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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8월 23일(金)
‘145년만의 귀향’… 의궤반환 힘들었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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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 이야기 / 유복렬 지음 / 눌와

‘집’ 떠난 조선왕실의궤의 운명은 신산(辛酸)스러웠다. 조선왕조 600년간 왕실의 의식(儀式)과 궤범(軌範)을 화려한 그림과 함께 기록한 의궤는 타고난 고귀한 신분 덕에 강화도 외규장각에 고이 잠들어 있다가 1866년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던 것. 병인양요가 발발하면서 프랑스군이 외규장각을 불태워버렸다.

다행히 프랑스군이 녹색비단 표지와 질 좋은 종이에 화려한 그림으로 장식된 어람용 의궤 유일본을 알아보고 배에 태워서 ‘소멸’의 위기는 피했지만, 정작 ‘고향’에서 그 존재는 완전히 잊어졌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어람용 조선왕실의궤 297권은 1975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던 고 박병선 박사가 찾아낸 다음에서야 다시 빛을 봤다. 그러고도 다시 귀향하는 데 자그마치 36년이 걸렸다. 이 책은 1866년 외세에 약탈당한 뒤 145년간이나 해외를 유랑했던 조선왕실의궤 반환에 관한 이야기다.

프랑스 외규장각 의궤 반환 협상 실무자였던 저자는 1999년 10월 ‘단풍이 깊게 물드는 파리에서’ 외규장각 의궤를 처음 만났던 기억을 생생히 묘사하고 있다. 프랑스 동양서지학자 모니크 코엔의 흰 장갑을 낀 손이 덜덜 떨면서 화려한 천연색 그림을 펼쳐 행사도를 선보였을 때 “가슴이 쿵쾅거렸다.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의궤는 쉽게 돌아오지 못했다. 1991년 첫 반환 요청 이후 1993년 9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수빈휘경원원소도감의궤’를 전달받으면서 급물살을 탈 것 같은 협상이 프랑스 문화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것. 1999년 민간전문가 협상으로 전환하고 2001년 7월 프랑스 소유 어람용 의궤와 국내 분상용 의궤(약탈에 대비해 만든 예비본)를 맞교환하는 방식에 합의하지만, 국내에서 “인질로 잡혀간 장남을 구출하기 위해 차남을 대신 내주는 짓거리”라는 비판을 받고 무효화된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의궤 이야기만 들으면 “지긋지긋해 신물이 난다”고 할 정도였다.

이후 협상은 저자가 튀니지 공관에서 2년간 근무하고 다시 파리로 돌아온 뒤인 2010년에야 재개됐다. 여전히 프랑스는 ‘의궤 대 의궤 맞교환’을 고수했지만 “대가를 받을 생각을 말고 그냥 의궤를 돌려주고 한국 국민들의 영원한 사의(謝意)를 받으라”는 폭탄선언으로 정면돌파하고, 결국 2010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결단’으로 합의에 이른다. 2011년 4월 13일 의궤 1차 반환이 시작될 때 공항에서 이를 지켜본 저자는 그 순간을 “안도감이 밀려왔다”고 표현하고 있다.

한·프랑스의 밀고 밀리는 치열한 실무 협상과정은 흥미진진하다. 1993년 미테랑 대통령이 의궤 1권을 전달할 때 마지막 순간까지 대통령 명을 거부하고 의궤를 담은 함 위에 앉아 경비원에게 떠밀려서야 물러선 뒤 ‘사표’까지 냈던 마담 상송, 프랑스측 협상대표였던 자크 살루아 협상대표의 프랑스어 ‘막말’ 공격, 적이지만 무한한 수다를 통해 상대를 존중한 프레데릭 라플랑슈 당시 프랑스 외무부 동북아과장 등의 이야기는 협상에 직접 실무로 참여하지 않고서는 알기 어려운 이야기다.

국내 외교가에서는 외교전략이나 국제관계를 다루는 거시적 접근은 많지만, 실질적 협상과정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문화가 척박하다는 점에서 외교 사료로도 가치가 있다. 2011년 4월 의궤 환수 이후 처음 발간된 기록물인 만큼, 향후 문화재 반환 협상에서 참조할 만하다. 그래서 저자가 1999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의궤를 처음 만날 때 함께 봤던, 금속활자 최고 인쇄본인 ‘직지(直指)’도 조속히 빨리 고향에 돌아오면 얼마나 좋을까.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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