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압수수색>종북 논란 ‘경기동부연합’이 본류… 민노당때부터 당 장악

국가정보원이 전격적으로 소속 의원 및 당원의 자택,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통합진보당은 종북(從北) 논란을 빚은 ‘경기동부연합’이 원류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태를 통해 민중민주(PD)계열 및 국민참여당계열이 분당을 하면서 진보당은 진보 진영 내에서도 경기동부연합을 비롯한 민족자주(NL)계열의 정파로 축소됐다. 진보당은 최근에도 몇 차례 종북 논란을 일으키는 등 종북 성향을 여전히 벗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경기동부연합은 북한에서 직접 지령을 받은 종북 지하당인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과의 관련성이 높다는 주장들이 적지 않다. 민혁당은 서울대 법대생이자 ‘강철서신’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김영환 씨가 지난 1991년 북한 잠수정을 타고 밀입북해 김일성 주석을 만나고 돌아온 후 1992년 위원장을 맡아 창당됐다. 이후 북한 현실에 회의를 품은 김 씨가 1997년 민혁당을 해체했지만 하영옥 씨 등이 반발해 민혁당 재건에 나섰다. 이후 1998년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침몰한 북한 반잠수정에서 민혁당 관련 문건들이 발견돼 이듬해 김 씨 등 수뇌부가 체포됐으며, 대법원은 2000년 반국가단체로 판결했다.

진보당 사정에 밝은 한 운동권 출신 인사는 “민혁당 잔존세력들이 아직 활동을 계속하면서 경기동부연합을 장악했고 이후 민주노동당과 진보당 당권파를 차례로 장악했다”고 말했다. 정보 당국에서도 민혁당의 잔존세력들이 활동하면서 경기동부연합을 장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영환 씨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석기는 하영옥의 지도를 받았다”며 “하영옥 외에 이석기, 영남위원장 하던 이의엽(전 진보당 정책위의장)이 리더 역할을 할 만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자택과 의원실을 압수수색한 이석기 의원의 경우에도 민혁당 재건에 참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기동부연합은 진보당의 전신인 민노당 시절부터 당을 주도해 왔다. NL계열이 PD계열을 몰아내고 당의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경기동부연합은 빠르게 세력을 확대하고 당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당의 핵심인 사무총장 자리는 2006년 이후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의 결합인 범경기동부연합에 의해 계속 승계되기도 했다. 지난해 정의당이 분당한 이후에도 당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이정희 대표 등 주축들이 다시 당의 지도부 전면으로 나섰다. 이 대표 외에 안동섭·유선희·김승교 최고위원도 경기동부연합 또는 경기동부연합에 가까운 인사다.

최근에도 진보당은 적지 않은 종북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대선에서 이정희 후보는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우리 정부를 ‘남쪽 정부’로 표현했다가 비판을 받았고, 올해 1월 민병렬 당시 대변인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한 논평에서 다시 ‘남쪽 정부’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특히 이석기 의원은 지난해 6월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전국운영위원회 회의 등에서 투표를 할 때 북한이나 중국 공산당처럼 당원증을 높이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하는 점도 논란거리 중 하나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