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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9월 06일(金)
‘20세기 한국 밥상’서 근현대史를 맛보다
식탁 위의 한국사 / 주영하 지음 / 휴머니스트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당신이 무엇을 먹는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는 프랑스의 전설적 미식가 브리야 샤바랭(1755∼1826)의 말을 빌려 책을 설명하자면 “한국인이 무엇을 먹었는지를 알면 한국인이, 한국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개인이나 사회가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아왔는지를 알면 그 사회의 역사가 보인다”는 것이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의 설명이다. 메뉴로 본 20세기 한국음식문화사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지난 100년간 한국인의 식탁에 오른 메뉴를 통해 20세기 한국의 음식문화사를 들려준다.

설렁탕, 갈비, 신선로, 빈대떡, 짜장면 등 익숙한 34가지 한국음식의 기원과 변화를 미시적으로 다룰 뿐 아니라 시선을 확대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변동이 이들 음식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도 추적한다.

예를 들어 대표적 한국음식인 비빔밥을 들어보자. 밥, 반찬, 양념을 쓱쓱 비벼먹는 비빔밥은 오래 전부터 한국 가정의 특별하지 않은 메뉴였는데, 조선후기 골목마다 상업적 분위기가 가득했던 서울엔 설렁탕, 장국밥과 함께 비빔밥을 파는 식당들이 제법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비빔밥이 근대적 메뉴로 정착된 것은 1910년대, 육회 비빔밥이 서울과 진주 지역 식당의 주요 메뉴가 되면서부터였다. 그런데 그 뒤에는 1910년대 서울을 비롯한 진주의 근대적 도시화와 우시장의 성장이라는 사회, 경제적 변화가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구체적 음식을 매개로 생활사, 풍속사를 추적하는 동시에 음식을 통해 본 한국 문화사를 흥미롭게 풀어놓고 있다.

한국사 속 디렉토리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한국의 근대적 음식문화사는 1876년 강화도조약을 계기로 서양인, 중국인, 일본인이 한반도에 대거 유입되면서 시작된다.

이어 1900년대 전후, 청계천 근처에 조선요리옥이 문을 열고, 주막이나 선술집에서 조선 음식이 메뉴로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1950, 1960년대에는 한국전쟁으로 남북한의 음식이 섞이게 됐고, 1960년대 말부터 대도시로 이주한 사람들이 고향음식을 찾게 되면서 대도시에 지역음식 메뉴가 등장했다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한편 1990년대 도시화는 음식문화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즉 아파트 생활이 일반화되고, 한국인이 입식 식탁에서 밥을 먹게 되면서 식탁 위에 여러 개의 반찬 그릇 대신 일품요리가 담긴 큰 접시가 놓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품 요리 위주의 상차림은 한국인이 먹는 밥의 양을 눈에 띄게 줄여놓았고, 숟가락은 주로 국물을 떠먹는 용도로 바뀌고, 젓가락이 밥과 요리를 먹는 데 사용되게 됐다.

저자는 이 같은 흥미로운 추적을 통해 한국 음식의 고유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음식, 특히 근현대사가 소용돌이쳤던 한국의 음식은 다종다양한 문화가 융합된 것으로 오래된 한국음식에만 한국음식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20세기 한국음식은 식민주의, 전통주의, 민주주의, 국가주의 세계 체제, 세계화 담론이 뒤섞인 결과라는 것이 저자가 밝히는 이 책의 전제이자 결론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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