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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3년 10월 14일(月)
법조 상식 저버린 불법시위 無罪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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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대한민국 헌법 제103조는 ‘법관(法官)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선 ‘독립하여’란 말은 정치적 외부 압력이나 조직 내부의 압력 등으로부터 독립은 물론 ‘자기 자신의 개인적 성향이나 소신’으로부터 독립해 오로지 ‘헌법과 법률의 정신’에 따라야 한다는 것도 의미한다. 또한 ‘양심’의 의미는 법관 개인의 주관적 가치와 정치적 이념을 말하는 게 아니라, 가치중립적이고 보편적 이념에 따른 법관의 ‘직업적 양심’을 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근래 일부 법관들이 이러한 직업적 양심을 저버리고 자신의 주관적 가치와 정치적 이념에 편향돼 대다수의 국민이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결들을 내리고 있다. 애초에 신고된 집회 장소가 편도 2차로임에도 이를 어기고 4차선 전 차로를 점거하고, 또한 신고 장소보다 100여m를 더 진출해 도심 한복판에서 40여 분 간 심각한 교통 방해를 초래한 집회 참가자에게 무죄(無罪가 선고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에서 법관은 ‘신고한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고 단언하기 어렵고, 시위가 일요일 이른 아침에 이뤄져 교통량도 많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무죄로 판단했다.

법관의 판단처럼 피고인의 범죄행위가 경미하고 공익을 심하게 해하지 않았다면 형량을 감경하면 될 일이지 ‘죄가 되지 않는다’고 선고한 재판부를 법학자인 필자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이번 판결을 한 재판부는 지난 9월 북한 금수산기념궁전의 김일성 시신을 참배한 행위에 대해서도 무죄 선고를 한 바 있다.

법원의 이해할 수 없는 최근 판결 중 또 하나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기소된 통합진보당원 45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재판부는 당내 경선의 경우 선거의 4대 원칙이 그대로 준수돼야 하는 것은 아니며, 당시 대리투표를 금지하는 당헌·당규가 부재했고, 대리투표 행위가 ‘위임에 따른 통상적인 수준의 대리투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정당은 민주적 대의정치의 근간이다. 정당은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경쟁적인 정당 활동을 통해 수렴하고 표출한다. 또한 정부를 통제하며 사회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정치적 책임을 진다. 따라서 정당은 자유 민주주의의 요체다. 그래서 정당에 대해 국고보조를 지원하고 헌법이 정당의 활동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당이 당헌·당규에 직접선거에 관한 규정이 없다고 대리투표를 한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재판부는 정당에 대한 초보적 이해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

최근 이처럼 국민의 법 감정상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결들을 내놓고 있는 일부 법관들의 문제는 이념적 편향성의 우려로 끝날 일이 아니다. 사법부 전체의 정체성을 완전히 뒤흔드는 매우 심각한 현실적인 위기다. 법관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사법부이며, 법관이 법률에 따라 가치중립적으로 공명정대하게 판결을 하는 것이 바로 헌법이 요구하고 국민이 바라는 사법부의 역할과 정체성이다.

잇단 가치 편향적 판결이 나오는 요인 중 하나는 법관의 사회적 영향력에 비해 법관 임용과 인사 시스템이 너무나 허술한 점이다. 단 한 번의 시험과 사법연수원 성적으로 법관이 임용 되고, 큰 사고만 없으면 10년 이상 신분이 보장되며, 법관을 그만두더라도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어 승진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객기어린 판결을 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법관 인사 시스템이다. 여러 차례 지적된 것처럼 이 기회에 사법부는 법원의 독립성과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튀는 판결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법관을 통제할 수 있도록 인사 시스템을 개선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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