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3세 女兒 매들린 실종사건’ 해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아픔을 겪는지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건 현장에 있었거나 매디(매들린의 애칭)를 데려간 용의자의 얼굴을 안다면, 제발 용기를 내주세요.”

6년 전 유럽과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매들린 매캔 실종 사건’이 영국 사회를 다시 뒤흔들고 있다. 휴양지에서 잠을 자던 중 사라진 3세 여자아이 실종 사건이 또다시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BBC의 인기 범죄수사 프로그램인 ‘크라임워치’가 최근 매들린 실종 사건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정황 증거들을 밝혀내면서 매들린의 행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금발 · 파란 눈을 가진 여자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

지난 2007년 5월 3일 밤 10시. 포르투갈의 휴양지 프라이아 다 루즈에서 리조트 방 안에서 잠을 자고 있던 영국 여자아이 매들린 매캔(당시 3세)이 실종됐다. 불과 50m 떨어진 리조트 내 레스토랑에서 함께 휴가 온 친지들과 저녁을 먹고 돌아온 아버지 게리와 어머니 케이트는 방문과 창문이 열린 채 매들린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당시 프라이아 다 루즈 지역에서는 고아원 등 자선단체에 대한 기부를 요청하며 집으로 들어와 돈을 구걸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고가 부쩍 많았고, 리조트의 구조상 외부 침입이 수월했다. 포르투갈 경찰은 목격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영국 출생의 포르투갈인 ‘로베르트 뮈라’라는 남성을 첫 번째 공식 용의자로 지목했다. 뮈라는 경찰 수사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목격자들의 진술을 포르투갈어로 번역해줘 왔던 남성이었다. 그가 부인에게 세 살 난 딸아이의 양육권을 빼앗겼으며, 매들린이 실종되던 당일 리조트에서 뮈라를 봤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쏟아져 나왔지만 경찰은 결국 뮈라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 부유한 의사 부부, 딸을 살해한 용의자로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2007년 7월 영국 경찰이 포르투갈 경찰의 수사를 돕기 위해 자외선감지기와 탐지견 등의 장비를 갖추고 투입됐다. 탐지견들은 아무리 오래되거나 흔적이 지워진 혈흔이라도 그 냄새를 통해 피해자의 동선을 추적할 수 있었다. 문제는 매캔 부부가 매들린이 사라진 지 24일 후 빌린 차량 내부에서 탐지견들이 매들린의 혈흔을 찾아낸 것이다. 매들린의 피가 묻었다고 추정되는 증거들은 영국 법과학연구소(FSS)로 보내졌고, 충격적이게도 해당 혈흔이 매들린의 것이 맞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FSS는 당시 ‘미세증거물(LCN) 분석법’을 사용했는데, 분석 가능한 세포 및 증거가 거의 없을 때 사용되는 방법이지만 오염과 오역의 가능성이 높았다.

이후 FSS의 분석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시 영국의 일간지들은 “포르투갈 경찰이 매캔 부부를 용의자로 지목했다”며 대서특필하기 시작했다. 다이애나 비의 죽음을 일컫는 ‘다이애나피케이션(Dianafication)’을 본떠 ‘매디피케이션(Maddification)’이라는 용어가 생길 만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게리가 심장의학과 전문의이며 부인 케이트도 의사란 점 때문에 매들린 살해설은 더욱 그럴듯하게 포장돼 부풀려졌다. 일부 타블로이드 신문은 이들 부부가 사고로 사망한 매들린의 시신을 숨기고 유괴로 조작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결국 매캔 부부는 매들린을 찾지 못한 채 영국으로 돌아와야 했고, 2008년 7월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무렵 포르투갈 법무장관이 사건 종결을 명령하면서 결국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다.

# “매들린, 우리집 지하에 있습니다”

매캔 부부는 영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사설 탐정을 고용해 계속해서 아이를 찾았다. 매들린이 돌아오길 바라는 사람들이 모여 ‘매들린찾기 재단’을 설립, 부부를 돕기도 했다. 이들은 특히 아이가 해외로 빼돌려졌을 가능성을 고려해 세계 각국의 사설탐정을 고용했다. 모로코에서 매들린을 봤다는 목격담이 나오자, 몇몇 유명 연예인들이 사설탐정 비용을 대가며 조사를 지원했지만 아무런 성과없이 시간만 흘렀다.

그러던 중, 지난 2010년 9월 2일 미국의 커뮤니티사이트 ‘포챈(4Chan)’에 충격적인 글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이 잊어져 가고 있던 매들린의 사진을 올리며 “대체 이 여자아이가 어디 있는 것 같냐”고 묻자, 누군가 매들린으로 추정되는 여자아이의 사진과 함께 “우리집 지하실에 있다”는 글을 올린 것이다. 사진 속 여자아이는 손발이 포박된 채 지하실 기둥에 묶여 있었으며, 검은색 테이프를 입에 붙인 채 울고 있었다. 사진 속 아이는 매들린이 성장한 모습을 가정해 제작된 사진과 거의 일치했다. 이 게시물은 영국과 미국을 흔들며 매들린이 미국에 있을 것이란 추측을 낳았지만 해프닝으로 끝나고 만다.

# 다시 시작된 수사, 매들린은 어디에?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매들린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7월 4일 영국 경찰은 “포르투갈 경찰이 추정했던 시간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매들린이 납치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다”며 38명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공식적으로 수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영국 BBC의 시청자참여 프로그램 ‘크라임워치’가 이 사건을 재조명하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숨어 있던 매들린의 실종 사건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BBC는 매들린 실종 당시 상황을 추적하며 컴퓨터 합성을 통해 비교적 정확한 용의자의 몽타주를 제작·공개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용의자를 봤다는 제보가 하루에 1000건씩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수사인 만큼 매들린을 되찾을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영국에 집중되고 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