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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10월 08일(火)
슬픈데 웃는다, 그리고 묻는다… 사형은 정당한가
■ 日 하타자와 作 연극 ‘동토유케’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연극 ‘동토유케’에서 형무소 보안과장(가운데·유성주 분)이 피해자의 아내(왼쪽·문경희 분)와 사형수(오른쪽·정연준 분)가 지켜보는 가운데 피해자 유족들이 마련해온 밧줄이 규격에 맞지 않는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코르코르디움 제공
한 인간에게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앗을 권리가 있을까. 설혹 그 사람이 자신의 가장 가까운 가족을 살해한 흉악범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처럼 진지한 질문을 코믹하게 다룬 연극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4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서울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동토유케’다. 연극은 한마디로 사형제의 정당성 여부를 묻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무거운 주제를 어떻게 ‘코믹하게’ 다룰 수 있을까. 여기에 이 연극의 특징이 있다.

일본 극작가 하타자와 세이고(畑澤聖悟) 작의 연극은 ‘사형집행관제’라는 가상의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사형집행관제’는 해당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이 직접 피의자의 사형을 집행하는 제도다. 어찌 보면 가능한 일처럼 보이지만 사형 집행이라는 ‘법적 행위’에 개인적인 복수심을 끌어들이는, 오늘날의 법 상식으로는 도저히 가능하지 않은 제도임에 분명하다. 작가는 이처럼 ‘불가능한’ 제도를 끌어들여 사형제 전반에 얽힌 부조리성을 고발하고 있다.

10년 전, 한 남자는 어린아이 둘과 아이들의 아버지를 살해하는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 살아남은 피해자 가족들은 악몽 같은 나날을 보냈고, 범인에게는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범인은 수감 중 편지를 주고받던 바깥 세상의 여자와 옥중에서 결혼까지 했다. 그리고 마침내 사형집행일. 사형수와 형무소 보안과장, 피해자의 유가족인 아내와 시아버지가 사형수의 아내 집에 모인다. 유가족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사형을 집행하기를 원해 ‘사형집행관제’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사형을 시행하는 세부적인 매뉴얼에 따르다보니 규칙은 까다롭고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다. 더구나 사형수는 마지막 식사로 피해자 가족의 추억이 담긴 음식을 먹길 원한다. 게다가 마지막 유희로 다 같이 하는 게임인 윷놀이를 고집한다. 심지어 유가족은 사형수의 영혼을 위해 찬송가를 불러주기까지 해야 한다.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관객들은 한편으론 실소를 금치 못하면서 또 한편으론 사형을 ‘직접’ 시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극 말미의 반전과 예상을 벗어나는 마무리는 극장을 나서는 관객으로 하여금 다시 한번 사형제에 대해 곰곰 생각하게 만든다.

극작가 하타자와는 지난해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다룬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인물.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극단 청우의 김광보 연출과 호흡을 맞췄다. 심플하면서도 깔끔한 무대를 통해 두 사람은 사형제라는 심각한 주제를 ‘나름 유쾌한’ 블랙코미디로 전달한다. 상황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몇몇 장면에선 관객들이 폭소를 터뜨리게 하니 말이다. 특히 보안과장 역을 맡은 유성주는 특유의 코믹 연기로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그렇다고 연극이 마냥 ‘가벼운’ 것만은 결코 아니다. 피해자 가족들의 가슴 아픈 사연 또한 극중 곳곳에서 세밀하게 드러난다. 살인이라는 흉악범죄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져내린 유가족들의 절규는 어느새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특히 사형수가 마지막 식사로 김치볶음밥을 먹을 때 식탁 위에 묵묵히 피해자들의 영정사진을 올려놓는 아내의 몸짓에선 차마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 느껴진다. 보안과장 역의 유성주와 피해자 아내 역을 맡은 문경희를 비롯, 강승민·정연준·우승현·정석우 등 출연배우들이 열연을 선보인다. 02-889-3561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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