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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10월 18일(金)
스스로 불밝힌 인류, 문명을 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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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빛의 세계사 / 제인 브록스 지음, 박지훈 옮김/을유문화사

선사시대 석등부터 발광 다이오드(LED)에 이르기까지 인공조명의 역사를 추적한 책의 제목이 ‘빛의 역사’가 아니라 ‘빛의 세계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인공조명이라는 틀로 혹은 인공조명을 매개로 한 인류 문명사·미시 문화사이다.

50만 년 가까이 인류에게 불은 ‘빛’이 아니라 몸을 따뜻하게 하고 음식을 데우기 위한 ‘열’로 쓰였다. 이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의 일과는 자연조명인 해에 좌우됐다. 밤이 되면 일과도 멈췄다. 하지만 빛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은 석등을 만들고, 석등은 촛불로 대체되고, 고래기름 램프와 전구로 진화하면서 문명을 일궈가게 된다. 인공조명으로 어둠 속에서도 일을 할 수 있게 됐고, 노동시간은 유연해졌으며 긴 저녁시간을 누리게 됐다. 얼마나 많은 시와 소설과 음악이 어두운 밤에 쓰여졌는지, 얼마나 많은 역사적 사건과 위대한 사랑이 어둠 속에 이뤄졌을지를 생각할 때 조명이 없었다면 인류의 현재는 있을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미시적 사물의 이면과 역사를 추적하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역사 전문 작가인 저자는 이 같은 프레임 아래 인공조명의 세계사를 추적한다. 이에 따르면 18세기 중반까지 사람들은 집에서 양초를 만들어 썼고, 18세기 후반에도 런던, 파리, 암스테르담에는 주민들의 창턱 램프가 가로등을 대체했다. 이어 18세기 수많은 포경선들은 고래기름을 얻기 위해 바다로 나갔다. 수지 양초를 쓰는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유채씨 기름도 많이 썼지만 고래기름은 값이 쌌고 공급량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9세기 초에 이르자 영국의 공장들은 수지와 고래기름으로는 더 이상 만족할 수 없게 됐고 가스불이 대안으로 입지를 구축했다. 이어 저자는 에디슨의 백열등 발명, ‘차디찬 빛’ 형광등 시대, 전기 발전소와 전력망 보급까지 훑어간다.

당연히 저자는 이 같은 인공조명이 인류의 문명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기술한다. 예를 들어 그는 나이아가라 폭포 발전이 만든 세계사를 이렇게 정리했다. “발전기는 인간의 의지가 보이는 물체로 구현되고, 인간의 생각이 쉽고 제어할 수 있는 실체로 변환된 증거였다. 발전기가 청결하고 소음 없이 강력한 힘을 내면서 초기 기계가 일으킨 소란스러운 굉음은 저 멀리 사라졌고 연기, 석탄 부스러기, 그을음은 자취를 감췄다. 작은 핸들과 레버가 달린, 눈이 부시도록 깨끗한 스위치 버튼은 잘 훈련되고 순종적인 수백만 일꾼을 합친 것보다 더 큰 힘을 조절할 수 있는 제국의 왕좌였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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