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호’ 소동파의 문학과 삶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소동파 평전 / 왕수이자오 지음, 조규백 옮김 / 돌베개

‘일엽편주에 몸을 싣고/표주박 술잔 들어 서로 권하니/하루살이 짧은 인생 천지간에 부쳐 두고/끝없는 대해의 한 알 좁쌀인즉/내 삶이 한순간임을 슬퍼하고/장강 끝없이 흘러감을 부러워한다오….’

자연과 대지, 그리고 일상에 대한 애정, 작가의 인생 사상과 미학이 느껴지는 이 글은 중국 북송시대 문인인 소동파(蘇東坡·1036∼1101)의 대표작인 ‘적벽부(赤壁賦)’ 일부다. 당쟁의 여파로 황저우(黃州)에 유배됐을 때 적벽에 뱃놀이 갔던 소동파는 그 감회를 이렇게 묘사했다.

소동파는 본명 ‘소식(蘇軾)’보다 황저우 유배 시절 동쪽 언덕을 뜻하는 동파(東坡)에서 농사짓던 시절의 호인 ‘동파’로 더 유명하다. 그는 다양한 영역에서 중국 문화예술의 걸출한 대가다. 시(詩)·사(詞)·문(文)·부(賦) 등 문학 영역뿐 아니라 서법과 회화에서도 특출났다. 대문호이자 서예가 화가였고, 정치가 경학자이기도 했다. 또한 동파육(肉) 동파병(餠) 등 ‘동파’ 이름이 요리와 동파가 머리에 썼다는 ‘동파건(巾)’ 등 의식주 생활에서 소동파 스타일이 전해질 만큼 동파의 심미적 취향은 후대에 영향을 미쳤다.

‘누구나 소동파를 알지만 아무도 소동파를 모른다’는 말처럼 제대로 알기 어려운 소동파의 문학을 대상으로 삼는 ‘소동파학’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돼왔다. 중국뿐 아니라 고려 문인들도 소동파의 학문과 문장을 모범으로 삼을 만큼 그의 문학은 고려와 조선에서도 폭넓게 읽히며 확산됐다.

이 책은 중국 당송문학의 권위자이며 소동파학의 중국 대가가 저술한 소동파 전기다. 역자도 국내의 대표적인 소동파 연구가다. 소동파의 방대한 시문집을 부분부분 인용하며 동파의 삶과 더불어 문학적 성취와 특징을 정리한다.

부유한 지식인 집안에서 태어나 22세 때 치른 과거시험에서 당시 위원장이던 구양수의 인정을 받으면서 문학적으로 드러난 소동파.

그는 그러나 두 차례에 걸쳐 12년간 유배지에서 생활하는 등 정치적으로는 고달프고 불우했지만, 오히려 항저우(杭州) 시후(西湖) 등 유배지에서 문학적으로도 풍부한 업적을 남겼다. 많은 책을 읽고 중국 각지를 두루 둘러봤던 중국 대문호가 추구하고 실천한 삶의 철학이 반영된 글들을 찬찬히 읽는 가운데 오늘 내 삶의 근본과 지향점을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