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중독 딸 구하려는 엄마덕에 ‘일망타진’

마약 중독에 빠진 딸을 구하기 위해 결국 수사 기관에 자식을 고발할 수밖에 없었던 모정(母情) 때문에 마약 사범들이 검거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20대 여성 김모 씨의 어머니 A 씨는 지난 2012년 9월부터 딸이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을 보고 불안감을 느꼈다. 김 씨는 자주 헛소리를 하거나 방에 틀어박혀 있는 등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집에 들어오는 경우도 허다했다.

A 씨는 딸이 이모(여·29) 씨, 백모(31) 씨 등과 어울리면서부터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감지하고 딸을 추궁한 결과,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자신의 힘만으로 딸을 마약의 수렁에서 건져내기에는 딸의 중독상태가 너무 심각했다. 결국 A 씨는 눈물을 머금고 딸을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 서영수)는 상습적으로 히로뽕을 구매하고 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이 씨와 백 씨를 구속하고 김 씨는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백 씨와 이 씨는 지난 2012년 9월부터 상습적으로 히로뽕을 구매해 모텔과 차량 안에서 투약한 것은 물론, 마약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김 씨까지 끌어들여 투약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 씨와 백 씨는 히로뽕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몫까지 구매하기 위해 김 씨에게 더 많은 돈을 내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백 씨 등은 택배를 통해 마약을 받는 기존 구매 수법을 넘어 서울 노원구의 한 초등학교 비석 아래 판매책이 묻어 놓은 히로뽕을 심야에 파내 수령하는 수법도 사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점점 더 쉽고 간편하게 마약을 사고팔 수 있는 상황이 되고 매매 방식도 점점 더 알아내기 어려운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이번 범행의 경우도 김 씨 어머니의 용기가 없었다면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어머니에 의해 신고된 김 씨는 자택에서 약물중독 치료를 받으며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