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짓향연’ 뜨거운 가을 도시가 춤으로 물들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립발레단 ‘발레 롤랑 프티’ 무대에서 ‘카르멘’역의 발레리나 김지영 씨.국립발레단 제공

1985년작 ‘추억의 명화’인‘백야’는 춤으로 시작한다. 냉전시대에 서구로 망명한 소련 발레리노가 비행기 불시착으로 소련에 억류되고 탈출을 꾀하는 줄거리의 영화에서 세인을 매료시킨 것은 주인공 역인 발레리노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춤이었다. 캐나다 공연 중 망명한 키로프발레단 출신의 발레리노는 자신의 이야기 같은 영화 초반에 7분여 강렬한 발레를 펼쳤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각인된 그 춤, 프랑스 출신 무용가 롤랑 프티(1924∼2011) 안무의 ‘젊은이와 죽음’이다.

‘젊은이와 죽음’을 포함해 롤랑 프티가 작고 직전 2010년 우리나라 국립발레단과 협업한 3편의 현대발레가 11∼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인다.

프티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을 거쳐 미국 할리우드에서 뮤지컬 영화 및 영화 ‘백야’ ‘볼레로’의 안무가로 명성을 얻은 현대발레의 선구자였다.

국립발레단의 10월 ‘발레 롤랑 프티’를 통해 국내서 3년 만에 재공연하는 작품은 ‘젊은이와 죽음’ 외에 비제 음악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카르멘’과 ‘아를의 여인’의 3편이다.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사랑에의 몰입, 파멸로 향하는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로, 춤과 무대도 도발적이고 비감하면서도 격렬하다. 김지영-이영철, 김용걸-유난희, 이은원-이동훈, 김리회-정영재 등 국립발레단 주역무용수들이 바리시니코프, 누레예프 등 해외 스타 무용수들이 연기한 전설적인 레퍼토리를 선사한다.

10월 발레 무대에는 기교와 형식 위주의 클래식발레와 또 다르게 안무자의 해석과 연출을 중시하며 무용수의 감정 연기에 비중을 둔 현대발레가 두드러진다. 국내 양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을 비롯해 한국발레협회의 ‘K-발레 월드’,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를 통해 창작발레 무대가 잇따라 펼쳐진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 자주 공연되는 클래식발레 위주에서 벗어나 개별 무용수의 기량과 새로운 해석에 비중을 둔 창작발레가 활성화하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공연 제목부터 ‘모던’을 내세운 ‘디스 이즈 모던’을 24∼27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공연작은 나초 두아토의 ‘두엔데’, 한스 반 마넨의 ‘블랙 케이크’, 이어리 킬리안의 ‘프티 모르’ ‘젝스 탄체’ 등. 세계 현대발레 거장 3명의 안무작으로, 유니버설발레단이 각기 2005·2008·2011년 국내서 초연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클래식발레가 정형화한 동작과 마임으로 이어지는 반면, 이 작품은 역동적인 움직임과 연기를 강화해 옴니버스영화처럼 시각적 볼거리와 재미를 살렸다.

강동아트센터 등지에서 7∼27일 열리는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도 미국 발레단의 창작발레가 세계 초연된다. 미국 컴플렉션스 컨템포러리발레단은 12, 13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름극장에서 세계 초연인 ‘회상’을 비롯해 록밴드 U2의 노래로 구성된 ‘상승’, 난도 높은 ‘목성의 달빛’의 3편을 공연한다.

한국발레협회도 12∼2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CJ토월극장 등에서 여는 ‘K-발레 월드’를 통해 다채로운 창작발레를 선보인다. K-발레 월드 기간 중 신인 안무가와 창작발레 작품을 발굴·육성하는 신인 안무가전(12, 13일·성암아트홀) 등의 무대를 마련한다.

독일 뒤셀도르프발레단에서 활동하는 안무가 허용순의 신작 ‘더 모먼트’를 선보이는 19일 ‘컨템포러리 발레 이브닝’ 및 23일 폐막행사에선 한국적 소재의 ‘성웅 이순신’‘춘향’과, 이정윤-김주원의 ‘더원’ 등이 무대에 오른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