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건설사 빼고 행복주택사업 성공할까

무주택 서민들과 대학생, 신혼부부 등의 희망이 돼온 행복주택사업이 첫삽도 뜨지 못한 채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는 착공될 것으로 예상했던 서울 구로구 오류지구와 서대문구 가좌지구가 최근 들어 입찰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초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10월 말이나 11월 초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끝내고 올해 말 착공할 계획이었으나 사업절차 지연과 건설사들에 대한 징계(부정당업자 지정) 등으로 사실상 연내 착공이 물건너갔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LH가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사업에 참여했던 35개 건설사에 대해 입찰 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부정당업자로 지정하면서 건설사들이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입니다.

부정당업자로 지정되면 공공공사에 6개월 이상 입찰 참여를 못하는 데다 대외신인도 하락 등으로 회사 위상이 급락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시공능력평가 50대 업체 대부분이 LH와 한국수자원공사, 조달청 등의 징계를 받았거나 받을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LH가 연내에 행복주택사업을 발주할 경우 상위권 50여 개사가 입찰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건설업계에서는 행복주택의 질은 물론 첫 행복주택사업 착공이 늦어지면 나머지 5개 시범사업 추진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건설업계는 행복주택사업이 현 정부 핵심정책인 데다 기술제안 방식 입찰이어서 기술적 평가, 건축비, 사업성, 공사기간 등의 분석에 심혈을 쏟는 등 적극적인 참여를 준비했습니다.

특히 행복주택은 철길 위에 인공지반을 설치해 그 위에 집을 짓는 고난도 공사여서 중대형 건설사나 중견 이상 건설사들이 참여해야 합니다. 하지만 중대형·중견 건설사들 대부분이 과거 잘못으로 정부와 공기관의 부정당업자 지정(혹은 예정)으로 사실상 입찰참여가 물거품이 되고 있지요.

LH와 수자원공사 등의 부정당업자 지정은 모처럼 꿈틀거리고 있는 건설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입니다. 5년여의 장기침체 끝에 찾아온 ‘분양시장 온기’가 부정당업자 지정이라는 찬물을 맞고 있기 때문이지요.

무주택 서민들과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행복주택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건설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와 우리 사회가 부정당업자로 지정된 건설사들에 대해 한시적으로 사면(?)을 해주는 방안 등이 필요합니다.

한시적 사면이 어렵다면 부정당업자 지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관계 당국이 적극 받아들여 행복주택 사업 등이 원활히 추진되는 길을 터주어야 합니다. 물론 건설업계의 뼈아픈 자정노력이 뒤따라야 하겠지요.

행복주택사업의 조기 추진과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와 공기관, 건설업계가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