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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9월 16일(月)
[아이돌 大해부] 9년간 244팀 탄생… 보이 130 · 걸 103개
‘아이돌 공화국’ 되기까지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대한민국은 ‘아이돌(Idol)’ 공화국이다. 자고 나면 생경한 팀의 이름을 지겹도록 들어야 할 만큼 아이돌 그룹은 이제 일상이 됐다.

H.O.T가 해체된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아이돌 그룹’ 시장은 급격히 사그라질 줄 알았지만, 2004년 동방신기(SM엔터테인먼트)가 데뷔하면서부터 아이돌 시계는 다시 움직였다. 움직인 정도가 아니라, 제트 엔진을 단 듯한 동력으로 아이돌 그룹들은 더 빠르고 강렬하게 ‘진화’를 거듭하며 성장해 왔다.

포화 상태에 이를 정도로 ‘레드오션’을 형성하는 아이돌 그룹 시장은 그로 인해 위기설에 종종 휩싸이곤 했으나,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상품으로 취급받으며 막강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식지 않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은 현재 얼마나 될까. 아직까지는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 주요 단체에 정식 등록하지 않은 기획사들이 많아 집계가 어렵지만, 어느 정도 추산해 볼 수는 있다. 문화일보가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의 도움을 얻어 음원 차트 분석을 시작한 지난 2005년부터 2013년 7월까지 아이돌 현황을 조사했다.

조사는 멜론 주간 차트 100위 기준으로 순위에 든 남녀 아이돌 그룹(중복 제외)을 일일이 셌다. 여기에 차트에 진입하진 못했지만, 당시 활동한 아이돌 그룹을 찾아 수를 합산했다.

그 결과 보이 그룹은 2005년 19개, 2006년 10개, 2007년 10개, 2013년 상반기 17개 등 모두 130개 그룹이 탄생했다. 걸그룹의 경우 2005년 16개, 2006년 4개, 2007년 11개, 2013년 상반기 10개 등 총 103개였다. 혼성 아이돌 그룹은 9년간 모두 11개였다. 아이돌 그룹을 모두 합하면 244개 그룹이 생겨난 셈이다.<표1 참조>

하지만 기획사와 제작자들이 체감하는 수는 훨씬 많다. 한 대형기획사 대표는 “일일 차트 순위에 반짝 머무르다 사라지거나 (그룹을) 만들어 놓고도 활동하지 못한 그룹 등을 모두 합하면 지금까지 300개 이상 그룹들이 탄생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사에서 나타나듯, 2004년 동방신기 탄생을 기점으로 아이돌 그룹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H.O.T, 젝스키스, S.E.S와 핑클 등 이른바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활동하던 ‘아이돌 1세대’와는 다른 질감과 특징을 베어 문 동방신기는 ‘아이돌 2세대’의 시작을 알리는 청신호였다.

이후 슈퍼주니어, 빅뱅, SS501, 2PM 등 개성 넘치는 아이돌 2세대가 10대 청춘을 사로잡았다. 2007년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의 탄생은 걸그룹 증식의 기폭제였다. 2007년 11개 걸그룹이 탄생한 데 이어 2008년 7개와 2009년 8개를 제외하고 줄곧 10개가 넘는 걸그룹이 탄생한 것도 이전과는 다른 전략과 끼로 차별화를 내세운 두 걸그룹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아이돌’ 왜 이렇게 많은가

올해 상반기 데뷔한 아이돌은 30팀에 이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스피카, 헬로비너스, 에이오에이, 빅스, 글램 등 낯선 이름의 아이돌 그룹들은 이미 신고식을 치르고 ‘은연중’에 활동하고 있다.

이들보다 더 잘 알려진 엑스오 같은 신인들은 이미 음원 차트 1위를 누비며 기성 스타들을 맹추격하고 있다. 실제 음원 차트에서도 솔로들이 선전하는 경우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상위 10위권 안에 아이돌 그룹이 7∼8개로 차트를 ‘점령’하고 있으며 이 같은 흐름은 지난 5년간 큰 변동 없이 꾸준히 이어 왔다. (문화일보 8월 7일자 24면 참조)

아이돌 그룹들이 계속 쏟아지는 것은 아이돌 그룹 외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음원 가격이 낮은 국내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해외 시장 개척에 아이돌 그룹만 한 기획이 없고, 인지도 확보와 음원 차트 진입 등 여러 방면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강력한 ‘무기’로 인식되고 있다.

바비킴이 소속된 오스카 엔터테인먼트의 전홍준 대표는 내년 초 남자 아이돌 그룹을 론칭한다. 지금까지 아이돌 그룹에 눈길 한번 던지지 않던 그는 “이제 아이돌 그룹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시장이 됐다”면서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해야 할 ‘과제’인 것 같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국내 OST 시장이 죽어가는 것도 아이돌 그룹 제작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요즘 시장 반응은 2주기로 결정이 나는데, OST에 주로 담긴 발라드는 시장 호응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

강태규 대중문화 평론가는 “OST가 죽는 시장은 곧 들려주는 음악(발라드)은 끝나가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극단적인 사례”라며 “2주간 호응이 없으면 바로 사라져야 하는 게 지금 음악계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 아이돌 그룹 제작은 ‘모’아니면 ‘도’

말이 ‘아이돌 그룹’ 제작이지, 실제 들어가는 제작 비용은 엄청나다. 업계에선 데뷔까지 평균 4억 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입을 모은다. 이것도 중소형 기획사의 아이돌 그룹 데뷔 비용이다.<표2 참조>

대형기획사의 경우 연습생에게 지불되는 비용만 한 달에 수억 원이 소요된다. 원더걸스, 2PM, 미스에이 등이 소속된 JYP엔터테인먼트는 한 달에 신인개발팀에 지불하는 비용이 2억 원가량. 연습생 40명의 외국어, 춤, 노래, 숙소비, 유지비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한 명당 한 달에 500만 원 정도가 투자된다.

이 회사 정욱 대표는 “노래도 여러 선생님이 톤, 스킬 등 다방면으로 가르치고, 봉사활동·인성교육 등 전인교육 과정이 70가지 커리큘럼 안에 들어가 있을 정도로 세부적인 교육이 이뤄진다”며 “최소 연습기간 1년에 20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고 했다.

사정을 알고 보면, 함부로 제작하기 힘든 여건이지만 제작자들은 아이돌 그룹을 ‘마지막 카드’로 곧잘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YG엔터테인먼트가 ‘위기의 상황’일 때, 내민 카드가 ‘빅뱅’이라든가, 주변에서 모두 뜯어말렸지만 끝까지 밀어붙인 WM엔터테인먼트의 B1A4의 경우는 그나마 성공한 케이스. ‘큰 돈’ 벌어보겠다고 무작정 손을 댔다가 실패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강태규 평론가는 “제작자들이 아이돌 그룹 제작에 나설 때, 성공 코드는 잘 알고 있지만, 그 실마리를 풀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콘텐츠의 미묘한 차이 하나가 대박과 쪽박을 결정하기 때문에, 계획화된 시스템의 부재 속에선 살아남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 아이돌 그룹 여파 어디까지

‘획일화된 모양새’를 지닌 듯한 아이돌 그룹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더 많은 선택의 폭을 지닌 소비자 주권시대에 발맞춰 아이돌 그룹도 미세한 차별화로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했다.

아이돌 1세대들이 개별 활동에 대한 특별한 경험이 없고, 회사와 재계약 문제에 대한 유연성이 부족했다면, 아이돌 2세대는 어떻게 계약하고, 어떻게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하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일찌감치 깨우치며 자생력을 기를 준비를 갖췄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술적으로는 노래뿐 아니라, 안무·연기·외국어 등을 연마하고, 관계적으로는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팀워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회사와의 비즈니스 파트너십도 유연하게 맺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한 대형기획사 이사는 “요즘 대형기획사들의 미래 계획은 넥스트 제너레이션(차세대) 아이돌에 대한 그림들”이라며 “더 영리하고 다양화된 전략이 투영된 아이돌 그룹들이 시장에 쏟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unhwa.com

◆ 아이돌 그룹 = 10대 청소년 또는 20대 초반의 가수들이 모여 결성한 그룹. 1996년 H.O.T 시절부터 2000년대 초반 활동한 그룹을 ‘아이돌 1세대’, 2004년 동방신기 이후부터 지금까지 활동하는 그룹을 ‘아이돌 2세대’로 부른다.

1세대는 H.O.T와 젝스키스, S.E.S와 핑클, 신화, god 등이 이끌었고, 2세대는 동방신기, SS501, 슈퍼주니어, 빅뱅,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 등이 대표 그룹이다.

1세대는 평균 5년 남짓한 활동으로 수명을 다했으나, 2세대는 ‘5년 생존율’을 넘어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이어간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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