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서 16년 살았던 파란만장 ‘아프리카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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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 / 모니카 마시아스 지음 / 예담

기구한 삶이라기보다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인생이다. 아프리카 적도기니에서 태어났지만, 평양에서 16년간이나 살았고, 스페인과 뉴욕을 거쳐 서울, 그리고 모국인 적도기니에 이르기까지 지난한 인생 여정을 겪었다. 아프리카 적도기니의 초대 대통령인 프란시스코 마시아 응게마의 막내딸 모니카 마시아스(사진) 이야기다. 1979년 쿠데타로 프란시스코 정권은 실각했고, 김일성 주석과 친분이 두터웠던 프란시스코는 가족을 급히 북한으로 피신시켰다. 일곱 살 나이에 낯선 땅에 발을 디딘 모니카는 아버지가 처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평양에서 16년이나 살게 됐다. 책은 현재 41세의 나이임에도 파란만장한 역정을 밟아온 모니카 마시아스의 자전 에세이다.

평양경공대 피복학과 2학년 시절 모니카는 사회주의 철학을 강의하던 교수에게 강한 반론을 제기한다. “선생님, 공동생산이나 공동분배의 원칙이란 게 정말 이상적인 걸까요? 저는 평양상점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가게들을 자주 가는 편인데, 갈 때마다 주인아주머니들이 그저 뜨개질만 하며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손님이 와도 반가워하거나 더 열심히 장사하려는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아요.” 그 교수는 모니카에게 ‘그럼 너는 자본주의가 더 낫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묻는다. 그는 용감하게 “네”라고 답했다.

책에 따르면 1989년 평양의 여대생들 사이에서는 코 수술이나 쌍꺼풀 수술 등 성형수술 붐이 일고 있었다. 그해 평양의 젊은이들에게 임수경은 완전히 새로운 스타였다. “청바지에 면티를 입은 채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외치고 노래하는, 그야말로 전에 볼 수 없었던 새 시대의 영웅이었다. 그때 평양의 여대생들은 하나같이 임수경처럼 단발머리로 거리를 활보했다.” 모니카는 평양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자연스러움이 너무 부러웠다고 한다.

평양에서 그의 오빠는 건축, 언니는 의학을 공부했고, 예술적 감각이 뛰어났던 모니카는 의상 공부에 몰두했다. 대학교육을 마칠 때쯤 적도기니의 정치 상황이 안정되자 언니와 오빠는 고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모니카의 생각은 달랐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며 인생을 공부하고 싶었다. 그의 왕성한 호기심과 자유로운 감성을 받아주지 못한 북한의 답답했던 생활이 영향을 미쳤다. 모니카는 평양을 떠나 고국의 식민지배국인 스페인으로 향했다. 식모, 댄서를 거쳐 대기업 직원으로 일하며 자본주의의 밑바닥을 제대로 탐험했다.

그는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증오하던 미국인들의 속내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 체류는 생각보다 길어졌다. 남한 사람과의 교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는 아예 한국으로 들어와 2년간 살며 의류회사에서 일했다. 경제수준과 정치이념만 빼면 외모, 감수성, 전통과 입맛 등에서 북한 사람과 똑같은 남한 사람들과 만나며 북한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한국은 제2의 고향이 됐다.

이후 적도기니를 찾아 원주민들과 계속 만났다. 많은 사람이 아버지가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며 그를 위로했다. 아버지에 대한 진실을 확인한 모니카는 현재 스페인에 머물며 의류 원단 사업을 하고 있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