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大해부]하루 식사는 두끼-잠은 3∼4시간-연습은 6시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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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돌릴 틈 없이 빼곡히 들어찬 스케줄, 사생활 없는 답답한 일상, 하루 1∼2끼로 식생활을 조절해야 하는 절제력…. 아이돌 그룹에게 요구되는 빡빡한 스케줄과 일상의 자제력은 상상 이상이다. 그럼에도 아이돌 그룹은 극기 훈련과도 같은 이 같은 체험들을 매일매일 소화하며 ‘최고’가 되는 그날까지 힘겹게 버틴다. 이미지와 실력, 끼와 재능 그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덕목들이 아이돌 그룹에게 부과된다. 그들의 삶은 치열한 전쟁터나 다름없다.

문화일보는 현재 가장 ‘핫’한 아이돌 그룹 6팀(남자 3팀, 여자 3팀)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들의 인생’을 들여다봤다. 참여팀은 2PM(6명), 비스트(6명), 샤이니(5명), 씨스타(4명), 걸스데이(4명), 레이디스 코드(5명) 등이다. 신인의 티를 벗고 가요계에서 제법 인지도 높은 아이돌로 성장하고 있는 이들은 여전히 ‘신인’처럼 바쁘게 살고 있었다. 때론 구속받는 삶에 대한 외로움과 고독감을 느끼기도 했다.

우선 그들의 하루를 돌아봤다. 조사 결과 아이돌 멤버 중 하루에 평균 두 끼를 먹는 아이돌이 가장 많았다. 멤버 12명이 두 끼로 가장 많았고, 9명이 한 끼, 6명이 세 끼, 3명이 4∼5끼를 먹었다. 예쁜 몸매를 유지하려는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과 바쁜 스케줄로 식사 시간을 따로 갖기 힘든 상황 등이 적은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는 이유로 작용했다. 멤버 30명 중 27명은 식사를 불규칙하게 먹는다고 응답했다. 하루 수면 시간을 묻는 질문에, 16명은 3∼4시간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이어 5∼6시간(8명), 2∼3시간(4명), 7시간(2명) 순이었다.

수면 시간은 적었지만, 연습 시간은 갑절 이상 많았다. 활동을 하고 있는 동안, 연습 시간은 하루 6시간(12명)이 가장 많았고, 3∼4시간(10명)이 그 뒤를 이었다. 10시간 이상 연습한다는 응답도 2명이나 됐다.

아이돌들은 쉬는 시간엔 주로 수면을 취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며 휴식을 취하는 경우와 피아노 연습, 작곡 공부 등 음악 관련 일을 계속 이어 간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만약 일주일의 휴가가 주어진다면?’이란 질문엔 거의 모두가 ‘가족과의 여행’(29명)이라고 답했다. 한 멤버만이 “외국으로 봉사활동을 가겠다”고 밝혔다.

아이돌이 평소 가장 많이 먹는 음식으로는 남자 아이돌의 경우 밥과 도시락, 물이 가장 많았고, 여자 아이돌의 경우 샐러드와 과일이 가장 많았다.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라면, 자장면, 떡볶이, 삼겹살, 치킨, 초콜릿 순이었다. ‘1억 원의 수입이 생길 경우’ 아이돌은 대부분 부모님에게 드린다고 답했다.

대중과 수시로 소통하고 무대에서 많은 관객과 만나는 아이돌. 이들은 어떨 때 외로움을 많이 느낄까. 응답자들은 ‘자기 전에’(12명) 가장 외로움을 느낀다고 했다. ‘스케줄이 끝나고 혼자 남겨졌을 때’(8명), ‘옆에 가족이 없다는 걸 느낄 때’(5명)가 뒤를 이었다. 멤버들과 의견 충돌이 있을 땐, ‘다수결에 따른다’가 가장 많았다. ‘생각의 중간점을 찾는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아이돌 그룹에서 가장 힘든 점을 묻는 조사에선 ‘사생활이 없다’가 13명으로 제일 많았다. 두 번째로 많은 응답인 ‘다이어트 등 자기 관리’(10명)와 ‘이미지 관리를 통해 행동 조심’(5명)은 인기를 얻더라도 여전히 자제와 절제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기를 얻어 좋은 점과 나쁜 점에서 응답자들은 ‘무대에서 마음껏 놀 수 있어서’를 좋은 점의 첫손에 꼽았고, ‘자신에 대해 편견과 루머를 생성하는 것’을 나쁜 점의 일순위로 꼽았다.

‘자신이 거만해졌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를 묻는 질문엔 28명이 “없다”고 답했지만, ‘내가 아니면 모든 게 안 되고 그룹을 통해 나 자신이 완벽하게 느껴지면서 무서울 게 없었다’(1명)와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것 자체가 거만의 상징’(1명)이라는 거침없는 답변도 나왔다.

아이돌은 ‘꿈’에 대한 항목에서 대부분 피땀 어린 연습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태권도 사범, 요리사, 체육선생님, 건축가, 사육사 등 애초에 가진 꿈이 아이돌 그룹의 일원이 되면서 무너졌지만, 지금은 모두 “만족하고 있으며 이 꿈을 위해 더 비상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힘든 일을 왜 그만둘 수 없는가’란 질문에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뭔가 느끼고, 나를 인정해 주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아이돌 그룹의 모습을 두 단어로 요약해 달라고 하자, ‘열정’ ‘즐거움’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입에 올렸고, ‘외로운 천국’ ‘힘든 행복’ 같은 역설적 답변도 눈에 띄었다. 한 남자 멤버는 아이돌 그룹을 ‘타오르는 번개탄’으로 정의했다. “좋은 재료로 준비를 잘하면 훌륭한 불이 될 수 있지만, 무작정 시작하면 타오를 수는 있지만, 금방 사그라질 뿐이니까요.”

김고금평 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