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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3년 09월 02일(月)
日의 關東대학살은 명백한 국제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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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두 / 연세대 일반대학원 교수·유럽지역학

1923년 9월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일본의 조선인 대학살은 나치의 유대인 홀로코스트에 비견되는 잔혹한 사건이다. 독일과 일본은 동일한 과거사의 유산을 가지고 있지만, 양국의 우파정권은 서로 완전히 다른 역사의식을 보여준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히틀러 권력장악 80주년을 맞아 ‘독일인은 나치 범죄에 대해 영원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왜 독일은 이처럼 백년세월 반성할까?

아직도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독일 국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 적극적인 계층은 정치 조직화해 극우 정당을 구성하기도 한다. 메르켈의 기민당이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거듭 강조함으로써 건강한 우파 정당으로서의 위상을 분명히하지 않을 경우, 당의 태도에 실망한 지지세력이 이탈하는 동시에 극우세력이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보수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극우주의와 명확한 선을 긋는 것이다.

독일의 과거사 반성은 후세를 위한 교육적 목적도 가진다. 과거사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면서 역사를 망각하고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깨우치는 효과를 발휘한다. 반성의 중단은 기억의 상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는 독일과 달리 일본은 역사 교과서에서 과거의 잘못을 지우기 시작했다. 일본 교과서들이 관동 ‘학살(虐殺)’을 ‘살해(殺害)’로 바꾸고 있다. 학살과 살해는 법적으로 차이가 있다. 집단학살은 국제법적인 범죄행위에 해당하며, 제2차 세계대전 후 나치 전범 기소 때 공식적으로 사용됐다. 이에 비해 살해는 국내법적인 범죄에 해당하며, 처벌과 책임은 일국 차원의 문제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기 마련이다. 만일 잘못의 피해를 자신이 봤다면 반성 여부는 스스로 결정할 문제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이 남에게 피해를 줬다면 사과하고 보상하는 것이 옳다. 이러한 원칙은 국가 간에도 적용된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올 8월 15일부터 더 이상 사과하지 않고, 보상책임은 한일협정으로 끝났다는 입장을 보인다. 수많은 사람의 삶을 짓밟은 반(反)인류적 행위에 대해 보상한다고 해서 죄가 사라지거나, 짓밟힌 삶이 회복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사과와 보상은 반성의 깊이를 보여주는 행동으로 수용된다. 그런데 일본은 무한책임의 문제를 유한책임으로 종결짓고 있다.

일본의 관동대학살 90년이 되는 지금까지도 정확한 진상 규명이 되지 않고 있다. 은폐와 축소 지향의 일본인 탓이다. 우리 정부도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었다. 아무런 진상 규명 노력 없이 역사 위에서 잠자고 있었다. 은폐된 피의 학살은 피해자에게 더욱 비극적이다. 관동대학살의 피해자들은 정확한 진상 규명을 원할 것이다. 그들의 죽음이 역사적 교훈이 될 때 인류사회를 위한 숭고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독일과 일본이 2차 대전에서 패한 이유는 자민족에 대한 우월과 타민족에 대한 멸시로 시작한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관동대학살은 2차 대전과 연결된다. 과거사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일본 국민은 왜 패전을 했는지 진정한 이유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관동대학살을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유적지를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한·일 공동 조사·연구도 시급하다. 양국 간의 잔혹한 과거사가 명쾌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 간의 발전적 미래는 어렵다.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피해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하는 것이 국가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다. 갈수록 국제사회는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에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과거의 잔혹사가 다시 되풀이되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게 됐을 때, 일본과의 진정한 우호협력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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