돼 익숙해진 단계에서는 뇌 속의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의 수치가 뚝 떨어진다. 지루해진 관계를 다시 열정으로 복원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배우자는 배우자라는 일종의 결점을 안고 있다’는 얘기. 그래서 불륜과 외도는 진화생물학적으로, 사회생물학적으로 불가피한 전사회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본디 인간은 지조를 지킬 수 없는 존재이고, 그럼에도 지조를 유지하고 있다면 ‘위반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확신에 찬 단언이다.

저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인간은 늘 새로운 것과 모험에 탐닉하고 그게 불륜처럼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면 거기서 더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고 주장한다. 윤리적이지 않다고? ‘인간이 사고하기 시작한 이래 윤리적 요구와 현실생활은 불균형을 이뤄왔다’는 게 저자의 답이다. 이렇게 사회적 현실과 인간의 욕망 사이를 오가면서 저자는 사랑의 본질과 한계에 대해서 불편할 정도로 집요하게 탐구한다. 이런 과정에서 고전과 철학자의 다양한 텍스트를 들추기도 하고, 때로는 역사적 검증과 생물학적 분석 결과를 내민다.

점입가경. 저자는 도무지 거침이 없다. ‘현대사회에서 어떤 의미에서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는’ 외도나 불륜은 거짓말로 숨기라는 조언도 망설이지 않는다. 캐묻지도 않고 배우자가 상처 입을 것을 뻔히 알면서 사소한 외도를 고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무책임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부정적 결과만 생기는데 무엇 때문에 사실을 말하느냐’고 되묻는다. 그러곤 ‘사실 고객 앞에서나 법정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나 친구들 사이에서도 사실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연출하지 않느냐’고 속삭인다. 인습에 얽매여 관능적인 쾌락을 억누른 채 일탈의 욕망과 열정을 불태우는 이들을 경멸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부러워하면서 맥 빠진 인생을 살 것이냐고 묻는다.

이 책은 인간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쾌락을 옹호하지만, 저자가 정작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현대사회에서 불륜이 막을 수 없는 사실이라면 이 현상을 바람직한 인류의 미래와 공동체의 유대를 위해 드러내고 제도적으로 수용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침없는 저자의 발언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거북한 주장도 하지만, 저자가 하필 이렇게 도발적인 접근법을 택한 것은 쾌락이 난무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과거의 가치로 인간을 옥죄고 있는 현대사회의 욕망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허물기 위한 무기쯤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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