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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10월 23일(水)
마흔 넘은 형제, 젊은 애인과 기묘한 동거
연극 ‘니나’ 27일까지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잔잔한 일상에 던져진 조약돌 하나.’ 이 조약돌이 일으킨 파문이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 나간다. 지난 16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서울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니나’(사진)는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대단한 극적 사건이 벌어지지 않음에도 연극은 시작과 끝에서 확연히 달라진 등장인물들을 보여준다. 프랑스 극작가 미셸 비나베르(86)의 작품인 ‘니나’는 국내 초연으로, 평범한 일상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극의 등장인물은 모두 세 명. 마흔이 넘었지만 미혼인 두 남자 형제 세바스티앙과 샤를르, 그리고 동생 샤를르의 애인 니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형제는 서로 의지하며 사이좋게 살고 있다. 형 세바스티앙은 공장에서 일하는 숙련공이고, 동생은 미용사다. 형은 세계정세나 시사문제에 관심이 많지만 동생은 전혀 관심이 없다. 당연히 두 사람의 대화는 겉돌기 마련이다. 하지만 형제는 전혀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같이 요리를 해 먹으며 나날을 이어간다.

그런 어느 날 동생의 젊은 애인 니나가 그들의 집에 들어오면서 형제의 평화는 깨지고 만다. 형은 니나를 원망하며 집을 나가려고 하지만 니나의 중재로 셋은 화해하고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세 사람이 이런 상황에 익숙해질 무렵 니나는 돌연 체코 난민 출신의 애인이 생겼다며 집을 나간다. 이후 니나는 가끔 형제의 집을 찾아 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극은 여기까지다. 그렇다면 형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물론 극 중에서 형제는 직장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형 세바스티앙은 공장에서 어쩔 수 없이 작업반장을 맡아 동료를 해고하는 악역을 담당한다. 그로 인해 해고된 동료에게 린치까지 당한다. 동생 샤를르는 직장인 미용실에서 만연한 성희롱을 참지 못하고, 사장에게 항의하다 결국 잘리고 만다. 이후 직장을 찾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이 같은 에피소드가 극적인 사건으로 펼쳐지지 않는다. 단지 두 형제의 진술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될 뿐이다. 오히려 니나와의 동거로 인해 벌어지는 해프닝들이 훨씬 직접적으로 그려진다. 극 종반에서 두 형제는 처음과는 매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어머니의 환영에 사로잡혀 있던 형제가 보다 성숙한 ‘어른의 세계’로 진입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연극은 극단 백수광부의 ‘삐딱한 사회극’ 시리즈 중 한 편이기도 하다. 류주연 연출, 유성진·이태형·심아롱 출연. 02-889-3561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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