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허가 규정’ 바꿔 외국계 봐주기?

최근 입법예고된 정부의 ‘경제자유구역 카지노 사업 허가규정’과 관련, 외국계 기업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경제자유구역의 카지노 사업 허가 규정을 바꾸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의 입법예고 절차를 마쳤다.

개정안의 경우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 허가 규정을 담은 제23조 중 자격 조건을 명시한 ‘신용상태’ 문구를 ‘자금능력, 관련사업 수행경험’ 등으로 완화했다. 이에 따라 이번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카지노 사업자의 자격심사 요건이 완화돼 자칫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카지노 업계는 이에 대해 지난 1월 사전심사 청구를 했다가 신용상태 문제로 부적합 통보를 받은 ‘시저스-리포 컨소시엄’을 봐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시저스는 세계 주요 신용평가기관들로부터 사실상 ‘투기등급’ 판정을 받아온 데다 부채는 238억 달러(약 25조3000억 원), 지난해 영업손실은 3억 달러(32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저스가 중국계 부동산 재벌 리포와 손잡은 것은 신용 상태가 악화된 때문”이라며 “시저스는 과거 외환위기 때 제일은행 매매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렸으나 조세회피 지역에 거점을 두고 세금을 내지 않아 문제가 됐던 뉴브리지캐피털의 관계사여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지를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는 관련법 개정안이 이미 입법예고된 상황에서 기존 규정만으로 무리하게 사업 허가를 내줘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이명박정부 시절 카지노 사업 허가를 내주기 위한 사전심사제를 도입하면서 5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면 서류심사만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했으나 ‘먹튀’ 방지를 위해서는 10억 달러로 조건을 상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원처리 방식의 기존 사전심사제를 이번에 공모제로 바꾸기로 한 것은 정부 주도의 중장기적인 카지노 사업 허가 정책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나 자격 조건 완화로 더 큰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심도 깊은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