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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9월 13일(金)
‘99% 이익 vs 1% 희생’… 공동체 위해 정당한가?
후쿠시마 원전, 도쿄 전력 생산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희생의 시스템 후쿠시마 오키나와 / 다카하시 데쓰야 지음, 한승동 옮김 / 돌베개

한 국가나 사회가 어느 정도의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을까. 예컨대 원자력발전소 또는 방사성 폐기물 저장소의 부지 선정, 국가 안보를 위한 군사기지 및 특정지역에서의 외국군(특히 미군) 주둔 문제 등 전체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일정한 지역이나 주민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지 않느냐는 말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이 같은 ‘희생양’ 논리에 익숙해 있다.

그러나 막상 희생양에 자신이 포함된다면 어떨까. 즉 99%의 이익을 위해 1%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에 동의할 경우 자기 자신을 희생당하는 1%에 던져넣을 각오가 돼 있느냐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근본적으로 이 같은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그것도 추상적인 논리 차원이 아니라 매우 실제적인 사례를 통해 희생양 논리가 얼마나 철저한 기만 위에 구축돼 있는가를 보여준다.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저자는 ‘희생의 시스템’에 대해 이렇게 정의 내린다. “희생의 시스템에서는 어떤 자(들)의 이익이 다른 것(들)의 생활(생명·건강·일상·재산·존엄·희망 등)을 희생시킴으로써 산출되고 유지된다. 희생시키는 자의 이익은 희생당하는 것의 희생 없이는 산출되지 못하고 유지될 수도 없다. 이 희생은 통상 은폐돼 있거나 공동체(국가·국민·사회·기업 등)의 ‘소중한 희생’으로 미화되고 정당화된다.”

저자가 대표적인 희생양으로 들고 있는 사례는 바로 후쿠시마(福島)와 오키나와(沖繩)다. 후쿠시마 원전은 타 지역, 즉 도쿄(東京) 수도권 지역의 사용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건설됐다. 발전소 가동과 연료 채굴 등 평상시에도 항시적인 피폭 노동을 감당해야 했으며, 결정적으로 2011년 3월 11일의 도호쿠(東北) 대지진으로 지역주민들은 삶 자체를 뿌리뽑히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원전에 대해 저자는 “내부든 외부든 희생을 상정하지 않고는 성립될 수 없는 시스템”이라며 “일상적으로 그리고 위기 시에도 원전은 내부적으로 피폭 노동자들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고 단언한다.

또한 오키나와에는 주일 미군 전용시설(미군 기지)의 약 74%가 집중돼 있다. 오키나와 현은 면적으로 치면 일본 전국의 0.6%, 인구로는 1%에 불과한데 말이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본의 국가안보 축이었던 미·일간 안보조약을 지탱해온 것은 오키나와 지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일본은 오키나와에 지속적인 희생을 전가함으로써 ‘본토’의 평화를 유지해온 것이다.

저자는 후쿠시마와 오키나와의 사례에 그치지 않고, 패전 이후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일본 군국주의와 식민주의에까지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후쿠시마와 오키나와에 적용된 ‘희생의 논리’는 과거 일제가 한반도와 대만에 자행했던 식민정책과도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전후 일본에서도 식민지주의는 오키나와를 희생시키는 미·일 안보체제라는 시스템으로, 또한 원전이라는 희생의 시스템을 국책으로 내세우는 형태로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희생의 시스템’에 대한 저자의 대안은 무엇일까. “어떤 희생도 없는 국가 사회가 성립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자문하면서 저자는 “그러나 그렇더라도 군사기지나 원전의 리스크를 한없이 제로에 가깝게 수렴시켜 가는 그런 정치적 선택은 충분히 가능하며, 그것을 지향해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결론내린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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