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가구공단’ 외국인 노동자의 생생한 한국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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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잘 있어요, 마석/고영란·이영 지음/컴퍼니 클

책 제목은 마치 사적 감정이 깃든 편지의 한 구절과도 같다. 저자 중 한 명인 고영란 작가의 말처럼, 이 제목은 이주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흔히 가족에게 보내는 인사다. 자신이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그들은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걱정 말아요. 난 잘 있어요”라는 인사를 건넬 뿐이다. 간결한 표현이지만, 가슴을 찡하게 한다. 책은 마석 이주노동자들의 세상살이와 한국살이를 진솔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저렴하게 가구를 살 수 있는 ‘국내 최대 가구공단’으로 알려진 경기 남양주시 마석가구공단에는 다양한 국적의 이주노동자 800여 명이 모여 살아가는 마을이 있다.

책은 한국 사회에 알려지지 않은 이주노동자 마을 사람들의 세밀한 일상을 1년 넘게 관찰한 기록이다. 노동과 생활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그들만의 독특한 희로애락을 풍부한 인터뷰와 사례들, 그리고 사진을 통해서 생생하게 전달한다. 선주민인 한센인, 공장주, 주변 상인 등 이주노동자와 공생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책에 따르면 마석은 노동과 생활이 분리된 경기 안산시의 이주노동자 밀집지역과 다르다. 마석은 일터와 삶터가 뒤섞여 있어, 실제 주민이 된 이주노동자들의 24시간 일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곳이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털어놓는 각각의 사연은 독자들에게 때로는 눈물을, 때로는 웃음을 선사한다. 지난해 10월 20일 저녁, 마석에 있는 신랑과 방글라데시에 있는 신부가 한날한시에 올린 전화 결혼식도 소개했다.

“마석에 있는 신랑의 친구들은 직접 만든 음식을 하객들에게 대접하며, 하객이 전하는 축의금을 모아 신랑에게 챙겨준다. 같은 시간 방글라데시의 신부의 집에서도 잔치가 벌어지고, 신랑의 부모와 친구들이 참석한다. 예식이 시작되면 신랑은 전화로 본국의 신부에게 ‘아플 때나 힘들 때나 함께한다’는 혼인서약을 한다.”

책은 다양한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녹여 담았다. 송금이 끊기자 가족과 연락도 끊긴 안토니 씨, 심근경색으로 사망해 장례식을 치른 샬림 씨, 고된 노동을 위해 산행과 채소 생즙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바른생활 사나이’ 사티 씨는 오랜 한국생활을 한 고참급 이주노동자들의 인생역정을 들려준다.

전통적인 여자의 삶을 거부하고 새로운 세상을 찾아 네팔을 떠나온 아유시 씨, 마석의 생활을 바탕으로 단편영화 감독이 된 경제학도 하니프 씨,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으나 졸업 후 길이 막혀버린 스물한 살 아인 씨, 다섯 살 때 아빠와 함께 단속에 잡혀간 기억이 있는 아이 파루키는 마석 젊은 세대와 이주노동자 2세의 현실을 대변한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