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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3년 10월 11일(金)
“核연료 재활용 美입장은 ‘No Never’아닌 ‘Not Now’”
로버트 아인혼 前 미 국무부 비확산특보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  한미원자력협정 개정협상 미국측 수석대표를 지낸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특보는 지난 5일 서울 시내 한 호텔 정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재처리와 농축 문제는 글로벌 핵확산 위협 때문에 현재 허용이 어렵지만 두 이슈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미국은 한국과 전례가 없는 최상의 협정을 하려고 노력 중”이라면서 “미국이 한국의 정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만큼 한국도 미국의 고민을 이해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미국에서는 ‘비확산 분야의 토머스 제퍼슨’, 한국에서는 ‘북한의 저승사자’로 불려온 로버트 아인혼(67) 전 미 국무부 비확산 군축담당 특보가 지난 5월 공직퇴임 후 첫 방한, 정부 안팎의 인사들과 한미원자력협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브루킹스연구소의 ‘군축이니셔티브와 21세기 안보·정보감시센터’ 선임 연구원 자격으로 서울을 찾은 그의 행보는 한미원자력협정에 집중됐다. 이명박정부 때인 2010년 10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시작할 때부터 미국측 수석대표로 나섰던 그는 지난 4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원자력협정 6차협상을 끝으로 국무부를 퇴직했다. 공직을 마무리하며 추진했던 마지막 협상을 끝내지 못했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그는 방한기간 내내 한미원자력협정 타결을 위해 한·미 양국이 해야 할 일을 역설하는 데 주력했다.

4일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에서 열린 외교안보전문가 라운드테이블에서는 ‘한미원자력협정의 난제극복 방안’에 대한 A4 용지 9장 분량의 논문도 발표했다. 1∼6차 때까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협상의 미국측 수석대표로 활동하면서 느낀 소회와 향후 한미원자력협정의 바람직한 타결 원칙을 담은 논문인데, 원자력협상에서 한·미 양국이 지금 해야 할 것과 장기적으로 접근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득력있게 다룬 글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5일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논문은 한국이 일부 이해집단의 주장에서 탈피해 좀더 종합적 관점에서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쓴 것인데 한국측 인사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며 얘기를 시작했다. 그는 한미원자력협정의 모든 이슈에 대해 명확한 입장과 대안을 갖고 있었다.

한국측에서 요구하는 ‘사용 후 핵연료의 파이로프로세싱(사용 후 핵연료의 건식재처리)’ 및 ‘우라늄농축권’과 관련, 그는 ‘절대 안 돼’(No Never)라는 식으로 일축하지 않고, ‘지금은 어렵지만…’(Not Now)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그 대신 현재 할 수 있는 대안은 이것”이라는 식으로 설명했다. 부드럽고 섬세한 성격을 지닌 아인혼은 늘 신중하고 유보적인 태도로 대화를 하는 스타일로 이날 인터뷰에서는 40여년간 지속됐던 공직의 무거움에서 벗어났기 때문인지 모든 현안에 대해 솔직하고 분명하게 의견을 개진했다.

―국무부를 떠난 뒤 첫 방문인데.

“그렇다. 지난 5월 말 국무부를 나왔고 그 이후 첫 방문이다. 6월부터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일하게 됐는데 이번 방문에서는 한미원자력협정에 대한 한국의 생각을 다양하게 접하고 싶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에서 4일 발표한 한미원자력협정 협상관련 논문에는 미국측 수석대표 시절 한국측에 제안했던 내용들이 솔직하게 많이 담긴 것 같다.

“내가 발표한 논문이 한국의 식자층에서 광범위하게 읽히고 논의됐으면 한다. 이 논문은 전적으로 내 의견이지만, 국무부에 있을 때 원자력협정 미국측 협상수석 대표로서 한국측에 제안했던 구상과 겹치는 부분도 많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 미국 정부를 대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꼭 말하고 싶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협상을 마무리 짓고 국무부를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

“나도 퇴임 전 (그 일을) 끝내고 싶었다. 그래서 서울을 방문해 한국이 매력적이라고 여길 만한 제안을 했고 한국측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는 한국의 정부교체기였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전이었고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 특수한 상황 때문에 진척이 안 됐다. 한국의 정치상황을 이해는 하지만 아쉬웠다.”

―지난 2008년 이명박정부 초 한미쇠고기협상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박 당선인측이 조심스러웠을 수도 있겠는데.

“이명박정부 초기 한미쇠고기협상 후 한국에서 대혼란이 있었고, 박근혜정부는 또다시 그런 일을 반복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이해했다. 한국의 새 정부가 미국 이슈에 아주 민감해한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명박정부는 정부 마무리 전에 끝내고 싶어했던 것으로 아는데.

“양측 모두 협상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싶어했다. 어떤 한쪽이 상대측의 주장을 수용하면 협상은 끝나는데, 모든 안에 대해 일정한 타협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조정이 진행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협상이 지연된 것이다. 한국측에서 만약 우리 입장을 수용한다면 바로 타결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파이로 프로세싱이 여전히 난제인 듯한데.

“분명한 것은 그것이 여전히 실험실 수준의 연구라는 점이다. 그것이 상업적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 경제적으로 효율적이고 기술적으로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지 아무도 예단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한·미 양측이 파이로 프로세싱에 대해 공동연구를 하고 결과가 나오면 반영하자는 입장이다. 이미 한·미 양국은 2년 전 파이로 프로세싱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이것을 10년간 해서 (협정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으로서는 전례가 없는 결정이다. 한·미 간에 아주 예외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은 ‘노 네버’가 아니라 ‘낫 나우’다. 지금 당장 미성숙한 아이디어에 대해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자는 것이다.”

―한·미 양국이 그런 공감대를 갖고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기술적으로 협정문에 반영하느냐가 관건일 것 같은데.

“미국 입장은 협정문에 현재 파이로 프로세싱에 대해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는 것, 그리고 그 리뷰를 통해 그것을 최종 협정문에 넣을지 결정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런 수준이라면 한·미 간에 그렇게 부딪칠 것 같지 않다.

“그것은 한국측에 물어봐야 한다. 그런데 또 다른 복병은 우라늄 농축이다. 한국측은 우라늄 농축을 핵연료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스스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가 보기에 한국이 현재 고려해야 할 점은 세계의 우라늄 농축연료 시장 상황이다. 현재 시장접근이 어렵지 않고 가격도 안정적이다. 한국이 핵연료의 안정적 공급 쪽에 관심이 있다면 그 우라늄 농축회사들의 지분을 사면 된다. 한국의 일부기업이 이미 그런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협상을 하면서 한국측에 아쉽게 느꼈던 점은 무엇인가.

“현재 국면은 한국이 무엇에 집중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과학적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는 분으로 그간 핵에너지 분야와 관련해 세 가지를 언급해왔다. 첫째 사용 후 연료 저장시설 확보, 둘째 안정적인 농축우라늄 연료 접근, 셋째 세계원전 건설시장 진출을 위한 경쟁력 확보다. 한·미 양국은 협력을 통해 세 가지 이슈를 모두 확보할 수 있는데 그에 앞서 몇가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미국은 박 대통령이 제시한 세 가지 중 2개 문제에 대한 합리적 해법을 갖고 있다. 우선 파이로 프로세싱의 경우 여전히 실험실 속의 이슈라는 점이다. 또한 우라늄 농축은 우리가 세계시장을 면밀히 관찰해 볼 때 글로벌 시장이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고 향후 시장의 추이를 볼 때도 크게 문제될 부분이 없기 때문에 한국이 스스로 농축우라늄 시설을 만들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세계 농축회사의 지분을 사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이에 대해 추가적인 보장이 필요하다면 미국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협상타결의 핵심은 중·단기적인 차원에서 우리가 해법을 손에 쥐고 있는 문제에 대해선 우선 결정하고, 장기적인 이슈의 문제들은 좀더 공동으로 스터디를 한 뒤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미국은 이에 대해 충분한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제 한국의 최종입장이 나와야 한다.”

그는 한국의 최종입장을 알고 싶다는 얘기를 하면서 “오늘 오후 청와대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래서 “박 대통령을 만나느냐”고 했더니 “미국의 진의를 전달하기 위해 박 대통령을 좀 만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의 표정에선 원자력협상 정국의 답보상태를 깨기 위해선 박 대통령의 진의를 파악해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아 힘들다는 답답함이 배어나왔다.

―한국의 과학자들은 핵주기완성론 차원에서 우라늄 농축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한국에는 아주 뛰어난 원자력 과학자들이 있고 이미 많은 부분에서 국제사회와 협력을 하고 있으며 그런 연구와 성취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런 만큼 자연스럽게 그런 것(우라늄 농축)을 실행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은 그것보다 좀더 넓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한국의 과학자들이 갖고 있는 이해관계보다 한국 전체가 갖고 있는 이해관계를 먼저 생각하고 그것을 과학자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과학자집단의 이해관계에 집중하지 말고 한국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이해관계를 생각해야 한다.”

―한국 사회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미동맹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발언을 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선 인도나 일본처럼 동등한 파트너로 여기지 않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한국을 일본이나 인도처럼 동등한 파트너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한국을 충분하게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도 오해다. 미국은 한국을 동등한 파트너로 존중하고 있고 한국은 원자력기술 등이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나라이고 한미원자력협정을 통해 한국과 미국이 핵에너지 분야에서 충분히 통합되고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이 왜 미국의 다른 파트너처럼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됐는지 잘 안다.”

―한국인들이 미국으로부터 동등한 파트너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미국이 일본이나 유럽, 인도 등과 협상을 할 때 그들이 갖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협상했다. 그들은 이미 우라늄 농축시설을 갖고 있고 가동 중이었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파이로 프로세싱의 경우 아직 실험적인 수준이고 현존하는 기술은 아니다. 그러니 우리가 현재 협정에서 파이로 프로세싱에 대해 결정을 하는 것은 조급한(premature) 일이다. 우리는 한국인들이 한미원자력협정에 대해 갖고 있는 정서를 안다. 우리도 한국과의 원자력협정을 아주 높은 수준으로 하려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와도 하지 않은 수준이다. 한·미 양국은 이번 협상을 진행하며 최근 원자력기술전환협정(Nuclear Technology Transfer Agreement)에 합의했는데 이 협정은 세계 어느 나라와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한국을 얼마나 존중하고 파트너로 생각하는지를 알려주는 협정이다.”

―그런가? 그런 점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는데.

“그뿐이 아니다. 우리는 원자력 연료 사이클 공동스터디(Joint Fuel Cycle Study)도 한국과 시작했는데 이것 또한 세계 어느 나라와도 시도하지 않았던 작업이다. 아르곤 연구소에서도 소듐냉각 원자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한국을 퍼스트 클래스 원자력 에너지 파트너로 존중한다는 것이고, 원자력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의 전문성을 높이 존중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국도 미국이 얼마나 노력하는지에 대해 이해해 달라. 우리가 한국의 정서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만큼 한국도 우리의 고민을 좀 이해해 줬으면 한다.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냐 재활용이냐는 개념이 얘기되고 있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핵에너지와 핵무기 모두에 이용될 수 있는 것들이다. 미국은 전세계를 놓고 고민하고 문제를 푸는 나라다. 미국이 비확산 문제에 대해 갖고 있는 고민의 지점을 좀 이해해 줬으면 한다.”

―한국이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만들 것이라고 믿는지.

“전혀 믿지 않는다. 한·미동맹이 굳건하게 유지되는 한 한국이 핵무기를 스스로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이 한국의 사용 후 핵연료 재활용을 재처리라고 규정하며 반대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런 의구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미국이 고민하는 것은 한국의 핵무기 제조 가능성 때문이 아니라, 한국에 재처리(리프로세싱)를 허용할 경우 이 협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보고 있는 다른 나라들이 우리도 하겠다는 식으로 나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런 미국의 고민을 이해해 줬으면 한다. 지난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서울에 와서 한국에 대한 안보보장을 재차 언급한 것은 한국 방어가 곧 미국의 이해관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한국도 미국이 전세계의 핵무기 확산에 대해 갖고 있는 고민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줬으면 한다. 우리가 한국측에 핵에너지 분야의 희생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미국의 비확산 원칙을 지키면서 한국의 민간 핵에너지 산업도 발전시키는 안이다. 그 공통점을 찾으려는 게 지금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원자력협정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 같다”는 말도 나왔는데, 한·미 양국 정부가 양국 여론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아니냐.

“이번 서울 방문에서 내가 주력하는 부분도 바로 그 지점이다. 모든 협상에 핵심적인 요소는 상호 달성하려는 목표(goal)가 있고, 양국의 환경이 있다. 양국 협상파트너의 정서도 중요하다. 미국 의회는 원자력협상에서 어떤 나라에 대해서도 농축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농축을 원하고, 그것이 안 될 경우 절대 사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시점에서 한·미 양국은 농축과 파이로 프로세싱에 대해 상호 타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한·미 양국이 공동연구를 진행하되, 미래에 그것을 허용할지 여부는 그때 가서 판단하도록 열어놓자는 것이다. 그게 우리의 최종타협안이다.”

―한미원자력협정 미측 수석대표로 활동할 때 오바마 대통령의 협상지침은 무엇이었나.

“내가 수석대표일 때 받은 지침은 공정한 합의(fair agreement)를 끌어내고 한국이 민간 핵에너지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미국이 협력을 약속한다는 것, 그리고 동시에 미국의 비확산 목표에도 부합하는 협정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한미원자력협정이 선진적이고 호혜적으로 개정돼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지침과 유사한데.

“그렇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점이다.”

―국무부 재직 시절 북한·이란 제재 조정관 직도 맡아 제재를 총괄했는데 이란의 최근 유화공세를 어떻게 보는가.

“최근 이란의 변화는 아주 고무적이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훨씬 현실적이고 이란의 경제를 제자리에 돌려놓기를 원하고 있다. 그들은 제재를 없애려면 핵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고 이에 대해 협상을 하려 한다. 그런데 그런 자세가 이란 핵문제 타결에 청신호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들은 이란의 제재를 해제하기 원하면서도 이란의 농축권에 대해서는 고집하고 있다. 그러니 핵협상은 쉽지 않을 것이고, 너무 낙관해서도 곤란하다.”

―국무부 시절, 이란 제재안을 만들었는데 제재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나.

“이란 제재 총괄조정역을 맡은 상태에서 서울에 왔을 때, 한국은 이란의 원유 주요구매국이었지만 과감하게 미국에 협력하며 이란의 원유수입을 상당 부분 감축했다. 일본과 터키 등도 여기에 동참하면서 이란의 원유수익이 절반 정도로 줄었고 이것은 제재가 작동하게 되는 결과로 연결됐다. 미국은 한국이 이란 원유수입을 삭감하며 국제제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한국이 이란 제재에 참여함으로서 이란이 변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셈이다.”

―이란 제재는 성공적으로 가동됐는데 북한 제재는 어떤 수준이라고 보는가.

“아이러니한 것은 이란 제재보다 북한 제재가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이란은 북한보다 훨씬 큰 나라이고, 세계 각국과의 관계 속에서 무역거래와 금융거래를 해야 지속되는 구조를 갖고 있어서 제재를 하기에 북한보다 어떤 면에서는 수월하다. 또한 이란에게는 중국과 같은 거대 지원국가가 없다. 그러니 북한에 아무리 강한 제재를 가해도 북한은 흔들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북 제재도 안 통하고 대화도 불통인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그저 북한을 내버려두는 게 옳은 방법일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의 대북태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북한의 행태에 대해 불편해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미 북한의 잘못을 많이 보고 그것의 문제점을 알고 있는 게 확실하다. 물론 여전히 중국은 북한에 대해 중대한 뭔가를 결정하는 데 있어 주저하고 있다. 중국이 뭔가 압박을 하게 되면 북한의 불안정, 나아가 붕괴도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중국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중국의 고민이 있다.”

―대북 제재와 관련해 한국에서 불리는 별명을 알고 있는지.

“글쎄 들어본 바가 없는데.”(웃음)

―한국에서는 ‘북한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그런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어떤 얘기를 해도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그가 마침내 이 부분에서 웃었다. 인터뷰 내내 팽팽하게 유지됐던 긴장도 해소됐다. 이때부터 아인혼은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등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집권 초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을 준비했다. 다만 북한이 거기에 맞는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담이 재개되지 않은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박 대통령은 무조건적인 대북협상을 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협상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보장받으면서 6자회담을 하려 한다. 최근 핵군축 협상을 주장한 것도 그런 맥락인데 이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다. 북한이 6자회담을 재개하려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지 않는 한 협상은 열릴 수 없다.”

―리처드 닉슨 시대 이후 40년에 걸쳐 비확산 문제 전문가로 미국 정부에서 일하면서 절반은 한반도 문제에 관여했는데 총평을 한다면?

“나는 공직생활 중 전 세계 국가들의 이슈에 관여해 왔는데 어느 나라보다도 한국 문제에 집중해온 시간이 많다. 한국은 올 때마다 참으로 매력적이고 친밀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뛰어난 협상가들을 많이 만나게 된 것도 큰 기쁨이었다. 한국과 때로는 의견이 맞았고 때로는 충돌을 하기도 했지만 한·미 간의 오랜 우의를 바탕으로 최선의 방안을 찾을 수 있었다. 한·미의 관계는 미국이 세계 여러 나라와 관계를 맺고 있는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다.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한국과 더불어 지낼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한다.”

인터뷰=이미숙 국제부장 muse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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