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중국’ 에 가려진 6억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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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급진 / 원톄쥔 지음, 김진공 옮김/돌베개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죽의 장막을 걷어내고 개혁·개방을 시작한 1978년부터 2010년까지 33년 동안 중국 경제의 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9.9%에 달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난 속도의 발전이다. 중국은 급기야 2010년 일본을 제치고 GDP 기준 ‘주요 2개국(G2)’으로 화려하게 부상했다.

하지만 이런 눈부신 성공의 대가를 함께 누리지 못한 존재가 있다. 바로 6억 명에 달하는 중국 농민들이다. 이 책의 저자인 원톄쥔(溫鐵軍) 중국 런민(人民)대 교수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자본주의적 산업화를 반성하고 발전 방향을 전환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사상가이자 경제학자로, 산업화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돼온 중국 농민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중국 농민의 대변자’다.

서방 세계의 자본주의적 현대화·도시화가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이 될 수 없고 ‘중국적 특색’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저자는 중국 농민이 처한 상황을 농민, 농촌, 농업의 ‘삼농(三農) 문제’로 분석한다. ▲사회계층 혹은 계급 문제로서의 농민 문제 ▲인재와 자본 유출에 의해 발전 동력을 상실하고 해체 위기에 직면한 지역 문제로서의 농촌 문제 ▲산업으로서 농업이 직면한 경쟁력 상실과 저소득 구조의 고착화라는 산업 문제로서의 농업 문제 등 세 가지 차원의 문제로 연동지어 중국 농민 문제를 진단한다.

저자에 따르면 중국 농촌에 있는 수억의 노동력을 감안한다면 서구와 같은 규모의 경제 방식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잉여노동력을 흡수하고 농민들로 하여금 자립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소농경제의 기틀을 튼튼히 해야 한다는 것. 이는 저자가 중국 농촌의 토지를 사유화하고 시장화하는 데 반대하는 근거다. 저자는 중국의 현대는 관개농업을 근간으로 하는 소농경제가 서구식 자본주의적 현대화로 전환돼 가는 과정이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일방적 희생을 강요받아온 농민에게 그에 합당한 보상적 조치들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그간 서구의 눈으로 중국을 이해해온 우리의 관점과 태도에 보다 균형 잡힌 시선을 제공한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