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경제, 이제는 사회적 기업이다>국내 첫 사회적기업… 年매출 5억 ‘껑충’

  • 문화일보
  • 입력 2013-09-0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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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27일 서울 강북구 번동 번동코이노니아 봉제작업장에서 직원들이 미용장갑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김연수 선임기자 nyskim@munhwa.com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코이노니아 예손 작업장에서 지적장애인들이 물감으로 예술적 감수성을 뽐내고 있다. 김연수 선임기자


지난 8월 27일 서울 강북구 번동 주공아파트 상가 2층 번동코이노니아 봉제 작업장에서 공업용 재봉틀을 돌리는 이상일(42) 씨의 손놀림은 재봉틀 바늘만큼 빨랐다. 분홍색 미용장갑의 손목 부분을 박음질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초. 재봉틀 한쪽에 완성된 미용장갑이 차곡차곡 쌓였다.

“재봉이라면 자신 있어요.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어요.”

그의 말에는 자신감이 넘쳤지만 발음은 어딘지 모르게 어눌했다. 이 씨는 중증 지적장애인이다. 언젠지 기억할 수도 없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헤어져 숙모 밑에서 자란 그는 초등학교를 마지치 못했다. 하지만 15년 전 장애인보호작업시설인 코이노니아에 오면서 이 씨의 인생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재봉을 배워 돈을 벌기 시작했고, 초·중학교 과정 검정고시를 거쳐 야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2002년 장애인기능대회 봉제 부문에서 1등을 했던 일은 아직도 그의 자랑이다.

코이노니아에는 이 씨와 같은 지적장애인 30명이 일한다. 코이노니아는 나눔·친교·교제를 뜻하는 헬라어다. 장애인들이 모여 자립과 자활을 목표로 서로를 도우면서 일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실제 여기서 일하는 상당수 장애인이 독립생활이 가능한 상태다.

코이노니아는 1991년 9월 무화과장애인보호작업장으로 문을 열어 1993년 5월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업력이 20년이 넘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2007년 10월에는 노동부로부터 국내 최초의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고, 2011년 10월에는 서울시가 선정한 ‘더 착한 사회적기업’에 포함되기도 했다. 지금은 경쟁입찰 참가 자격을 갖춘 지정생산시설로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까지 보유하고 있다.

코이노니아는 각종 의류를 제조하는 봉제 작업장 외에 장애인들의 예술적 감수성으로 작품을 만드는 ‘예손’ 작업장도 운영하고 있다. 예손은 ‘예술가의 손길’과 ‘예수님의 손길’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 예술가 못지않은 감수성을 가진 지적장애인들의 숨은 능력을 제품으로 만들어 내는 곳이다.

예손에서 2년째 일하는 최선영(여·25) 씨는 주로 꽃과 사람을 그린다. 능숙한 그의 손놀림이 긴머리 여성의 얼굴을 거침없이 그려나간다. 밑그림에 형형색색의 색깔이 입혀지자, 그의 그림에선 예술의 향기마저 풍긴다. 실제로 그는 9월 중순쯤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다.

최 씨는 알아듣기 쉽지 않은 말투로 “어릴 때부터 그림과 낙서를 좋아했다”며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하루 종일 그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이나 책 표지에 들어가는 그림을 그리는 전문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코이노니아는 그림을 활용해 명함, 사보표지, 책 삽화, 티셔츠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 이들이 그린 그림은 월간 ‘샘터’ 표지에 여러 번 들어갔고, 유한양행과 세브란스병원 등의 사보 표지로도 활용됐다. 방송작가 방귀희 씨가 2011년 출간한 에세이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의 표지도 이들의 작품이다.

지적장애인 고유의 순수함이 표현된 예손의 명함도 인기 상품이다. 서울시청은 물론 한국장학재단, 남부수도사업소, 문화체육관광부와 같은 관공서·공기업에서 이들 명함을 사용했다. 또 카드나 청첩장, 초대장, 연하장에도 예손의 작품들이 들어간다.

작품 중에는 전문가들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은 미술대전 입상작도 적지 않다. 지난 8월 24일부터 이달 1일까지 서울시립 경희궁미술관에서 열린 ‘네버엔딩 스토리: 우리들의 무한 상상 이야기’ 전시회에도 예손 장애인들이 시민미술아카데미 미술교실에서 그린 그림들이 전시됐다.

코이노니아 작업장은 오전 9시에 일을 시작해 예손은 4시 30분, 봉제는 오후 5시 30분에 일을 마친다. 장시간 집중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현실을 감안해 일감이 몰려도 야근이나 잔업은 없다. 이는 마감을 맞춰야 하는 대규모 주문을 받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여건에서도 코이노니아는 지난해 5억1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봉제 부문이 4억3000만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예손 부문은 7000만 원에 불과했다. 본래 작업장을 만들 때 돈벌이가 목적이 아니었으므로 상관은 없다. 예손의 장애인들은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 더 중요한 까닭이다.

박영출 기자 ev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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