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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9월 10일(火)
학살된 영혼들에 대한 ‘祭儀’
■ 연극 ‘말들의 무덤’ 이달 15일까지 공연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연극 ‘말들의 무덤’은 역사의 이면에 묻힌 기억들을 되살려냄으로써 현재와 과거를 잇는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 코르코르디움 제공
쉽지 않은 작업이다. 6·25전쟁 당시 희생당한 민간인들의 구술 녹취록을 바탕으로 당시의 기억을 되살린다는 것은 지난한 일임에 틀림없다.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말들의 무덤’은 이 같은 작업을 안간힘을 다해 펼쳐보였다. 전통적인 서사구조를 따르는 드라마 대신 절제된 미장센 속에 역사적 사실과 묻혀진 ‘말(words)’들을 연극적 상상력을 통해 무대 위에 복원해냈다. 무명(無名)으로 망각된 영혼들에 대한 제의(祭儀)를 방불케 했다.

연극은 6·25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의 목격 녹취록에 따라 13명의 배우들이 이를 재현하는 것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21세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배우인 ‘내’가 60여 년 전에 일어났던 전쟁 중 사라져간 영혼들의 빈 몸을 바라보며 무덤 속에 유폐된 그와 그녀들을 말로써 복원하는 구성이다. 구체적인 인터뷰 자료와 녹취록 등을 바탕으로 한반도 전역에서 일어났던 양민학살의 사건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연극은 학살의 원인이나 배후 등을 캐묻지 않는다. 단지 목격자의 기억을 통해 구술된 말로써 당시의 장면을 연출할 뿐이다. 따라서 그 어떤 해결책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정치적 해석은 당연히 배제된다. 13명의 배우들은 희생자들의 입이 돼 당시 그들이 처했던 상황을 증언하고, 학살의 과정을 담담히 재현한다. 결국 공연의 목적은 묻혀졌던 기억을 오늘 여기의 사람들과 다시금 나누자는 것이다.

연극 ‘말들의 무덤’의 시작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극단 코끼리만보의 김동현 대표와 배우들은 비극적 역사의 단면을 재구성하기 위해 녹취록을 훑고 또 훑었다. 끔찍한 사건을 겪은 목격자들의 증언은 그들의 눈과 귀를 거쳐 여과된 것이었다. 다시 말해 자칫 객관성을 상실하고 감정적 드라마로 빠지게 될 위험이 있었다. 이를 피하기 위해 객관적 사실을 입증할 사진과 영상 등 기록물을 찾아 더하는 과정이 첨가됐다.

2011년 초 ‘21세기 여인’이란 제목으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워크숍 공연을 거친 연극은 이후에도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말’로만 남은 흔적들을 살아 움직이는 배우들의 몸을 통해 이미지화시키는 작업을 계속해나갔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으로 보인다. 출연배우들의 의상과 동작을 비롯, 영상과 음향으로 뒷받침되는 장면들은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녹취록에 바탕한 생생한 증언들은 배우들의 입을 통해 리얼하게 재현됐다.

다시 말해 배우들의 연기와 무대 설치 및 조명, 음악 등은 충분히 그 역할을 다했다고 하겠다. 하지만 중심 서사라인이 결여돼 있는 연극 구성상 일반 관객들이 1시간 30분 동안 계속 집중력을 갖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한 편 한 편의 증언들이 갖는 비극성은 절실하되 비슷한 증언들이 이어질 때 오는 구성상의 느슨함은 어쩔 수 없이 극적 흡인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연극 ‘말들의 무덤’은 충분히 주목받을 가치가 있어 보인다. 무겁기 그지없는 주제와 소재로 쉽지 않은 작업을 진행한 이들의 세심한 장치들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무엇보다 이를 연극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한 노력들이 간단치 않게 전개돼 왔음을 연극은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김동현 구성·연출, 이영주·백익남·강명주·오대석·우미화·이은정·김태근 등 출연. 02-889-3561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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