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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과거사 반성’ 없는 日 게재 일자 : 2013년 08월 30일(金)
日, 과거사 배상 거부하려 국제법 악용 ‘막장외교’
강제징용 배상 확정땐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검토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이 확정되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를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로 피소된 신일철주금(구 일본제철)이 최근 패소가 확정되면 배상에 응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자, 정부 차원에서 기업의 배상 조치를 저지하고 나선 것이다.

산케이(産經)신문은 30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주변에서 신일철주금 등 일본 기업에 배상 판결이 나올 경우 “일본 측에 하자가 없기 때문에 ICJ에 제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신일철주금은 지난 6월 징용 피해자 4명에게 각각 1억 원을 지급하라는 서울고법의 판결을 받고 대법원에 재상고한 상태다. 이밖에 부산고법이 최근 미쓰비시중공업에 피해자 1인당 8000만 원을 유족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는 등 일제 전범기업에 대한 피해 배상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ICJ 재판은 한국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열리지 않지만, 일본 정부는 이미 해결된 전후 보상 문제를 뒤집는 한국 법원의 판결이 부당하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차원에서 의의가 크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에서 배상판결이 확정되면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압류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되고 있다. ICJ 제소로 시간을 벌어 압류 등 재산 처분을 지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정부가 ICJ 제소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언론에 흘린 것은 일종의 ‘으름장’으로 보인다. 아직 대법원 결정이 내려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웃국가 사법부 판단에까지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상당한 외교결례인 셈이다. 특히 아베 내각이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을 통해 또다시 ‘언론 플레이’에 나선 것인 만큼, 일본 의도에 쉽게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부 역시 일본 측의 ICJ 제소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ICJ 단독 제소를 하더라도 아무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한국만 자극하면서 한·일 관계 파행을 더 심화시킬 뿐이다. 실제로 일본은 지난해 8월에도 독도 문제를 ICJ에 단독으로라도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가 보류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일본이 ICJ를 운운하는 것은 아베 내각의 ‘우경화’ 행보와 맞물린 국내정치적 요소가 강하다는 게 정부·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일본 내 우파 세력의 지지를 결집시키는 동시에, 한국에도 ICJ 제소를 언급하는 방식으로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신일철주금 사례가 다른 기업에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일 간에는 ICJ 제소 이전에 분쟁중재위원회 구성 등과 같은 방법이 있는데도, 앞질러서 ICJ 제소를 언급한 것은 한국 사법부에 압박을 가하는 월권행위라는 지적이다. 한·일 청구권협정 3조에 따르면 한·일 양국은 분쟁이 생길 경우 분쟁 중재위원회를 발족시키도록 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중재위원회 구성 제안 등과 같은 방법이 있는데도 ICJ 제소를 언급하는 것은 나가도 너무 앞서나가는 것이며, 정부는 ICJ 강제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절대 ICJ에 회부될 일은 없다”고 말했다.

김하나·신보영기자 han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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