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北 화학탄 5000t… 휴전선서 쏘면 수도권 초토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이 보유 중인 생화학무기는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방사포 등을 통해 발사한 뒤 공중에서 분사시키는 방법으로 살포한다. 사진은 지난 3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로켓 발사 장면. 문화일보 자료사진

생화학무기는 흔히 ‘가난한 나라의 핵무기’로 불린다. 고농축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등의 물질이나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생산가격도 핵무기에 비해 싸기 때문이다. 전차와 함정, 전투기 등 기존의 무기들은 속도와 화력을 강화해 ‘점령전’이 수월하도록 진화된 반면, 생화학무기는 ‘살상전’에 초점을 맞춰 발전했다. 생물학무기는 세균과 독소 등을 배양하는 방식으로 만들고, 화학무기는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을 혼합해 생산한다. 두 무기는 생명체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살상무기’로, 테러단체와 사이비 종교단체가 사용하기도 했다.

◆생화학전의 은밀성과 위험성=생화학무기는 은밀하게 연구할 수 있고, 실험용으로 공격해도 사람들이 모를 수 있다. 일본의 사이비 종교단체인 옴진리교는 지난 1995년 3월 20일 출근 시간에 맞춰 도쿄(東京) 지하철 3개 노선의 5개 차량에서 사린가스(사람의 신경기능을 마비시키는 맹독성 가스)를 뿌려 13명이 사망하고 6000여 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전 세계가 경악한 테러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이들이 테러를 일으키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실험용 생화학테러를 감행했지만, 테러 대상자 중에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안보전문가 제임스 F 데니건이 쓴 ‘무엇이 현대전을 움직이는가’에 따르면 옴진리교 교도(敎徒)들은 도쿄 사린가스 테러를 일으키기 5년 전부터 20여 건의 생물학무기 공격을 시행했으며, 살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신자 중 일본 주요 대학 이과 출신들을 모아 별도로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테러단체나 사이비 종교단체와 다르게 국가적으로 진행되는 생물학전은 대규모 연구시설을 갖춰 진행할 수 있어 그 위험성이 더 크다. 1936년 일본이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에 설립한 731부대가 대표적인 예다. 731부대에서는 3000여 명의 생화학 전문가들이 4개 예하부대에 나뉘어 전염병과 화학가스 등의 생화학무기를 연구했으며, 생체실험까지 자행했다. 이들은 주로 지역 주민과 전쟁포로를 실험대상으로 삼았고 실험용 세균을 배양할 수 있었는데, 이는 국가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들의 광신도적인 연구가 좀 더 진행됐다면, 전쟁의 판세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북한의 생화학전 규모=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발간하는 ‘동북아안보정세분석’ 자료에 따르면 북한 화학작용제의 종류는 15종에 달하며, 총 2500∼5000t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야포에 최대 125만 발까지 탑재할 수 있는 양이다.

군 관계자는 30일 “북한이 보유한 화학탄 양은 군사적 거점과 한국군의 주요 부대를 오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나 테러단체와 달리 북한은 세계 수준급의 포병전력을 확보하고 있다. 생화학무기는 포탄의 근접신관을 활용해 공중에서 분사될 때 그 위력이 배가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의 경우 300㎜ 최신 방사포의 사정거리가 120㎞에 달한다. 북한이 휴전선 인근에서 쏠 경우, 한국의 수도권 전역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1960년대 화학화 선언 이후 화학전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공장과 연구시설을 집중 설치했다. 이를 통해 북한은 1980년대 독자적인 화학전 공격 능력을 확보했다고 선언했다. 1996년 국방연구원은 “북한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의 화학전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으며, 유사시 남한의 전후방을 동시에 화학무기로 기습 공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주요 생화학무기 시설=북한에서 핵과 생화학무기를 담당하는 곳은 국방위원회 산하 제2경제위원회 5국이다. 군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김일성의과대학과 김만유기념병원 방사선연구실, 201·501 세균연구소 등에서 생물학전에 대비한 연구를 하고 있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함경북도 청진과 평안북도 신의주 등 8곳에 화학전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생물학전 연구를 위해서는 당 주요 과학기관에 연구소를 설치했는데 노동당 중앙생물연구소와 의학과학원 미생물연구소, 국방과학원 의학연구소 등이 있으며 평안남도 함천에 세워진 대규모 지하 세균연구소 등에서는 탄저균과 페스트균, 콜레라, 장티푸스 등 13종의 생물학작용제를 연구하고 있다.

특히 다수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은 생물학무기 생산시설과 연구시설을 주로 평양 이북인 평안북도 정주와 강원도 문천 등지에 배치했다. 이는 유사시 북한이 한·미 군 당국의 직접적인 타격을 피하기 위해 취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생화학무기는 핵무기와 같이 한국군의 선제타격 대상에 포함돼 있다.

◆핵무기에 비견되는 생화학무기=생화학무기와 핵무기는 대량파괴무기(WMD)에 속한다. 소총과 전차 등이 제한적인 살상 능력을 가졌다면, WMD는 한 지역 내의 군인과 민간인을 살상할 수 있다. 미국 화학민간방위위원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학무기와 생물학무기는 핵무기에 비해 지역당 인명피해와 구조물 파괴는 적지만, 효과범위가 넓고 생산비가 적으며 사용비밀성이 높다.

위원회에 따르면 5t 기준으로 핵무기의 효과범위는 190∼260㎢인 반면, 생물학무기는 8만8000㎢에 달해 330∼460배가량 넓다. 화학무기의 효과범위는 260㎢로, 핵무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사용비밀성에 있어서도 핵 시설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의 지속적인 감시와 위성 등에 노출되는 반면, 생화학무기는 지하화된 시설에서 연구할 수 있고 외부의 노출이 적다. 특히 생화학무기가 핵무기에 비해 제조비용이 매우 저렴하다. 도시지역 1㎢ 내에 있는 인명을 살상하는 기준으로 핵무기는 800달러 이상이 들어가는 반면, 화학무기는 600달러 수준이며 생물학무기는 1달러에 불과하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