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포섭 中현지직원, S社 명의 北간부 호텔 예약

북한 대남 공작부서인 225국(구 대외연락부)에 포섭된 대기업 S사의 중국 현지 직원(조선족 중국인)이 북 권력서열 10위권의 225국 총책임자(장관급) 신병치료를 위한 항공권 예약을 S사 명의로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직원은 항공권 외에도 호텔 예약과 북한 물품 구매 등도 225국의 요청에 따라 S사 명의를 사용해 대행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S사 명의를 사용할 경우 최대 40%까지 비용을 할인받을 수 있는 경제적 혜택을 활용한 것이다.(문화일보 10월 16일자 1·2·3면 참조)

이는 225국이 대기업 전산망에 1년간 200여 회나 접속하면서 ‘사이버 해킹’을 한 데 이어 대기업 복지망까지 공작 활동에 이용한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북한 대남 공작부서가 보안이 허술한 대기업 해외 지사를 활용해 사이버 해킹과 해외활동 편의 제공까지 전방위적으로 침투해 들어온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북한 공직조직의 이 같은 침투 유형은 처음 적발된 것이다.

17일 국가정보원과 검찰에 따르면 S사 중국 현지 직원 위모(여) 씨는 베이징(北京) 북한 공작원 채모 씨에게 포섭된 뒤 최근 1년여 동안 본사 전산망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준 데 이어 각종 공작활동 편의를 제공했다. 이 편의 내용 중에는 225국의 국장인 강관주의 신병치료를 위한 싱가포르 왕복 항공권 예약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83세인 강관주는 김일성의 외오촌 조카이자 정치국 후보 위원으로 북한 권력 서열 10위권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97년 남한 지하당 구축을 총괄한 대외연락부 부장을 맡은 이래 225국으로 명칭이 개편된 뒤에도 국장을 계속 맡고 있다. 1993년에는 통일전선부 부장도 역임한 대표적 대남 공작책임자이다.

강관주는 만성 신부전증에 시달리며 중국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최근 싱가포르에 신병치료를 가기 위한 항공권 예약에 위 씨를 동원해 S사 명의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채 씨도 가족 여행에 위 씨의 도움을 받아 항공권과 호텔 예약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당국은 이렇게 할 경우 최대 4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외화 절약을 위해 S사 전산망을 활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에 포섭된 위 씨는 또 S사 명의로 강관주를 위한 의료장비와 컴퓨터 등 물품을 구매해 북한으로 공급한 사실도 적발됐다. 수사 당국은 “위 씨 부부가 평양에 드나들며 북한과 중국 간 무역을 도와왔고 항공권·호텔 예약과 한국산 초음파 의료기 등의 구입을 부탁받고 S사 명의로 구매를 대행하는 등 북한 공작원의 활동에 조력해 왔다”고 전했다.

천영식 기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