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銀, 돈 계속 찍더니… 올 자산 50兆엔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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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를 등에 업은 일본이 양적완화 규모를 늘리면서 원고·엔저에 따른 국내 수출 경쟁력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이 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갈 경우 엔저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는데다 신흥국 금융시장 충격으로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18일 한국은행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일본은행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에 비해 49조8270억 엔 늘어났다. 이는 2007년 말부터 올 9월까지 늘린 총 자산규모 96조9050억 엔의 50%를 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취임한 뒤 양적완화를 핵심으로 한 아베노믹스에 본격적인 발동이 걸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양적완화로 엔·달러 환율은 2012년 12월 평균 83.64엔이었으나 올 9월에는 99.30엔까지 상승(엔화 가치 하락)했다. 5월에는 월평균 환율이 100.96엔을 기록하며 100엔을 넘기도 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138조 엔이었던 본원통화 공급을 오는 2014년 말까지 270조 엔으로 늘린다는 방침이어서 양적완화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19개월 연속 경상수지와 외국인 투자자 역대 최장기 주식 순매수(35거래일)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 가치 상승)하고 있어 향후 수출 가격 경쟁력 악화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은 올 6월 평균 1136.59원이었으나 9월에는 1084.79원으로 떨어졌다. 10월 17일에는 1063.70원까지 하락했다.

신세돈(경제학) 숙명여대 교수는 “우리 수출에 대한 엔저의 실질적인 충격은 1년 정도 후에 오는 경향이 있다”면서 “엔저 피해가 내년부터 올 확률이 높은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등 선진국이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가늠질하고 있는 것도 우리 경제에는 악재다. 현재는 일부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우리나라로 유입되고 있지만,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되면서 자금 이탈이 발생할 경우 금융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큰 탓이다.

국제금융협회(IIF)는 10월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등 30개 신흥국으로의 글로벌 민간자금 유입액 전망치를 1조620억 달러로 수정했다. 이는 6월 1조1450억 달러보다 830억 달러 줄인 것이다. 내년 민간자금 유입액 전망치 역시 6월 1조1120억 달러에서 10월 1조290억 달러로 낮췄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