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병수 한반도해운㈜ 대표가 지난 15일 집 근처인 서울 종로구 부암동 올림픽연습장에서 연습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munhwa.com
시(詩)를 읊는 골퍼가 있다.
정병수(63) 한반도해운㈜ 대표는 골프를 하면서 뜻대로 안되면 마음을 다스리는 시를, 잘 맞았을 때는 흥분을 가라앉히는 시를 읊조린다. 그가 외우고 다니는 시만 200편이 넘는다. 5분 동안이나 암송하는 장시(長詩)도 있다.
그는 공식 등단은 안 했지만 뛰어난 ‘시인’이라는 게 주위의 평가다. 정 대표는 “시가 마음을 정화시키는 데 최고”라면서 “골프를 할 때 시 암송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머리가 어지러울 때나 샷을 한 뒤 페어웨이를 홀로 걸으면서 시를 낭송하다 보면 마음을 잠재우는 데는 최고라고 한다. 그가 이처럼 시와 가까이 하는 데는 시가 늘 긍정의 마음을 확고히 해주는 마력이 있는 데다 밝게 살기 위해서다.
정 대표는 골프 실력도 수준급이다. 1989년 막역한 사이의 대학교수이던 선배가 골프채를 선물하면서 골프를 접했다. 한번 빠지면 쉽게 몰입하는 그의 성격상 3개월 동안 연습장만 다녔고, 처음 배울 때부터 레슨프로에게 제대로 기초를 다졌다. 프로가 가르치는 대로 석 달 동안 연습장에서 드라이버 한번 안잡고 아이언만 연습했다. 얼마후 군 골프장인 남수원골프장에 처음 라운드를 나갔을 때 그는 드라이버와 우드는 잡지 않고 아이언과 퍼터만으로 플레이했다. 이후 한 달 뒤에 92타를 쳤다. ‘머리 얹을 때’ 동반자가 그에게 드라이버 치는 법을 가르켜 줬지만 동반자와 같은 스코어를 기록했던 것.
골프채를 잡은 지 8개월 만에 남수원 클럽챔피언을 지낸 지인과 함께 라운드에서 처음으로 싱글스코어를 기록했다. 79타를 쳤고, 챔피언 출신 지인은 82타를 쳤다. 이후 4년쯤 지나니 안정적인 70대 스코어를 치는 싱글핸디캐퍼가 됐다. 이때부터 70대 후반만 쳐도 서운할 정도였다.
그런 만큼 그의 골프 경력은 화려했다. 그의 베스트 스코어는 1998년 고교동문회(광주일고)때 120명이 출전한 경기 용인시의 아시아나골프장 서코스에서 5언더파 67타를 쳤다. 전반에 4개홀 연속 버디를 포함해 버디만 8개를 기록했다. 당시 그가 기록한 스코어는 이 골프장의 아마추어 골퍼가 기록한 최저타였다. 특히 그는 이날 이 대회 3연패를 달성해 동문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았다.
이후 동문 대회에 나가도 시상에서 그는 제외됐다. 그가 처음 60대 스코어를 친 것은 1995년 태광골프장에서였고 이후에도 10차례 정도 기록했다. 그는 “언더파를 치는 것보다 ‘노 보기플레이’가 더 어렵다”고 했다. 지금까지 18홀 모두 파를 한 적이 두 차례 있었고, 한 번은 경기 파주시의 송추골프장에서 100% 파온을 시킨 뒤 버디 3개와 파 15개를 기록한 적이 있다. 이글은 한 라운드에서 2개를 기록하는 등 지금까지 50여 차례 기록했다.
홀인원은 아시아나골프장 동코스 6번홀(파3·130m)에서 그린에 한 번 퉁기지 않고 직접 홀로 들어갔다. 이른바 ‘덩크 홀인원’이었다. 때마침 이 골프장 오너였던 박정구 회장이 뒤 팀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였고, 임직원들이 도열해 있었다. 백 티에서도 칠 정도로 그의 비거리는 240m 이상 날렸지만 60대에 접어들어서도 220m를 너끈히 보낼 만큼 장타를 날린다. 2000년에 용인의 기흥골프장에서 알고 지내던 세미프로 3명과 라운드 때 백 티에서 2언더파 70타를 친 적도 있다.
그에게 골프를 잘 하는 비결을 물었다. “골프는 열심히 연습하는 사람 중에서 잘 치는 사람이 가끔 나오는데, 처음부터 기초를 충실히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탁구선수를 했던 경험이 골프를 잘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다. 탁구와 골프는 체중이동이 비슷하고, 공에 대한 감각이 같다고 말했다.
50대 후반까지 핸디캡 3 정도를 유지해왔지만, 요즘엔 월 한두 차례 라운드하며 실력이 다소 줄었다.
한번은 박세리 프로가 공주금성여고 1학년 시절, 유성골프장에서 조인해서 함께 라운드한 적이 있었다. 정 대표는 74타를 쳤고, 박세리는 드라이버 거리도 그보다 훨씬 멀리 보내며 68타를 쳤다. 하지만 드라이버샷이 마음에 안 든다며 곧바로 연습장으로 향하는 박세리의 모습을 보고 대성할 선수라고 생각했었다고 기억했다.
골프는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출발해야 하는 운동이라는 그는 “아무리 골프를 잘하는 ‘로 핸디캐퍼’라 해도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하면 존경받기 어렵다”면서 “라운드때 ‘로 핸디캐퍼’보다 그날의 ‘하이 핸디캐퍼’가 가장 즐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까지 정무직 공무원을 역임한 그는 현재의 해운물류회사를 설립해 10여 년 이상 경영해 오고 있다. 그는 올해 창립 71주년을 맞은 한중문화협회 회원이면서 한중골프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정 대표는 골퍼로서 세 가지 꿈이 있다고 말했다. 아직 못해본 ‘앨버트로스’보다는 72세 전에 이븐파 이하로 ‘에이지슈터’를 해보는 것과 앞으로도 20년 이상 건강하게 골프를 즐기고 싶고, 기회가 닿는다면 골프장 운영을 통해 문화를 접목한 특화된 골프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정병수 골프 프로필
▲ 골프 입문 = 1989년
▲ 골프 비거리 = 220m
▲ 골프 기록 = 베스트 5언더파 67타. 홀인원 1회, 이글 50여 회, 노보기 플레이 3회
▲ 골프란 = 수신(修身·마음을 바르게 닦는 것)이다. 골프를 할 때 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를 알 수 있다. 평소엔 상대 마음을 양파 껍질처럼 벗기기 어렵지만 골프를 치다 보면 다 벗겨져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모습이 드러난다. 이 때문에 마음을 갈고 닦는 절차탁마(切磋琢磨)와 같은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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