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통진당 해산 심판’ 청원으로 본 정당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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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자유총연맹 회원들이 지난 8월 30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종북정당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합진보당 자체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범위에 드는지 안 드는지 답변해달라”는 질의에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하면서 정당 해산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통진당이 헌법의 보장 범위내가 아니라면 해산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논리로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는 실제 통진당이 위헌 정당인지 여부에 대해 법리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가 통진당의 해산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헌법재판소에 해산 심판을 청구하게 된다. 과연 통진당에 대한 정당 해산은 가능한 것인지, 가능하다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궁금증을 풀어본다.

1. 정당 해산이란

헌법 제8조 4항은 정당의 해산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정당의 해산이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하고,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해 정당을 해산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정당이 기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 선거제도, 사유재산제도 등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할 경우, 이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정당의 해산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제2공화국 헌법부터 정당 해산 제도를 도입했고, 1987년 헌법 개정 시 헌재에 심판 권한을 부여했다. 이는 정치적 중립기관인 헌재의 신중한 심판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정부가 자의적으로 정당해산을 명령해 야당을 탄압하는 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것이다.


2. 정당 해산 절차는

정당 해산은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청구하고, 헌재가 결정하게 된다. 헌법 8조 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가 헌재에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재의 심판에 의해 해산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의 법률적 대표인 법무부는 해산 청구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해산 심판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일반 국민의 경우는 직접 특정 정당에 대한 해산을 청구할 수는 없으며 정부에 청원할 수 있다. 정부의 청원 내용을 검토해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3. 정당 해산 청원 제출, 왜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단체들은 지난 4월 등 수차례에 걸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청원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보수단체들은 통진당의 목적 및 활동이 모두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므로 해산돼야 한다고 밝혔다. 통진당 강령에 나오는 ‘민중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 ‘일하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민주정부’ 등은 대법원에서 이적(利敵)이념으로 규정한 인민민주주의, 민중민주주의를 위장된 형태로 표현한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며 종속적 한·미동맹을 해체하자는 통진당의 주장들은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에 동조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정일 사망 애도성명발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비난, 키리졸브 훈련 비판 등 계속되는 행동들 역시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4. 과거 국내사례는

지금까지 헌재 결정에 의해 정당이 해산된 사례가 없는 것은 물론 정부가 헌재에 정당 해산 청구를 한 사례도 없다. 다만 1959년 정부에 의해 당시 진보당이 강제해산된 적이 있었다. 당시 헌법은 정당 해산과 관련해 헌재, 대법원 등 사법기관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없었다. 시민단체 등이 정당 해산 청구를 한 사례는 몇 차례 있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 해산 청원은 전신 민주노동당 시절인 2004년부터 총 네 차례 이뤄졌다. 앞선 세 차례의 청원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지난 4월 국민행동본부가 제출한 청원은 현재 법무부의 법리 심사가 진행중이다.


5. 해외 사례는

나치당의 잔혹한 독재를 겪은 독일은 위헌 정당을 엄격히 제재하는 한편 해당 정당의 공천을 받은 인사들의 공직 진출을 차단하고 있다. 1951년 나치당의 후계격으로 지목된 사회주의제국당(SRP)이, 1956년에는 독일공산당(KPD)이 위헌 판결로 해산됐다. 통일 이후에도 자유독일노동당(FAP)과 민족연맹(NL)에 대해 연방헌법재판소가 정당 자격을 부정했고, 내무부가 해산을 단행했다.

2009년에는 터키에서 쿠르드족 반군과 연계됐다는 혐의로 친(親) 쿠르드정당인 민주사회당(DTP)이 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을 받았다. 당시 유럽연합(EU)은 민주사회당의 테러단체 연계 가능성을 비판하면서도 유권자의 참정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6. 내란음모 혐의로 해산가능?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통진당 당원들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가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이를 근거로 통진당 해산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내란음모 혐의가 인정되면 헌법에서 규정한 정당해산의 기본 요건은 갖추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의원 등이 통진당을 대표할 수 있는지에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 의원의 행동이 돌출된 행동이거나 파당적(派黨的)인 것이 아니고 당의 공식적인 행위로 인정될 경우 해산 결정이 나올 수 있다. 정보 당국의 판단대로 통진당이 사실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라고 법원에서 결론이 나온다면 헌재에서도 해산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즉, 이 의원이 주도한 경기동부연합이 RO이자 통진당의 핵심이라는 관계가 성립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반대의 경우라면 정당해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통진당이 이 의원 등 이번 사건으로 문제가 된 당원을 제명하고 자체 개혁에 나서면 정당해산 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7. 정부입장은

정부는 이석기 의원이 주도한 지하혁명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에 대한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에 정당 해산 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금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결론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RO 조직원 대부분이 통진당 당원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내란음모 혐의가 적용돼 법원에서 유죄를 받는다면 정당 해산 청구도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제기됐던 통진당(전신 민노당 시절 포함)에 대한 해산 청원에 대해서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청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8. 헌재 결정판단 어떻게

헌재법 30조는 정당 해산 심판을 구두변론으로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당 해산 심판이 청구되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처럼 헌재는 변론기일을 지정해 양측의 입장을 들은 뒤 결론을 내려야 한다. 재판관 7명 이상이 참여한 가운데 심리를 진행해야 하며 그 중 6명 이상이 정당 해산 결정을 내리면 정당 해산이 결정되게 된다. 헌재는 정당 해산 심판 청구가 들어왔을 때 본 결정에 앞서 직권 또는 청구인의 신청에 의해 해당 정당의 활동을 정지시키는 가처분 결정도 할 수 있다.


9. 정치권 반응은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한 목소리는 특히 새누리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종북세력이 당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만큼 해체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통진당은 우리나라 헌법이 정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포함되기 힘든 정당”이라며 “하루 속히 해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통진당 해체론자’다.

같은당 이인제 의원은 “정당의 주요 구성원의 행동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하더라도 그 정당을 해산할 수 있다”며 “대한민국을 적대하고 뒤집어엎으려는 세력의 근거지인 정당에 더 이상 국민의 혈세가 지원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다수는 당의 강제 해산보단 내부 개혁을 유도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하고 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통진당이 해산되더라도 비례나 지역구 의원 자격이 박탈된다는 법조항이 없고 의원들이 살아남으면 대체 정당을 만들 수 있다”며 “내부로부터 자진 해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나라 발전과 통진당 자체 개혁을 위해서도 좋다”고 주장했다.


10. 해산 뒤 국회의원 신분은

해산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신분에 대한 규정은 없는 상태다. 헌법학계에서는 ▲의원직 전원 박탈 ▲비례대표 의원만 의원직 박탈 ▲전원 무소속으로 의원직 유지 등의 다양한 의견이 있다. 학계에서는 의원 신분과 관련한 관련 법 규정 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산된 정당의 잔여 재산은 국고로 귀속된다. 정당의 물적 토대를 없애 정당을 재건할 수 없도록 하는 취지다. 해산된 정당과 유사한 목적을 가진 대체정당을 만들 수 없으며 해산된 정당의 명칭도 다른 정당에서 사용할 수 없다.

조성진·이화종·김병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