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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9월 06일(金)
富창출·환경 파괴…‘공룡’ 관광산업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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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팝니다 / 엘리자베스 베커 지음, 유영훈 옮김 / 명랑한 지성

지난해 한국은 외래 관광객 1140만 명을 불러들였다. 해외여행을 위해 출국한 내국인 숫자는 이보다 많아서 1370만 명에 달했다.

전 세계로 보자면 2012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10억 명이 국경을 넘어 해외여행을 떠났다. 해외가 아닌 국내여행을 다닌 여행자는 이의 세 배쯤 되는 3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짐작된다. 한 해 동안 지구상의 모든 인구의 절반 이상이 국내든 해외든 여행을 떠난 셈이다. 관광산업은 지금도 현장에서 하루 30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전 세계에 거의 2억5000만 개의 관련 일자리를 보유한 최대의 고용산업이기도 하다. 관광이야말로 석유와 에너지 다음 가는 경제개발 엔진이 된 것이다.

이 책은 공룡처럼 거대해진 관광산업이 과연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묻는다. 미국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인 저자는 관광산업을 ‘조타수 없는 초대형 선박’쯤으로 바라본다. 돈벌이에만 몰두하는 정부와 부패하거나 무능한 관료,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개발 기업들이 이 배를 자신의 뜻대로 몰고 가고 있다는 얘기다. 관광산업이 석유산업이나 금융, 교역만큼 중요한데도 마땅히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의 방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최소한의 규제와 지침도, 비판도 없이 이 거대한 선박이 제멋대로 항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미디어에 대한 날 세운 비판부터 시작한다. 언론은 개발업자들의 탐욕이나 무분별한 자연훼손, 현지인들의 소외 등에 대한 비판 대신 공짜여행과 광고에 취해 고객들이 완벽한 여행의 꿈을 좇아 돈을 쓰도록 부추기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 돌아본 세계 곳곳의 여행지에서 마주쳤던 관광산업의 문제점에 파고든다.

정부와 개발업자들은 더 많은 리조트를 짓기 위해 원주민 주거지를 파괴하고 열대우림을 밀어내고 있다. 관광객만을 위한 정책이나 관광을 단지 돈벌이의 수단만으로 치부하는 근시안적인 태도로 인해 발생하는 후유증은 심각하다. 다국적 호텔 체인과 부패한 지역 상류층들이 관광 수익을 다 가져가는 동안 현지인들은 아이들이 섹스관광에 착취되는 것과 같은 최악의 현실과 맞닥뜨리고 있다.

호화유람선은 제3국에 등록하는 편법으로 각종 규제를 회피한 채 바다를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으며, 사막의 땅을 관광허브로 만들기 위해 정부가 나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유린에 가까운 노동착취를 서슴지 않고 있다.

저자는 그럼에도 여행과 관광이 부자 나라의 부를 가난한 나라로 옮겨주는 자발적인 방법이자 현대세계에서 가장 좋은 소득 재분배의 수단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다만 지역의 진짜 모습, 획일화되지 않은 나라의 속살을 보여주고 그것을 존중하고 유지하려는 철학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환경과 문화를 지키는 지속가능한 여행을 거대자본이 지역 상권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도입한 프랑스와 사파리 관광을 통해 야생동물공원을 유지하고 보호하는 잠비아, 코스타리카 등지에서 찾았다.

지속가능하지도, 생태적이지도, 환경친화적이지도 않은 여행의 대안으로 근래 들어 책임여행, 대안관광 등의 개념이 대두되고 있지만 저자는 개인의 선의나 호의만으로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단언한다. 관광을 여행자들의 개별적인 경험 차원이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접근해 정책의 문제로 풀어가야 해답이 보일 것이라는 게 저자가 반복해 강조하는 결론이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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